불투명한 미래 속으로 한걸음씩 다가서는 한인 이민교회가 실천적인 해결방안이란 구체적인 그림 찾기에 목말라 하고 있는 가운데, 한인 신학교도 발 벗고 나서 한인들의 신앙회복과 공격적인 커뮤니티활동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민자란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인들과 교회, 수십 년간 스스로 장벽과 울타리를 만든 채 선교와 복음전하기를 포기한 생존형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크리스찬들에게 뼈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신학자가 있다. 36년의 역사를 이어가며 신학생들을 배출해오고 있는 버지니아워싱턴대학교의 장만석 총장. 장만석 총장과 함께 성경 속 ‘디아스포라(διασπορ)’란 원문 그대로 한인 교회와 성도가 사명감을 회복해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는 그의 분명한 소견을 들어보았다.
한인 크리스천, ‘이민자’란 내면 고립화 심각
목회자들, 지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있어야
-교회 개척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주한인사회 역사 속에 교회 회복을 위한 체질개선의 첫 출발점은 무엇인가?
성경 속 어디에도 ‘이민(Immigrant)’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큰 역사들은 유대 민족을 삶의 터전으로부터 흩어버리시는 ‘디아스포라’의 시기를 통해 일어난 것을 말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워싱턴 지역의 한인 크리스찬들에게도 ‘이민자’란 사회적인 타이틀이 걸려 있지만, 신앙의 관점으로는 명백히 미주 한인 사회는 ‘디아스포라 공동체’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크리스찬들이 이민자란 소수·비주류의 상징성을 벗어내지 못하고 내면화한다면 사명감 잃은 신앙생활의 고립화는 막을 수 없는 일이다. 한인 교회가 이스라엘 민족처럼 동화되고 사라질 것인가, 디아스포라의 세대로 기독신앙의 가치관으로 일어 설 것인가의 기로 앞에서 목회자와 성도 모두 ‘사명자’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민교회 미래를 놓고 교계에서 많은 의견들이 오고가지만, 현실성 있는 뚜렷한 제안이 없다는 문제제기가 있는데
500년 전, 만연한 종교의 부패와 타락 속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은 성경의 본질, 말씀의 회귀를 통해 새로운 부흥과 변화를 가져왔다. 한인교회 미래를 위한 논의에 있어 현실성을 반영한 방법론과 외적인 기술들에 대한 지향성은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들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다가서게 하기보다, 그 과정 자체를 천박하게 만들뿐이다. 현실적인 실천방안들이 교회 문제의 해답을 가져왔다면,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들 모두 성공했을 것이다. 현실성이란 테두리를 전혀 무시하자는 의미가 아닌,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목회자들의 뜨거운 열정이 먼저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목회자들의 열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개혁과 변화를 위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의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익을 누리게 됐다. 한국의 많은 정치, 경제 상황들과 목회환경들, 고국의 교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목회학적 이슈들을 설교 메시지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미주 한인교회 목회자들의 설교들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게 선포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한국과 비슷한 설교 주제와 스타일을 가지고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내 놓는 메시지 속에는 역시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인교회 목회자들이 디아스포라 세대의 사명감을 담은 설교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이 결국 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여러 민족들의 이민사를 구분해 보면 유독 한국인들은 교회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 왔다. 이는 하나님께서 디아스포라한인들에게 주신 축복이자 사명으로, 이 교회들을 통해 많은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시고자 하는 선교적 사명이 녹아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인교회들은 그 사명에 맞게 교회 강단에서, 신앙생활 속에서 주류 사회와 타민족 커뮤니티에 복음을 전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미주 사회에도 대형교회들이 있지만, 수많은 성도들이 각 커뮤니티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규모에 비해 극소수이다. 교회가 다민족 커뮤니티 속으로 파고들어 아웃리치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인들만 모여 예배하고, 활동하다가, 정작 각 자의 영역으로 돌아가서는 힘을 잃는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믿음은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커뮤니티 안에서도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미주한인 교회 목회자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오늘의 생존에 시달리다 지쳐 억지로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진지한 돌아봄과 회개가 필요하다.
- 목회자들을 배출하는 한인 신학교로서 한인 교회 개혁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워싱턴 지역 한인교회 목회자들, 그리고 지금도 배출되고 있는 신학생들에게 ‘교회 미래’, ‘개혁과 변화’의 주제들과 중요성은 더 이상 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교계 주요한 이슈들, 혹은 목회자 자신이 연구하고 경험한 자료들이 있다면 이를 정리해 발표하고 경청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한인 교회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그냥 믿음으로 하면 되지’란 소위 반 지성주의를 표방하는 철학적 마인드가 존재함을 볼 수 있다.
‘믿음은 성경을 펴 놓고 시작하라’는 말이 있듯이, 한인교회 목회자들은 지성을 놓고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신학교로서 지원하고 돕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 본교는 향후 목회자들이 영적, 지성적 충전을 얻을 수 있도록 신학교에서 개설되는 수업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 장만석 총장 약력
-1975년 서울대 졸업
-1977년 도미
-1995년 트리니티 루터란
신학대학원 졸업
-2000년 유니언 신학교
박사학위 취득
-2009년 워싱턴침례대학
(현 버지니아워싱턴대)
6대 총장 부임
<
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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