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에서 열리는 ‘고등교육 다양성 향상을 위한 콘퍼런스’에서 발제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 대학 내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교육받음으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문화적 갈등이 무엇인지를 당사자들과 함께 궁리하는 자리였다.
인종차별, 성소수자, 그리고 휠체어를 탄 장애학생의 사회심리적인 어려움을 논의하는 가운데 나는 사회정의 분과에서 ‘고등교육의 시스템과 자원배분의 문제’를 꼬집어 이야기했다. 발제 전에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했다.
“나 같은 외국인 학생들이 비자 등 공문서 담당자를 만나려면 보통 얼마나 기다릴까요?”
미국인 학부생이 손을 들고 쾌활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10분!“
“와우! 그러면 정말 좋겠어요. 내가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한 시간 넘게 기다렸어요. 평균 시간입니다.”
“그럼 몇 명이 업무를 보는지 아세요?” 이번에는 자문자답 했다.
“8명의 직원이 7,000명이 넘는 학생을 담당하고 있었어요. 1명이 900명이 넘는 학생을 감당하는 것으로 추측되지요. 지난 4년간 그 숫자는 동일했어요.”
학생과 교수들은 숫자로 환원된 대기시간에 깜짝 놀랐다.
사실 공식적인 데이터라고 하기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학교 내 외국인 학생 공식 통계와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파악한 행정 담당자의 수, 그리고 나와 주변 외국인 학생들이 각종 행정 문서 처리를 위해 기다렸던 시간을 따진 경험 데이터의 내용이다.
다양성 존중은, 측정지표가 모호한, 코에도 걸고 귀에도 걸 수 있는 표현이기에 나는 학교가 외국인 학생의 시간과 돈을 존중하기 위해 투자한 인적/물적 자원을 하나의 지표로 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굳이 비즈니스의 서비스 개념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외국인 학생을 ‘물주’로 보고 학위장사를 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의 이직률이 높다면, 친절함은 고사하고 어떻게 서비스의 전문지식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논지였다.
학교여, 비즈니스를 하려면 마케팅만 하지 말고, 유지보수와 내실을 쌓는데도 제발 투자를 해 달라는 말이었다.
혹은, 다양성을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한다면, 외국인들이 행정처리 가운데 겪는 어려움의 일부는 학교의 자원 배분의 결과이며 결국은 경제적 사회정의 즉, 공평과 분배의 문제에 있어서 대학교에서 얼마나 가치를 두고 행동하고 있느냐에 대한 비판이었다.
다양성을 개인적 어려움 혹은 문화의 차이로만 환원하면 정작 시스템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행정상의 문제, 특별히 자원배분의 문제는 잊혀진다. 게다가 유학생들의 불편함과 억울함은 유학생 ‘문화’의 일부로, 외국인이면 으레 겪는 ‘당연함’이 된다.
만약 행정 처리가 늦어져서 손해를 본다면 학생들은 부지런하지 못한 ‘자기 탓’을 한다. 학위 장사의 호구가 된다.
유학생이 겪는 문화적 어려움의 일부는 미국 대학이 쉬쉬하는 시스템적인 차원, 특별히 의사결정권자들의 가치기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간 내 경험과 주변학생들의 하소연이 마음에 켜켜이 쌓여 졸업하기 전에 그들의 언어로(숫자와 돈) 따끔한 한마디를 하고 싶었다.
발제가 끝난 후 몇몇 학생과 교수가 질문을 했다. 그리고 자기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연락처를 주었다.
큰 기대 없이 참석한 콘퍼런스에서 뜻밖의 반응을 보고 무척 놀랐다. 나에게 발언권을 준 것 그리고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나와 귀 기울여 듣는 32명을 보며, 용기를 내어 대학원 전체 학생회 및 다양성 이사회에 제출할 안건을 준비했다.
대학의 다양성은 지금 부족하지만 서서히 만들어져 가는 건 아닐까- 내심 기뻤다. 무엇보다도 문제를 이야기한 나를 문제아 취급하지 않아 참 다행스런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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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펜실베니아 주립대 성인교육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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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라 정말 살맛나는 세상을 상상해 봅니다, 하지만 요즘 미국은 끼리끼리가 만연인것같아 어디 이웃주나 미 관광지에 여행이라도 갈려면 겁부터 나는건 나뿐일까?, 그런데 여기 한국일보 댓글을보면 우리를 저버리고 저들과 같다고 생각하 는분들이 혹 있는걸 보면서 이상하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