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가능성·일자리 감소 우려에, 애리조나 피닉스 주민들 ‘로보택시 습격’
▶ 사회적 수용성 높일 솔루션 시급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구글에서 자율주행차를 담당하는 웨이모가 지난 2017년 4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의 시험운행을 위한 얼리 라이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 시작 1년 뒤인 지난해 4월 웨이모가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탑승자의 연령대는 9~69세로 다양하며 집 앞에서 바로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원했다.
탑승 중 숙제, 독서, 풍경 감상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동 경로와 유실물 확인, 시각장애인 안내견 동반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탑승 중이나 탑승 전후 웨이모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했다. 보고서에는 물론 탑승자들의 로보택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담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피닉스에서 벌어졌다. 피닉스 주민들이 최소 스물한 번 이상 로보택시를 공격했다. 로보택시에 돌을 던지거나 타이어를 파손하고 주행 중인 로보택시 앞에서 급정거하기도 했다.
심하게는 로보택시에 올라 보조운전자에게 PVC 파이프를 휘두르거나 권총으로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권총으로 보조운전자를 위협한 사람은 우버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보행자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경찰에 “자율주행차를 멸시한다”고 쏘아붙였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직권으로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허가했다. 애리조나주는 1년 내내 시험운행을 할 수 있는 기후조건을 갖고 있고 캘리포니아주처럼 연 단위의 시험운행 결과를 보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별다른 규제가 없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들이 몰리며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의 성지가 됐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접할 기회가 많은 시민들은 그만큼 사고 가능성과 일자리 감소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듯하다. 아마도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본격적인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 세계 최초의 지역이 아닐까 싶다.
골드만삭스 경제연구그룹은 “자율주행차가 등장하기 시작한 후 몇 년 동안은 운전자의 일자리를 서서히 대체하다가 자율주행차가 급속히 증가하는 오는 2042년에는 미국에서 월 2만5,000개, 연간 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소비자연맹도 “자율주행차가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벗어나 실제 도로에서 시험운행을 하고 있는 것은 시민들을 실험용 동물처럼 취급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자동차협회가 우버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보행자 사망사고 발생 전후 미국 성인들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두려움을 조사한 결과 사고 전에는 63%가 ‘두렵다’고 응답했지만 사고 후에는 73%로 10%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완성차와 테크자이언트들이 2020~2021년을 기점으로 로보택시 상용화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수용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도 최근 해외 업체들과 일정을 맞춰 2021년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의 시범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 선진국들, 주요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기술 수준은 떨어지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카풀도 정치 이슈화하며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로보택시가 등장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유형의 갈등이 발생할지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자율주행차 오류가 발생했을 때 탑승자와 보행자 가운데 누구의 안전을 우선시하느냐는 이른바 트롤리 딜레마다.
이와 함께 고민해야 할 이슈는 이해 관계집단과의 효과적 상호작용 체계다. 기존의 관련 산업 종사자들과의 갈등과 충돌,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며 사회적 수용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솔루션 마련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는 새로운 혁신 기술이 시장에 얼마나 빨리 도입되느냐보다 얼마나 사회에서 널리 활용되고 확산하느냐 하는 소프트랜딩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과연 한국에 로보택시가 등장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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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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