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A지역 비즈니스 소유주들과 주민들은 마음에 갈등을 느끼고 있다. 이곳저곳 보이는 것이 노숙자들이 길에서 진치고 있는 모습과 쓰레기더미이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 도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한숨이 나오고 마음속 분노가 커진다. 물론 애절한 심정으로 노숙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시민들도 많다.
이런 마음은 인간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하고 있는 자비심의 발현일 것이다. 그들이 재활의 길을 따라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갖고 있지만, 동시에 노숙자 문제 해결의 길이 요원하다고 여겨진다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누가 이 일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매스컴 보도에 의하면 대략 LA카운티에 6만 명, LA시에는 3만6,000명 정도의 노숙자가 있고, 작년에 비하여 각각 12%, 16% 늘어났다. 이 숫자는 중소도시의 인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들이 각처에 분산되어 있으니 부딪치는 것은 노숙자일 수밖에 없다.
일반시민들이 노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 자신의 권익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모 유력 정치인에 대하여 리더십 부재를 이유로 한 주민소환(recall)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은 소환의 성공여부를 떠나 시민들의 울분이 얼마나 큰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민들은 노숙자 문제의 눈에 보이는 개선과 실적을 원한다. 무엇 하나 제대로 추진된 것 없이 눈에 보이는 것은 늘어난 노숙자와 쓰레기더미 뿐이니 시민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더 큰 분노로 치달을 것이 자명하다.
리더십은 올바른 판단에 기초를 둘 때 힘을 발휘한다. 사탕발림 같은 근시안적인 눈가림으로는 노숙자문제와 방기된 쓰레기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아파트 공실에 대한 아파트 주인 책임제가 한 예이다.
주택이 부족하고 아파트 임대료가 높아 노숙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 하에 이에 대한 책임을 아파트주인이 지도록 하고, 걷은 벌금을 노숙자 구호기금으로 한다는 것이다. 어쩌다 사유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는 이런 발상까지 하는지 안타깝다. 정치가들이 실패한 결과를 왜 일반시민들이 떠안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최근에 갑자기 거리에 있는 쓰레기 치우는 것을 인접한 업주 책임으로 미루고, 쓰레기가 길가에 쌓여 있으면 업주가 벌금을 내도록 시에서 티켓을 발부하고 있어 업주들의 원성이 크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쓰레기가 해결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노숙자가 버리는 쓰레기는 악취와 더불어 양도 많아 이것을 치우려면 각자 사용하고 있는 쓰레기통을 더 큰 것으로 바꾸어야 하고, 더 많아진 수거비용은 일반시민의 몫이 된다. 어떤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숙고하지 않으면 시민의 불만이 더욱 커지면서 리더십은 손상되고 해결의 실마리는 더 멀리 달아나 버릴 것이다.
지그재그 행정을 바로 잡으려면 정책을 최단기,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세우고 시와 카운티, 그리고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상호협조 체제를 도입해 시행해 나가는 것이 옳다. 최단기로는 거리에 있는 노숙자들에게 일정한 공터를 제공하고 그들이 개인용품 및 텐트를 가지고 와서 살도록 하는 방법으로 시에서는 최소한의 간이시설, 즉 화장실과 샤워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임시셸터 운영, 중기적으로는 무상 또는 저렴한 주택 제공, 그리고 장기적인 방법으로는 ‘Village of Survivors’ 군락을 만들어 가는 것 등을 고려해봄직하다. 시정부 단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할 만큼 노숙자와 쓰레기 문제는 커져있다.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시민에게 진척상황을 알려주고 협조요청을 하는 홍보이다. 전 시민이 접할 수 있는 유력한 신문, SNS, TV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시정부가 연구만 하면서 소일한다는 인상을 시민이 갖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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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희 LA 민주평통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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