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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용하는 ‘말’이라는 게 참 무섭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우리 속담에도 있듯이 사람 사이 만남에서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될 일도 되는 수가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도 있다. 조심해서 말을 가려 해야 오해가 없고 화를 피할 수 있다는 뜻과 통한다. 누구 말인들 책임이 따르고 중요하지 않을까마는 특히 정치인의 말은 실시간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소셜미디어가 보편화되고 정보전달 속도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하고 적지 않은 수의 정치인들이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상대 정당과 정치인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무절제한 언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정파성과 이념대립이 심화되고 정당 간에 이심전심 양해되던 규범이 사라지면서 정치권의 언어세계도 점점 황폐화되고 있다. 이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하기에는 정도가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다.
‘무절제한 언어’가 뭔지 딱히 꼬집어서 그 범위를 정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먼저 막말을 포함해서 사회적 감수성이 극히 떨어지는 언사도 포함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용어를 사용한다든지, 특정 용어를 사용해서 어떤 정치적·사회적 사건을 극단적으로 해석하거나, 다양한 견해가 있는 사건이나 사실을 특정 방향으로만 왜곡하는 것 등도 넓게는 ‘무절제한 언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극단적이고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를 사용하면서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거나 상대가 절멸돼야 할 것인 양 표현하는 것은 왜일까.
당장 다음 선거에서 표를 최대한 모아야 할 상황이거나 이를 위해 세력결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정치인의 극단적 언사·무절제한 표현 등은 단기적 효과가 있어 보인다. 이미 쌍방의 지지층이 상당히 고정된 상황에서 상대방 유권자를 내게 끌어들이기보다는 나를 응원하는 유권자의 지지를 더 단단히 묶어두고 이들의 분노를 자극해 실제 표로 연결하려는 의도가 무절제한 극단적 언어 구사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극단적 표현이나 용어를 통해서 상대정당에 분노하는 지지층에게 어떤 해석의 프레임을 제공해 이들을 동원하고 결집하려는 욕구는 선거에 이기려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늘 유혹일 것이다.
이런 문제적 언어 구사는 중도층이나 부동층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장애물이 돼 선거공학적으로도 하수이다. 판단이 있는 시민들은 진짜와 가짜는 구분해 낼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공격적이고 혐오적인 언사의 쌍방교환은 결국 정당 간에, 그리고 정당지지자 간에 깊고 날카로운 감정적 상처를 남겨 선거와 정권교체를 원한과 보복의 악순환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승자독식제도를 특징으로 하는 대통령제에서 이렇게 될 가능성은 더욱 크다. 이는 결국 정당정치와 선거경쟁이 사생결단의 아수라장으로 변질돼 정치에서 전승과 축적의 풍요로움은 사라지게 하고, 제거와 보복의 앙상함만 남을 것이다.
어느 철학자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그 심오한 뜻을 잘 모르겠지만 내가 먼저 존재하고 나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먼저 나라는 사람을 규정한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말이 무서운 것은 정파적인 말이 지지층에 확산되면서 나도 상대방도 온통 그 말의 틀 안에서 선과 악으로 각각 규정되고 이런 이분법적 규정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설사 일부 정치인에 국한된 현상일지라도 이런 확산과 지속의 효과는 크고 오래갈 것이다. 정치가 권력장악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 간 싸움이라서 갈등이 있고 더러 격한 언어가 오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극단적이고 과격한 언어구사는 정치현실을 정말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
선거가 끝나도 그 말들은 남을 것이고 문제는 거기서 다시 생길 것이다. 상호관용·정중함·절제를 도덕군자만의 미덕으로 치부할 수도 없고 이런 미덕을 새삼 거론하는 것을 고리타분한 이야기로만 흘려들을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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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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