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교회에 다니는 오십 초반쯤 되는 집사님은 항상 똑같은 단발머리입니다.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로 요란스레 꾸미지도 않고 늘 웃는 모습이 이뻐서 ‘이쁘다’ 하면 ‘제가 원래 비주얼 아닙니꺼!’ 해서 별 얘기 없이도 곧잘 깔깔 인사를 나누게 되어 자연스레 그를 비주얼 집사님이라 부르게 된 것이었는데.
그 비주얼 집사님이 오늘은 새벽기도후 아침 커피를 함께 하자고 합니다. 늘 그렇듯이 우리내외는 함께 밥 한번 같이 먹는것을 ‘만병통치약’ 먹는 시간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굳이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왼만한 삶의 얘기들은 술술술...가슴속 허기가 해결되는가 하면 공감점을 찾게 되는 호사일 때는 함께 나누는 음식 이상의 치료효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편안히 말할 수 있고 들어주고, 들어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천금같은 믿음의 관계인 것입니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고 하지만 따뜻한 마음 하나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광란복통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음을 봅니다.
그 비주얼 집사님이 한달여 동안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지를 다녀왔답니다. 우리 내외가 뉴멕시코에 다녀온 같은 기간 이라서 집 떠나 다녔던 얘기들로 제법 한 큰 상 이었습니다.
오늘은 비주얼 집사님의 큰 딸 얘기로 모처럼 별미를 맛 보았습니다. 학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엔지니어로, 주로 남자들이 입사하는 부서에 입사지원서를 넣고 기다리던중 인터뷰를 해 보자는 통보.
면접관의 질문1. ‘서류를 보니 기독교인 인것 같은데... 우리 회사는 매우 바빠서 때론 자주 일요일에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할 수 있겠소?’
‘아, 그건 괜찮습니다. 저의 교회는 커서 하루종일 여러번 예배가 있습니다. 가장 가능한 시간에 맞추어 가서 예배 드릴수 있으니까요.’ 했더라나.
질문 2. ‘그래, 우리 회사에 입사가 되면 일에 임하는 당신의 자세를 어떻게 설명하겠소?’
‘평소에 저의 아버지께서 저희 사남매에게 가르쳐 오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가 이 다음에 취직을 해서 한달 봉급 백만원을 받는다 치자. 그렇게 되면 너희는 그 회사를 위해서 500만원 어치 일을 해야 한다” 이었습니다. 그 정신으로 일하려고 합니다.’
물론 합격! 그래서 지금 프랑스 파리 지사에 나와 일하는 신바람난 딸 보러 오라고 해서 갔다 왔답니다. 예수믿는 사람이 일으키는 바람은 신바람 입니다.
잔뜩 빡빡한 현실에 비추어 사느라 진짜 정열을 놓친 피곤한 현대인들, 다소 편파적일지라도 교회 다니는 기독교인이라는 개념이 조금은 이 면접관에게도 새겨져 있었다는 게 번쩍! 이 젊은 신앙인의 가슴팍에 신바람을 일게 했었구나 싶습니다.
기독교를 알지 못하는, 믿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입사 인터뷰를 통하여 알아 듣기 쉽게 신앙인의 정체를 소개하였으니 할렐루야! 당당히 입사한 비주얼 집사님의 큰 딸에게 할렐루야! 하이 화이브! 를 보냅니다.
아! 신바람 추신 입니다.
학교 공부에나 전심 할 일이지 교회 생활에 열심인 딸내미가 늘 못 마땅해 하시는 아버지, 보물같은 자존심 콰--악 내려 놓으시고 용기백배 하시어 모처럼 마음을 끌어언고 계시던 질문을 하십니다.
‘그래, 너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 그 교회에선 대체 뭘 가르치노? 뭘?’
‘네, 아빠, 교회에선 “네 부모를 공경하라” 꼬. 그런거 가르치던데요.’ 했더라나. 오랜동안 잠겨있어 침침하기만 했던 아버지 가슴팍 광문이 덜커덩! 쾅! 열리는 순간 입니다.
우리 예수 믿는 자들에게는 누구를 만나거나, 아니 어디를 가더라도 다 신바람을 일으키는 선교적 현장이 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믄요. 우리의 삶은 우리를 보내시고 살게 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레스폰스! ‘그래,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 물으심에 대한 우리들의 ‘대답’ 이니까요.
수정이 아빠! 승리 하셨습니다. 이 세상 가이사의 것으로는 계산이 안되는 엄청난 큰 승리입니다. 축하! 축하! 별미중 별미였습니다. 비주얼 집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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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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