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발생한 연쇄 총기참사로 온 미국이 침통하다. 올 들어서만도 벌써 17번째 총기사건이라고 한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무슨 공식이나 되는 것처럼 민주당에선 총기 규제를 외치고 공화당에선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무기소유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팽팽히 맞선다.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 ciation)의 이야기를 듣거나 미국 독립전쟁이나 서부 개척시대의 영화나 소설들을 보고 듣다 보면 마치 수정헌법 2조가 조지 워싱턴 때부터 개인의 무기 소유 및 휴대를 보장해주었던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불과 10여년 전 처음 ‘해석된’ 권리다.
수정 헌법 2조는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라는 짧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우리가 잘 아는 “국민의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라는 문장 앞에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라는 구절이 있는데 세 번이나 사용된 쉼표 때문에 법 조항의 해석이 쉽지 않다. 도대체 “침해될 수 없다”라는 술부의 주어가 “잘 규율된 민병대”인지 “국민의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권리”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장의 주체를 ‘민병대’로 보게 되면 총기를 보유할 권리는 주의 안보를 위해 민병대에 속한 시민에게만 부여된 권리로 볼 수 있고, ‘국민의 권리’에 무게를 두고 해석하게 되면 폭압적인 정부에 맞서 민병대를 꾸릴 수 있도록 국민들은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갖는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 건국 이후 200여 년간 수정헌법 2조는 민병대에 속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이 법학자들 간의 다수학설이었는데 국가형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군대가 민병대를 대체하자 이 권리 또한 점차 희미해져 갔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 조항은 2008년 결정된 워싱턴 DC 대 헬러(District of Columbia v. Heller) 사건으로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워싱턴의 카토 인스티튜트(Cato Institute)의 변호사 로버트 레비는 총과는 별 상관없는 사람이었지만 평소 권총과 엽총 등 워싱턴의 총기류 규제법이 수정 헌법 2조에 명시된 권리에 위배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국가권력이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열혈 자유당원이었던 그는 이 문제를 제기할 만한 적당한 소송원고 당사자를 물색하던 중 중년의 백인 남성 딕 헬러(Dick Heller)와 만나게 된다.
당시 헬러는 연방대법원 별관에서 무장 경비원으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낮에는 권총을 휴대하지만 워싱턴 법 상 총을 개인적으로 휴대할 수 없어 매일 퇴근 시에는 총기와 탄환을 반납해야만 했다. 그는 레비 변호사가 원고를 찾아다니던 시점에 마침 총기 소유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고 자신의 사건을 맡아줄 변호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양측의 이해가 딱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헬러의 소송은 워싱턴 지방 법원에서는 기각이 되고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연방대법원은 5대 4로 결국 국민의 권리에 무게를 둔 쪽으로 기울어졌는데 다수 판결문은 뉴욕 퀸즈 출신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에게 맡겨졌다.
사냥 매니아로 널리 알려진 스칼리아 대법관은 헌법 도입부의 민병대에 관한 내용은 ‘국민의 권리’에 대한 서문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총기 소지권은 민병대의 권리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 신변보호나 동물사냥 등 목적으로도 총을 소지할 수 있으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때인 집에 있을 때조차 권총과 엽총 등 총기소지를 규제하는 워싱턴의 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렇게 해석함으로써 비로소 개인의 총기소지권이 권리로 정당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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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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