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후 여러모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첫째, 지소미아 종식이 한미동맹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둘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신속히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셋째, 한미일 간의 3자 안보공조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불연장 결정은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관련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제한 보복에서 시작되었다. 지소미아의 종식은 한국의 안보측면에서 좋을 것은 없지만 치명적인 실수는 아니다. 11월22일 지소미아가 종식되기 전에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복원시킨다면 한국도 지소미아 취소를 재고할 수 있는 방법이 열려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조약으로 청구권문제가 해결됐다는 아베 정부의 주장만으로 모든 역사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문제의 조약을 체결한 박정희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배상금과 경제차관을 경제 발전에 요긴하게 활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이 저지른 한국여성들에 대한 범죄적 노예화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응당한 보상의 책임은 조약 체결로 소멸된 것이 아니다. 일본은 국제법적 차원을 넘어 도의적 차원에서 무한한 책임이 있다.
한일 간의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미국이 어느 한편을 들지 못하고 당사자들끼리 잘 해결해보라는 말만 해왔다. 한국전쟁이후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정상화를 통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기여하기를 원해 왔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 이행을 위해서도 일본의 역할은 중요하다.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유지를 위해서도 일본이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위해 인도 태평양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상 미국은 한미일 안보 공조체제를 필요로 한다.
미국정부와 미국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지소미아 취소로 연일 ‘실망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불만이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져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지소미아 문제는 어디까지나 일본과의 문제에서 발생했다.
설사 지소미아가 소멸되더라도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서 일본의 정보자산의 출력을 계속해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정보판단의 신속성에 결함이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한일 간의 직접적인 정보교류가 없어진다고 해서, 한국이 안보상으로 결정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한미동맹이 언제나 모든 정책면에서 의견이 같았던 것은 아니다. 이견이 있을 때는 협의를 통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맹의 근본적 사명인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를 위해서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한미 간의 협력은 지소미아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본에 치우치면서 일본의 재무장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동아시아 안보질서를 추구한다면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위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만약 이런 우려가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결정에 영향을 줬다면 미국이 추구해온 한미일 삼각 안보구도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한미 간에 더 무섭게 당장 닥치는 문제는 끊임없는 북한의 신무기 개발과 동시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분담비용 증액 요청이다. 북한은 남북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고,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 정부가 워싱턴에 대해서 할 말은 한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주권국가로서 못할 일은 아니다. 아무리 동맹이지만 모든 면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는 없다. 방위분담금 협상에서도 따질건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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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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