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혁명의 근원지인 실리콘밸리가 최근 사회혁신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에는 이를 가능케 하는 생태계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국가 발전과정에서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경제와 사회를 균형있게 발전시켜 ‘포용국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리콘밸리가 사회혁신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기술혁신과 마찬가지로 스탠퍼드대가 사회혁신의 산실이 되고 있다. 그간 스탠퍼드대는 경영대학에 ‘사회혁신 센터’를 설립해 사회혁신에 관한 연구 활동을 선도해왔다. 2003년부터 학술계간지 ‘스탠퍼드 사회혁신리뷰(SSIR)’를 발간함으로써 세계에서 이 분야 지식축적과 정보교류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사회혁신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한 ‘협력의 힘(collective impact)’ 개념은 2011년 SSIR에 처음 소개된 후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또 2010년부터 경영대학 중심의 사회혁신 관련 활동을 법과대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스탠퍼드 자선 및 시민사회센터(PACS)’로 확대 개편해 사회혁신 분야를 범 대학 차원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둘째, 실리콘밸리에는 이미 기술혁신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가 그룹이 다수 형성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풍부한 기업경영 경험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의 설립·운영을 통한 사회혁신을 구현하고 있다. 일례로 벤 넬슨은 2012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대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대학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을 설립했다. 그는 온라인 사진편집 프로그램 개발회사인 ‘스냅피시’를 운영해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또 데이비드 벌스톤은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낫포세일(Not for Sale)’을 설립, ‘레블’이라는 브랜드의 음료를 생산해 연 3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음료 생산과정에서 인신매매 위험에 처한 여성과 아동을 고용함은 물론 음료 판매수익금으로 인신매매 방지사업을 세계 여러 곳에서 펼치고 있다.
셋째,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가에게 투자자금과 경영 노하우를 동시에 지원해 큰 성과를 이뤄왔다. 마찬가지로 현재 실리콘밸리에는 사회적 기업가를 재정과 경영 측면에서 지원하는 자본시장이 잘 발달해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 창업자 오미다르 부부가 2004년 설립한 ‘오미다르 네트워크(Omidyar Network)’는 비영리기관에 대한 보조금과 임팩트 투자를 통해 지난 15년간 10억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했다. 오미다르 네트워크는 사회적 성과와 확산 가능성을 중요한 투자 및 지원 기준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 투자사례로는 세계 모든 사람의 백과사전으로 진화한 ‘위키피디아(Wikipedia)’를 들 수 있다. 또 1966년 ‘휴렛팩커드(HP)’ 창업자 휴렛 부부가 100억달러의 기부금으로 설립한 ‘휴렛재단’은 매년 5억달러 규모로 교육·환경·보건 분야에서 선도적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에 필요한 재원이 자본시장에서 시장원리에 의해 조달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가 정한 기준으로 선정된 벤처기업과 사회적기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벤처기업이 기술혁신을 주도하지 못하고 사회적 기업이 사회혁신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항상 문제가 되는 실정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인 역할을 하고, 지원대상도 기업에서 기업가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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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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