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립/ 미동부한인문인협회 창립 30주년 황미광 회장을 만나다
10월6일 대동연회장에서 열린 ‘미동부한인문인협회 창립 30주년 기념 및 뉴욕문학 29집 출판기념회’에 모인 회원들
30주년 축하 케익 커팅을 하는 발기인 및 전 회장들
1989년 초대회장 이계향 선생 자택서 11명 모여 발기인대회
1991년 ‘뉴욕문학’창간호 발행…올해 29집 이르러
신인상 시상·고교 한글백일장·뉴욕문학 출판기념회 등 정기행사
한번 문학에 마음을 앗기면 글을 쓰던 못쓰던 평생 가슴에 품고가게 된다. 이방언어를 사용하는 낯선 땅에서 모국어 지킴이로 시어를 가다듬고 신선한 문장을 떠올리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자신과 싸우는 이들이 모여 있는 단체. 한인문학의 등대, 미동부한인문인협회가 2019년으로 창립 30년을 맞았다.황미광회장과 함께 이민문학의 산 역사를 돌아본다.
뜨거운 창작열로 지켜낸 30년
이민사회 속의 순수예술 단체는 출발도 쉽지 않지만 꾸준한 모임을 지속하기란 더욱 어려움이 많다. 하물며 모국어를 쓰는 문학 모임은 만국 공통언어로 전달이 가능한 음악, 미술 등에 비추어 특히 어렵다.
치열한 생업 전선에서도 문학에 대한 뜨거운 창작열만은 한국 작가에 뒤지지않는 미동부한인문인협회가 매년 발간되는 ‘뉴욕문학’을 통해 더욱 좋은 시와 감동의 문장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이것이야말로 30주년을 맞은 동협회의 메세지인 뉴욕에 ‘문학’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해외 거주의 특성상 작품발표 기회와 지면이 제한되어있고 상대적으로 모국에서의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변함없는 모국어 사랑으로 뉴욕 한인들을 풍요로운 문학의 세계에 초대했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창립 초기 및 연혁
1989년 2월, 초대회장 이계향 선생 자택에서 시 김명선 김송희 김정기 윤석진 이정강 최병현 최정자 7명 시인과 수필 이계향, 소설 정규택 변수섭 정시훈 이상 11명이 모여 발기인 회의를 열었다. 그해 6월29일 문학인 40명이 모여 미동부한국문인협회가 창립되었으며 1991년 ‘뉴욕문학’ 창간호가 발행된 것이 2019년 창립 30주년 기념 뉴욕문학 29집에 이르게 되었다.
1993년 제1회 신인상 시상, 1998년 분과위원회 운영을 도입하고 1999년 창립10주년 기념문집 ‘속마음’ 출판, 2000년 제1회 미국 고교한국학생 한글백일장이 플러싱고교와 베이사이드 고교에서 열려 150명이 참가했다.
지난 30년간 이병주, 정연희, 문덕수, 오상순, 최병희, 김원일, 문정희, 전숙희, 김후란, 이경희, 김주영, 김원일, 황동규, 마종기, 김남조, 신달자, 이문열, 성춘복, 박완서, 최인호 등 한국 최고의 작가들과 교수, 종교인, 문화계 관계자들이 미동부한인문인협회의 이름으로 문학의 향기를 지키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 .
■미국땅의 한국어 지킴이로
이처럼 여러 문학 활동을 전개하며 정기행사인 신인상 시상, 고교 한글백일장, 뉴욕문학 출판기념회, 야유회, 문학여행, 문인극, 회원들의 한국문학상 수상 및 출판기념회 등이 이어졌다. 회원들의 시집, 수필집, 소설집 출간은 200여권에 달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열정이 그치지 않았으며 2015년 뉴욕문학 영문판 ‘ New York Literature’ 의 출간으로 뉴욕문학의 새로운 얼굴도 선보였다.
2015년 1월29일 미동부 한국문인협회는 미동부 한인문인협회로 개칭하고 영어이름도 Korean American Writers Association of Eastern USA로 개명하여 지역적 특성을 살렸다.
미동부한인문인협회의 공로는 무엇보다도 뉴욕한인사회에 문학이 설 자리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한국어 지킴이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다.
■창립30년·뉴욕문학 제29집 출판기념회
미동부한인문인협회 창립 30주년 기념 및 뉴욕문학 29집 출판기념회는 10월6일 일요일 오후5시 대동연회장에서 열렸다. 1부 ‘뉴욕에 문학 있다’ , 2부 ‘뉴욕에 사랑있다’의 표제는 행사를 준비한 황미광 회장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행사장 로비에서는 시분과 회원들의 작품 30여점이 전시되는 시화전이 함께 열려 30주년 행사를 문학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고조시켰다.
30주년 1부 행사의 백미는 김정기, 최정자, 이정강, 김송희등 발기인의 시에서 발췌한 시 구절로 후배들이 펼친 시극 순서였다. 장사익의 혼이 담긴듯한 노래, ‘봄날은 간다’를 배경으로 한국무용가 이송희의 춤이 펼쳐지며 절제된 동작 속에 김자원, 이춘희, 윤관호, 임혜숙등 4명의 낭송이 오고가자 장내는 숙연해졌다. 뉴욕문학 신인상은 시 장삼수, 이종길, 수필 함종택이 수상했다.
2부에는 전직회장 및 발기인들의 창립30주년 기념케익 커팅, 크리스티나 러브 리와 영 킴의 축가로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며 제1강의 김언종 고려대 교수의 ‘3천년을 이어온 사랑의 공식’이란 제목으로 인류 최초의 사랑시집 시경이 다루어졌다. 제 2강의는 김종회 한국문학평론가 협회 회장의 ‘문학에서 첫사랑을 만나다’로 이어지며 황순원의 소나기, 에드가 엘런 포우의 애너벨리 등이 등장했다.
■30주년 기념 문학여행
10월 8,9 양일간 43명의 참석자가 초청강사들과 함께 메사추세츠로 문학여행을 떠났다. 주홍글씨의 작가 , 나다니엘 호돈 뮤지엄, 콩코드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 오두막, 엠허스트의 에밀리 딘킨스 뮤지엄, 이디스 워튼 생가등을 방문하며 문학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80여 회원의 작품 담아…
■발행인이 말하는 뉴욕문학 29집
이번 30주년 책은 유례없이 욕심을 내었다. 80여 회원의 작품을 담은 ‘뉴욕문학’의 표지는 전애자 작가가 맡았다. 4계절을 담은 맨하탄을 배경으로 문인들의 개성을 살린 야생화에 30주년을 축하하는 애드벌룬을 띄웠다. 특별히 에폭시 기법의 인쇄로 입체감을 살리고 지나간 30년 동안의 뉴욕문학 연간집 표지로 책날개를 장식했다. 박원선 미주한인 서화협회장의 훈민정음으로 책의 띠를 만들어 화룡점정의 마무리를 했다.
책 뒷표지는 문협 깃발을 세우고 문학을 통해 누군가의 가슴을 일렁이게 하고싶다는 메세지를 전했다. 책 표지를 넘기면 작고회원 9인 작품선, 전임회장들의 그때 그 이야기, 문학과 함께 하는 우리의 여정, 사진으로 보는 문협 30년 등 기획 특집과 김언종, 김종회 교수의 특별기고, 회원 출간 작품집 모음 등 예년에 없던 내용들이 책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회장 발간사에 이어 10명의 각계각층 축사도 돋보인다. 뉴욕문학 28집과 29집은 아마존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늘 시간이 부족하지만 글 쓰면서 힐링”
■ 황미광(미동부한인문인협회 회장, 하늘가족재단 이사장)
한 단체의 회장, 특히 문화단체의 회장은 정신적, 물질적으로 엄청난 봉사가 요구되는 풀타임 잡이다. 이를 훌륭히 수행하자면 의욕과 열정, 책임감과 노력이 없이는 안된다.
“스스로 완벽을 요구하는 성격에 활동하는 단체가 다양해서 늘 시간이 부족하지만 글 쓰는 작업에서 힐링을 얻을 수 있어 다행이다. 더 많은 시간을 글쓰기와 하늘 가족 재단의 다양한 활성화에 주력하고 싶다.”는 황미광 회장은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국립대만 사범대학교 중문과와 중문연구소에서 비교문학으로 문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문학인으로 정통의 길을 밟았다.
문인협회 회장 임기동안 웹사이트 새단장, 아마존과 E book에 뉴욕 문학 등재, 협회 뱃지와 깃발, 회원 수첩제작, 30주년기념품등도 만들며 많은 일을 벌였지만 밤을 새며 회원들과 이메일로 소통하고 개인적으로 대화를 하며 가까와진 것이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황회장의 첫 시집에 나온 “사람을 좋아하고 일을 좋아하고 새벽을 기다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라는 인사말이 눈에 남는다.
82년말 미국 이주, 먼저 뉴욕에 와있던 유학생 남편의 대학원 기숙사에서 뉴욕생활을 시작한 황회장은 10년의 로칼 언론사 기자를 거쳐 1992년부터 2012년 사이 퀸즈 칼리지 고전동양학과, 세인트 존스 대학 한국어 교수, 롱아일랜드대학교 코리아센터 부소장등 대학 강단에서 또 다시 10년의 시간을 보냈다.
“ 언론사와 대학에 있었던 시간은 인생전체에서 다양한 인맥과 경험을 갖게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학생들과의 좋은 추억은 너무 행복하게 남아있다. 주례를 맡기도 했고 수업이외에 개인상담으로 바빴다 “고 회상한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남편이 88년 해외한인최초의 공인장례사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중앙장의사를 창업함에 따라 황회장 삶의 깊이도 달라진다. 시인으로써 그의 작품 세계도 ‘묘지에서, 미망인, 소나기, 영정사진’등 지평을 넓히게 되는 계기를 맞으며 중앙장의사 산하의 하늘가족재단을 설립한다.
“ 지난 30년간 추석 단체 성묘 행사, 자살예방 행복세미나, 추모백일장, 묘지 꽃심기등 다양한 행사를 전개해 왔다. 백세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설레는 포부를 열어보인다.
대학과 언론사 외 미주한인여성네트워크회장. 롱아일랜드한인회 이사장, 가톨릭방송국 사장, 뉴욕한인회 부회장, 평통수석부회장 , 미주한인이민백년사출판위원장등 다양한 경력을 지녔으며 현재 하늘가족재단 이사장, 국제펜한국본부이사, 재외한인사회연구재단이사, 통일교육위원 뉴욕협의회장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활동들이 좋은 글을 쓰는데 시금석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에 하나가 남는다면 하늘가족재단을 잘 발전시켜 한인사회에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 라고 말하는 황미광회장.
지난 2015년 <빈틈>이란 작품이 서울시 응모에 당선되어 지하철 승강장에 걸린후 위로를 받는다는 많은 댓글을 받았는데 최근 서울시 응모에 ‘눈이 찾아와’ 라는 시가 당선 통보를 받아 보람을 느낀다며 창작활동으로 인정받는 상이 가장 기쁘다고 전한다.
황회장은 자신의 시를 이렇게 평하기도 한다. “ 나의 작품은 찰나이다. 순간에 뛰어드는 사유와 사물의 접촉사고에서 탄생한다 . …” 내년도 꿈은 그동안 미루어 온 제 2, 제 3의 시집과 함께 남편 하봉호씨와 공동 집필하는 에세이집 출간이다.
그녀의 시,<모국어 타령>의 “아버지 가신날 / 꺼억 꺼억 모국어로 울고나서/ 슬픔은 모국어로 온다는 것 / 새삼 알았다.”를 되뇌이며 어디 슬픔만 모국어로 오던가, 기쁨도 외로움도 이 땅에서 우리는 모국어로 먼저 만나는 것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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