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열린 뿌리교육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재단의 초석을 놓았던 허리훈(앞줄 왼쪽 5번째부터) 전 뉴욕총영사와 조진행 재단 회장, 모국연수단 역대 참가생 등 참석자들이 함께했다.
뿌리교육재단 조진행(오른쪽부터) 회장과 이정화 초대회장, 권형석 수석부회장이 본보와 인터뷰하며 차세대 한인 리더 양성을 위한 정체성 교육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다.
2000년 허리훈 총영사 전폭적 지지로 출범
20년간 1,434명 한인학생들에 모국 방문 기회 제공
포럼·명문대 탐방 등 … 젊은 이사 대거영입 활동 박차
7월의 어느 여름날, 한국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껏 신이 난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형형색색 예쁜 한복을 입고 한옥 거리를 누비는 학생들은 다름아닌 모국을 찾은 미주 한인 고교생들이다. 불볕더위에도 꼭 한복을 입고 싶다며 고집을 부리고, 1분 1초도 아까워하며 한옥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은 자신들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던 시간들은 이들 한인 청소년에게 평생 간직할 추억이 됐다. 이날 숙소로 돌아온 한 여학생은 뉴욕의 어머니에게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날 한국에 보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뿌리교육재단은 미국에서 자란 차세대 한인 학생들에게 모국 방문을 통한 정체성 탐구의 기회를 주고자 지난 2000년 설립된 비영리기관으로 매년 여름마다 모국연수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조진행 뿌리교육재단 회장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가르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모국연수단은 한국을 모르고 자라난 2세들에게 모국의 참다운 모습을 실제 보고 느끼게 함으로써 한인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하고 자신의 뿌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교육 기회다”고 밝혔다. 모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뿌리가 한국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된다는 것. 모국연수단을 다녀온 이후 한국에 대한 의식과 관심이 180도 바뀐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2000년 창설
뿌리교육재단의 창설 동기는 “한인사회 차세대 인물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적에 있다. 재단 설립자인 이정화 초대회장은 “이스라엘은 수많은 해외동포들을 국내로 초청해 민족의식을 고취시켜왔다. 우리도 이를 배워 차세대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뉴욕 일원 한인사회에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뿌리교육재단 창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2월 28일 맨하탄 뉴욕한인회관에서 뉴욕 일원 28개 한인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인 청소년 모국방문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이 이뤄졌고 참석자 전원이 동의하면서 그해 여름 한인 학생 40명의 한국 방문이 이뤄진 것이 뿌리교육재단의 시작이다.
뿌리교육재단 창립에는 당시 허리훈 뉴욕총영사의 전폭적인 지지도 한 몫 했다. 모국연수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한인 지도자들에게 적극적 지원을 약속한 것을 넘어, 본인이 직접 뉴욕마라톤을 완주하며 모금한 8만5,000달러를 재단에 기부했다. 이 기금은 재단의 출범 자산이 됐으며 한인 청소년들의 모국방문을 위해 쓰였다. 이후 재단은 지난 20년간 매년 한인 청소년들을 모국으로 보내 뿌리찾기 기회를 제공했다. 한인들은 전 세계에 걸쳐 살고 있지만 20년간 꾸준히 모국방문단을 운영한 기관은 뿌리교육재단이 유일하다.
■20년간 한인청소년 1,434명
지난 20년간 뿌리교육재단 모국연수단에 참가한 한인 학생들은 모두 1,434명. 재단은 여름방학 기간 중인 매년 7월마다 약 2주간 모국연수단을 운영한다. 참가 대상은 뉴욕을 비롯한 미 동부지역에 거주하는 8~10학년 고교생이다.
병영체험에 나선 뿌리교육재단 모국방문단 학생들의 모습.
모국연수단 프로그램은 ▲민족 분단 현실 인식 ▲첨단산업과 K팝 문화 등 한국의 현실 알기 ▲역사와 전통문화 배우기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땅굴 및 휴전선 인근 지역 방문과 1박 2일간 병영체험을 할 수 있다. 또 현대자동차와 광양제철소 등을 견학하며 첨단산업 현장을 체험하고, SM타운을 찾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K팝 등 한국문화를 즐긴다. 아울러 경주 불국사·석굴암·대릉원, 전주 한옥마을 등을 다니며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실제로 보고 체험하게 된다.
이에 더해 독립기념관과 국립박물관 등을 방문해 한국의 바른 역사를 배운다. 독립기념관을 찾은 학생들이 3.1운동 소식을 긴급하게 전한 외국 언론 기사를 읽으며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매년 모국연수단에서 반복되는 풍경이다.
권형석 뿌리교육재단 수석부회장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온 후 학생들간에 보고 느낀 것에 대해 토론을 한다. 뿌리 의식이 더 고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국연수단의 프로그램을 관리·운영하는 곳은 한국의 명문 고려대학교다. 모국연수단 학생들은 고대 기숙사를 숙소로 쓰며 고려대 재학생들이 멘토로 나서 한인 고교생들을 인솔하고 뿌리찾기 여정을 돕는다. 고대 정진택 총장은 뿌리교육재단 명예이사를 맡는 등 한인 청소년들을 위한 모국연수단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글로벌 리더 양성 헌신
뿌리교육재단의 활동은 모국연수단만이 아니다. 재단은 모국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후배들에게 경험을 나눠줄 수 있도록 매년 3월마다 뿌리포럼을 연다. 포럼에는 전년도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참석해 모국연수 이후 갈고 닦은 다양한 문화 공연을 펼치고, 모국연수를 통해 느끼고 배운 것을 발표하면서 후배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또 매년 4월에는 대학 진학을 앞둔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미 동부지역 명문대 탐방 기회도 제공한다. 학교 캠퍼스를 찾아 학교 관계자로부터 입학과 장학제도 등 각종 정보를 안내받는 것은 물론, 각 대학에 재학 중인 모국연수단 선배들로부터 생생한 대학 생활 경험담도 듣게 된다.
■창립20주년, 새 도약 선언
뿌리교육재단은 지난해 창립 20년을 맞았다. 재단은 지난해 9월 14일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열고 새 도약을 선언했다. 차세대 한인 인재 양성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는 재단 자체도 젊어지고 있다. 조진행 회장은 “재단 이사 27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명이 50세 이하 젊은 한인들이다”며 “뿌리교육을 위해 헌신했던 1세대의 노력을 후대가 이어받으면서 더욱 참신하고 활력있는 기관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모국연수를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뿌리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재단 역시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화 초대회장은 “과거 1990년대만 해도 한인들은 철저하게 미국인화 되는 것이 이민생활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한국을 접할 기회를 상실하고 조국을 잊어버리는 2세들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라는 의식이 커지면서 뿌리교육재단이 탄생할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재단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으며 이제는 젊은 한인들이 차세대들의 뿌리 교육에 앞장서고 있어 재단의 미래는 더욱 밝다”고 말했다.
권형석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해야할 일은 모국연수단을 다녀온 졸업생들의 네트웍 형성이다. 모국연수단 출신 한인들은 꼭 재단에 연락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뿌리교육재단 역대 회장 및 현황
▲현 회장 조진행 ▲이사장 이형노 ▲초대회장 이정화 ▲2대 안용진 ▲3대 신영수 ▲4대 박안수 ▲ 5대 이학수 ▲6대 최현호 ▲7대 조진행 ▲8대 전지웅
모국연수단 참가학생 1,434명
1월31일까지 신청접수… 60명 선발
■ 올해 21차 모국연수단 모집
뿌리교육재단 모국방문단 학생들과 재단 임원들이 한국 고려대 본관 앞에서 정진택(맨 뒷줄 가운데) 고려대 총장과 함께했다.
뿌리교육재단의 모국연수단은 올해 역시 계속된다. 오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10박11일간 진행되는 제21차 모국연수단에 참여하려면 오는 1월 31일까지 지원 신청을 해야 한다.
지원 대상은 2019년 11월 기준 8~10학년으로 지원서 접수는 재단 웹사이트(www.kayacny.org)에서 하면 된다. 재단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2월 15일 뉴저지 초대교회에서 면접을 실시해 모국연수단에 참여할 6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최종 합격자는 오는 2월 22일경 발표될 계획이다.
선발 기준은 ▲모국과 자신의 뿌리에 대한 열정 ▲성적·에세이·특별활동·한국어 능력 등이다.
참가 학생은 한국 왕복 항공권 비용만 부담하면 되고, 한국 체재비용 및 각종 연수비용은 뿌리교육재단과 고려대학교가 부담한다.
아울러 재단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11명의 장학생을 선발한다.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연수비용은 물론, 항공권 비용도 재단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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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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