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아프리카 나미비아 빈트후크 공항에 도착한 뮌헨행 루프트한자 전세기에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전 세계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불과 2달여 사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끝은 어디쯤일까. 지난 2월21일 인천을 떠나 4월1일 귀국 예정으로 아프리카 배낭 여행을 떠났던 이원복(64)씨는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3월24일부터 국경 봉쇄로 국제선 항공편이 끊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10일 이상 고립 되었다. 다행히 주 앙골라 한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4월4일 루프트한자 전세기로 독일 뮌헨으로 빠져 나와 프랑스 파리에서 대한항공편으로 가까스로 귀국해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4월21일 가족과 함께했다. 은퇴기념 여행으로 준비한 배낭여행 길에서 국제미아가 될 뻔 했다가 천신만고 끝에 귀국길에 올라 가족과 함께하기까지 그의 예상치 못한 여행 경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아프리카 배낭여행 마지막 일정 소화가 쉽지 않다
아프리카 들어온 지 4주째 그 동안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에서 야생 동물들을 눈앞에서 보고 빅토리나 폭포의 천둥 소리도 들어보고 이제 나미비아에서 붉은 사막만 보면 아프리카 여행 출발 시 생각했던 세가지 목표는 달성하는 셈이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몇 차례 예기치 않은 홀대를 받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나미비아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줄은 몰랐다.
버스로 국경 넘어 올 때도 동양인이라고 꼬치꼬치 따져 이미 아프리카 건너온 지가 4주가 되어간다고 해서 무사히 통과 되었는데도 수도 빈트 훅을 코앞에 두고 다시 검문을 하는데 심상치가 않다. 모든 승객들을 내리게 하여 짐 검사도 하며 특히 아시안인 나는 커다란 배낭을 그들 앞에서 열어 제쳐야만 했다.
두어 시간 조사 후 승객 몇 명을 내리게 하더니 어렵사리 통과를 시켜준다. 추측컨데 바로 당일 정부에서 국경 통제 지시가 떨어진 듯하다.
일단 어렵게 국경을 통과하자 더 이상 통제가 강화 되기 전에 얼른 3박 4일 붉은 사막투어를 갔다 왔다. 마치고 돌아온 빈투훅 시내는 아무런 일 없는 듯이 아직은 평온하기만 하다.
배낭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디든 그 나라 정보 공유 오픈 카톡 방이 있다.
남부아프리카 오픈톡 방도 그런 방이다. 남아공을 위주로 나미비아, 잠비아의 깨알같은 여행 정보들을 유용하게 활용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매일 코로나 소식으로 가득 채워진다. 얼마 전부터 남아공에 코로나가 급속히 번져 이제는 더 이상 비자 없이 남아공 들어가는 길은 불가능하다고 나온다.
할 수 없이 서울에서부터 예약해 두었던 3월25일 자 케이프타운 행 비행기는 포기하고 3월 24일자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어렵게 구입한다.
가격대가 급속히 상승한다. 더 이상 가격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돌아갈 수 있는 티켓이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23일 잠들기 바로 전 저녁 9시가 지나 이 메일이 들어오는 소리에 확인해 보니 당장 내일 아침 출발하는 서울행 비행기가 아부다비공항 사용 금지로 캔슬이 되었다는 메일이다. 야밤중에 벌떡 일어나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다른 비행기편을 찾아 겨우 예약하려 하지만 그조차 쉽지가 않다 인터넷이 느리고 자주 끊겨 몇 번을 신용카드 클릭해도 반응이 없다. 에티오피아 항공사지점으로 나가보니 본인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고 지점도 잠정적으로 닫을 예정이라며 더 이상 도와줄 방법이 없으니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보라 한다. 맞다! 그래 대사관, 그런데 나미비아에는 우리나라 대사관이 없고 앙골라대사가 겸임하고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볼 수도 없다.
그런데 다행히 항공사 지점장이 우리 앙골라 영사 명함을 가지고 있어 직접 전화 연결을 해준다. 잠시 통화 후 영사가 직접 카톡 방을 개설해 관련 대사관 직원과 이곳 나미비아에 남아 있는 여행객들을 초대하여 현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한다. 이미 여행객 몇몇이 이멜을 통해 문의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나미비아에 정식 대사관은 없지만 영사 협력관이라는 분이 있어 함께 카톡방에 들어왔고 또 UN에 파견 나와 있는 우리나라 젊은 친구도 함께 들어와 있다.
이곳 나미비아에 발이 묶인 여행객은 모두 아홉 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지만 카톡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TV에서는 3월 27일 24시부터 남아공에 이어 이곳 나미비아도 봉쇄조치가 발효되어 필수 불가결한 인원들의 이동 이외 모든 이동이 제한된다고 나온다.
오후가 되자 갑자기 카톡이 바빠진다. 내일부터 이동이 제한된다 하니 카톡방에 들어와 있던 젊은 친구가 본인 쓰기에도 부족할 듯한 고추장 된장 라면들을 여기저기 숙소에 돌아가면서 배달해 준다고 한다. 그것도 본인 차가 없어 상사와 함께 필요한 물품을 늦은 시간까지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혼자 UN에 파견 나와 근무하고 있는 친구인데도 단지 우리 국민이라는 이유로 힘들게 구했을 우리 음식들을 선뜻 나누어 준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도 또 다른 교민(목사님 사모님) 한 분이 우리 쌀과 김 라면 된장 단무지까지 커다란 시장 보따리로 가득 배달해준다.
이제는 차분히 3주동안 시간 보내는 방법만 연구하면 될 듯하여 예전에 조금 공부하던 스페인 인터넷 강좌를 신청하여 장기전에 대비하기로 한다.
가끔 마다가스카르 섬에 있는 우리 주민 26명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백명 가까이 에디오티아를 경유하여 국내로 들어갔다 하는 뉴스를 부러운 눈으로 지켜만 보고 우린 4월 16일까지 꼼짝없이 묶여 있어야 한다고 체념할 무렵 카톡방에 우리도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반가운 소식이 올라온다.
그동안 앙골라 영사가 각국 대사관과 연결하여 특별 전세기 편으로 함께 나가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었던 것 같다. 뮌헨출발 서울행 항공 편을 급히 구입한다 이제는 더 이상 가격은 의미가 없다. 내일이면 떠나는 날 그 동안 사거나 받아서 비축해 놓았던 음식물을 다시 돌려 주어야 할 시간이다. 받은 것은 많지만 더 보태 줄 것은 더 이상 사용할 일 없는 전기 밥솥과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
다음날 공항에는 이미 다른 숙소에 계신 분들도 와 계셔 목례로 첫인사를 대신한다.
수속을 끝내자 그 바쁜 와중에도 준비해 온 삼각 김밥과 커피를 내 놓는다. 만리타향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교부 직원들과 교민들의 세심한 배려에 모두들 따뜻한 마음 가슴 깊이 안고 가는데도 허그 한번 제대로 할 수도 없다.
뮌헨행 비행기는 앙골라에 잠시 경유해 자국민들을 더 태우고 늦은 저녁에 뮌헨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노숙한 다음날 아침 프랑스 파리로 짧게 이동하여 다시 긴 시간 대기한다. 저녁 9시 거의 정시에 샤르드 드골 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이 예정보다 30분 가량 일찍 인천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승객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4일 동안 자가 격리를 하거나 본인 비용으로 별도 지정된 장소에서 14일간 지내야 한다. 평소와는 달리 이민국을 통과하기 전 방호복을 입은 안내원들이 가이드를 해준다. 체온도 체크하고 자가진단 앱(사진 위 오른쪽)을 핸드폰에 깔고 보호자에게 전화를 직접 걸어 확인 후 통과시켜준다.
한국 공항에서 의무적으로 다운 받아야 하는 자가격리 앱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도 승객들 누구 하나 불평 불만없이 잘 따라준다.
우리나라 이민국 통과 시간과 절차가 가장 편리하고 빠른 줄 익히 알고 있지만 이런 추가 절차를 밟더라도 평소보다 5분이 채 더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그사이에 짐들은 벌써 나와 있다. 게이트를 빠져 나오니 평소와는 달리 맞이하는 사람들도 한산하고 별도 개인차로 가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곳에 모여 서울이나 수도권 승객은 별도로 마련된 버스를 타고 자가격리 하는 주소지 지자체의 보건소 앞까지 데려다 준다.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에 마련된 해외 귀국자 진단 임시 대기소의 모습
보건소에서 검진을 한 후 운전석을 비닐로 분리한 차량으로 각자의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철저한 격리 관리를 하고 있다. 검사는 생각보다 간단하여 혀 깊숙히 면봉으로 닦고 다음에는 면봉보다 가는 유연한 철사 끝에 솜 같은 것을 달아 코 속 깊숙히 넣어 체취하는데 잠깐 이물감 있지만 참을 만하다.
다음날 다행히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같은 비행기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이 내린 주변에 있던 사람이 확진자로 판명되어 특별관리자에 해당된다고 자가진단 앱에 체온과 기침 등 하루 한번씩 이상 여부를체크하여 자동으로 담당자에게 보고 해야했다.
지침을 준수하고 있음에도 하루에 두 차례씩 전화가 온다. 잠깐의 부주의로 감염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던 터라 더욱 조심스러워 진다.
지자체에서도 햇반, 라면, 김 등 식품들과 물, 휴지, 손 세정제등 많은 물품을 보내줘 너무나 감사히 잘 사용한 셈이다.
해외에서 앙골라 영사의 도움뿐 아니라 공항에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또 도착 후 모든 과정들이 '정말 우리나라가 확실하게 대처하고 있구나' 또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국가로부터 제대로 보호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다. 이런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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