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만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 회장(사진)
■ 팰팍 타운 세금 수십만달러 오·남용 보고서 발표이후
■ “정치기득권 개혁^ 쇄신 필요” 한인 주민들 한 목소리
■ 지역사회 변화 이끄는 주류로 자리매김해야
“내가 사는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인식의 전환과 주인 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뉴저지 최대 한인 밀집 타운인 팰리세이즈팍.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한인인 팰팍에서는 주민 권리 찾기 활동이 뜨겁다. 팰팍 타운정부 공무원들이 수십만 달러의 세금을 오·남용했다는 주 감사원의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팰팍의 한인 주민들은 “정치 기득권의 개혁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과거 팰팍의 한인들은 인구 수에 비해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 수년간 한인들은 지역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류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중심에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 권혁만 회장이 있다.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권 회장은 “정치 기득권에 좌지우지되는 팰팍의 문제와 그에 따른 주민들의 불이익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침묵하는 것이 아닌 나 하나만이라도 행동해야 한다는 소신이 많은 유권자를 대변하는 시민활동가로 변신한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평범한 시민에서 권력의 감시자로 변신
권 회장은 “팰팍에 12년 전에 이사왔다.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살고 한인상권도 발달해 이민 1세들이 살기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했다”며 “살기 좋을 곳이라는 생각에 많은 한인들이 모여 지금의 팰팍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팰팍의 현실은 처음 이사올 때와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기득권 정치 세력의 이익과 이해 관계에 지역 전체가 좌지우지되면서 일반 주민들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 내가 경험한 팰팍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권 회장은 2016년부터 유권자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한인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서는 정치력 신장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많은 한인 유권자들을 모아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을 수 있게 투표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특히 한인 언론 보도를 통해 주민 실생활과 관련이 큰 토지용도 변경을 제대로 여론 수렴 없이 통과시키려 한다는 문제를 알게 된 권 회장은 당시 팰팍 타운의회 회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표결 연기를 이끌어 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결국 타운의회는 이를 무시하고 논란이 된 토지용도 변경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유권자 활동이 절실하다고 생각했고 이 뜻에 동감한 수백 명의 한인 유권자들과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를 창립했습니다.
우리는 발로 뛰며 유권자를 만나고 변화에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쉬지 않고 외쳤습니다. 그 결과 지난 수년간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는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팰팍의 전체 한인 유권자 중 약 40%를 회원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 만큼 많은 한인들이 변화를 원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인 유권자들이 하나로 모여 권력의 감시자 역할을 하기 시작하자 팰팍에서 한인들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습니다.”
■개혁의 길은 끝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유권자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견제와 회유, 협박 등이 있었다. 일부 한인들까지 합세한 정치 기득권 세력은 나를, 그리고 우리를 어떻게든 와해시키려 했고 그 과정에서 아픔도 컸다”며 “하지만 이에 타협하지 않았다. 더 많은 한인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소신있게 한 표를 행사하려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18년 제임스 로툰도 당시 시장과 이에 도전했던 크리스 정 후보가 맞붙었던 시장 예비선거에 많은 한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권자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몇 달동안 팰팍의 약 2,200가구를 가가호호 방문해 투표 참여를 호소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한인 유권자들의 힘이 최초의 팰팍 한인 시장 당선이라는 전례없는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진정한 변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초 뉴저지주 감사원에서 발표한 팰팍 타운정부 세금 수십만 달러 오·남용 보고서가 팰팍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권 회장은 “행정관 등 타운정부 고위층의 과도한 특혜와 권력 남용 문제를 수 없이 지적해왔으나 구체적인 증거 등이 부족해 주민들의 변화 요구가 결실을 맺지 못해 왔다”며 “하지만 감사원의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문제가 드러난만큼 이는 팰팍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이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과 변화를 외쳐봤자 이를 대변하고 제대로 시정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시장과 시의원들이 외면하면 소용이 없다”며 “결국 행정관 등 고위공직자들의 권력 남용에 시장과 시의원들이 침묵하고 동조한다면 그들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들을 선출한 유권자들을 기만한다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팰팍 변화 위해 모든 한인들이 뭉쳐야
권 회장은 “주 감사원 보고서를 통해 시작된 팰팍의 시민운동은 이제 많은 한인들이 하나로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유권자협회와 함께 팰팍한인회·상공회의소·한인학부모협회·부패방지협회 등 팰팍에 존재하는 모든 한인 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팰팍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로 불타고 있다. 나 역시 그 일원으로서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살기 좋은 한인 밀집 타운 팰팍이 만들어질 때까지 쉬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권자협의회의 참 목적인 더 많은 유권자 등록과 참여, 투표율 향상, 젊은 한인 정치인 양성 등 한인 권익 신장 활동에도 꾸준히 매진할 계획”이라며 “소수계 이민자 사회는 뭉쳐야 목소리가 커지고 힘이 생긴다.
그래야 2세들도 한인 정치력 신장에 눈을 뜬다. 이를 위해서는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 하나 만이라도’라는 적극적인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인들에게 이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혁만 회장은
198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로 이민, 의류 제조판매업체를 운영했고 1999년부터 미국에 정착해 런드로멧 등 개인 사업체를 운영했다. 2010년 은퇴 후 천주교 신자로서 종교 활동 및 팰팍에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다. 가족으로는 아내 권연숙과 슬하에 아들 권대건 자유시민연합(ACLU) 이민자 권리 보호 담당 변호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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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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