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 57년과 분위기는 완전 딴판
▶ 여전한 일본 국민 반대와 방역 우려… 인류는 17일 후 승리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의 국립경기장에서 막을 올린다.
코로나19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고자 불참을 선언한 북한을 제외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속한 205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해당팀과 난민팀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해 열도의 폭염 아래서 기량을 겨룬다.
이번 대회 33개 정식 종목에 걸린 금메달 339개가 주인을 기다린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대회로 역사에 남는다.
코로나19가 출현해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를 휩쓸자 IOC와 일본 정부는 2020년 3월 24일 올림픽을 1년 후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그 사이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인류의 바이러스 퇴치전이 시작됐지만, 변이를 거듭하는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의 운명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IOC와 일본 정부는 각자의 셈법에서 타협점을 찾아 올림픽을 강행하기로 했다. IOC는 올림픽이 열리지 않을 경우 운영비의 73%를 차지하는 방송 중계권료를 받을 수 없어서, 일본 집권 자민당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 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자 각각 올림픽을 밀어붙였다.
결국 델타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에도 도쿄올림픽은 예정대로 열린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일 열린 IOC 총회에서 “올림픽 취소는 옵션에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이 개막하더라도 ‘축제’라는 이름을 붙이긴 어려워 보인다.
57년 전인 1964년, 아시아 대륙에서는 최초로 도쿄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으로 뻗어가는 일본의 기상을 만방에 알린 대회였다.
일본 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가 이어졌고, 일본은 올림픽 후 고도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망친 이번 대회는 그때와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치러진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70%에 육박하는 일본 국민은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안심·안전 올림픽 공약을 믿지 않는다. 8월 22일까지를 기한으로 올해에만 4번째로 발효된 긴급사태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일본 국민도 69%에 이른다.
도쿄올림픽 최고 등급의 후원사인 도요타 자동차가 올림픽과 연동된 자사의 TV 광고를 하지 않기로 한 장면은 상징적이기도 하다.
올림픽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올림픽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896년 근대 올림픽 태동 이래 연기된 최초의 올림픽, 그것도 전쟁이 아닌 감염병으로 미뤄진 첫 사례 등 불명예 첫 번째 딱지는 사실상의 첫 ‘무관중’ 대회로 이어진다.
일본 정부와 IOC는 변종 바이러스의 일본 유입을 막고자 해외 관중은 물론 확산 억제를 위해 일본 내 거주민의 경기 입장도 막았다.
도쿄 등 수도권 바깥의 일부 지역에서만 관중 입장을 허용했을 뿐 전 경기의 96%는 관중 없이 치러진다. ‘TV 올림픽’, ‘안방 올림픽’이 현실이 됐다.
개회식도 내외빈 1천명 미만만 초청해 열린다. 국빈급 개회식 참가자도 예상 밖으로 적다.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자신의 손으로 메달을 목에 건다. 메달을 깨물 수도 없고, 메달리스트끼리 가운데에 모여 사진도 못 찍는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때문이다.
올림픽 선수촌에서는 소수이긴 하나 거의 매일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다. 감염 클러스터가 될까 봐 걱정하는 이들은 IOC에 더욱더 철저한 검사와 방역을 주문하고 있다.
대회를 강행한 IOC와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증표로 삼길 희망한다.
관중도 없는 적막한 경기장에서 인생을 걸고 싸우는 선수들을 보고 인류는 뜨겁게 감동할까.
17일의 열전이 끝나는 8월 8일에는 바이러스를 이겨냈다는 승전가를 다 함께 부를 수 있을까. 궁금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7개 이상을 따내 종합 순위 10위 내 진입을 목표로 뛴다. 양궁 혼성단체전, 남녀 태권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이 열리는 24일이 한국 선수단의 골든 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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