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생일날 부모님과 뉴욕의 3대 스테이크 집 중 하나로 알려진 피터루거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음력으로 생일을 계산하시는 엄마와 내 생일이 이틀밖에 차이 나지 않던 이해에는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했던 날이었다. 동생이 업무로 한번 와본 적이 있다고, 정말 맛있다고 부모님과 함께 가자고 해서 갔지만 나는 이곳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나오면서 속으로 ‘이제 스테이크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혼자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점점 더 공고해지는 것 같다.
이날 이전 그리고 이후에도 사람들과 야외 혹은 집에서 스테이크를 종종 구워 먹고 있지만, 2016년 원주 구도심 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허름한 한우 숯불구이 집의 고기 맛을 본 이후 내가 생각하는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숯불에 한 점씩 얇게 쓴 고기와 더불어 여러 가지 야채를 곁들여서 먹는 방식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배불리 먹는 것보다 맛있게 먹는 게 더 중요해진 점도 있지만, 다른 것들을 고려해도 스테이크와 같은 과한 고기 소비문화는 줄어드는 게 인류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2018년 미국 다음으로 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브라질 고기 뷔페인 추라스카리아에서 여러 번 먹었는데, 이때도 든 생각은 가격도 싸고, 맛도 있고 배는 부르지만, 이렇게 매일 고기를 먹는 게 좋을까? 뭔가 더 쉽게 질리고 내 몸에도 지구에도 건강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최근 IPCC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가 우리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고 있다. 지금 당장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올해 경험하고 있는 미국 서부지역 이상고온 현상, 산불 그리고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뭄과 홍수들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소는 인류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이로운 동물이다. 밭을 갈고 지게를 지는 것뿐만 아니라 우유와 고기와 뼈 그리고 가죽까지 정말 아낌없이 사람들에게 베푸는 존재였다. 하지만 인간들이 고기를 과하게 소비하게 되면서 목축지를 늘리면서 숲을 태우고, 소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지구의 기온을 올리는데 다른 어떤 가축들보다 더 큰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 축사에서 배출되는 온갖 배설물들 또한 환경 수질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이유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되자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스테이크가 아무리 맛있게 구워도 숯불에서 한점 한점 구워진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훨씬 맛있고, 건강하고 여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도 더 좋다는 게 더욱 자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스테이크를 갈구하는 마음도 줄어들었고, 이게 주된 육류 소비 습관으로 유지되는 것은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동으로 옮기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지인들에게 내가 원주 시장 골목에서 맛본 한국식 숯불구이집을 같이 해보면 어떨까 이야기를 했는데, DC에도 미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 고깃집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세가 되는 시기가 곧 오리라 본다. 스테이크 소비문화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스테이크가 소고기 소비의 으뜸으로 취급받는 일은 곧 사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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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호성 국제기구 개발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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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글도 올리나 한국일보 한심하다
공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