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전우원씨가 전씨 일가가 떳떳하지 못한 돈으로 호화 생활을 했다고 폭로하고 나서 세간이 시끄럽다. 그는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씨의 아들로 뉴욕에서 꽤 오랜 기간 생활해온 사람이다. 퀸즈의 한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는 한국의 여러 방송사 기자들을 집에 초대해 십자가가 걸려있는 벽 아래서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방송인터뷰를 했다.
그는 한국의 대형 회계법인의 미국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전두환 일가가 어떻게 재산을 유지하고 현금화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털어 놨다. 그가 지인들과 가족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나니 쉴 새 없이 자신에게 연락이 쏟아진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서 군생활 당시 나쁜 짓을 한 위관급 장교들에 대해서도 폭로한 결과 지목된 사람들은 즉각 한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마약 사용자’와 ‘성범죄자’로 지목된 사람이 실제로 국방부와 공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공군 대위로 확인돼 전씨의 모든 폭로 내용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자 전씨는 할아버지 집안의 비자금 의혹, 돈세탁 과정을 자세히 밝히고, 자신도 죄를 달게 받겠다며 마약복용도 실제로 하고 나서 그로 인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부터 사람들은 자녀교육을 농사에 비유해 ‘자식농사’라고 불렀다. 논농사 밭농사도 힘이 많이 들지만 가장 힘들고 오래 걸리는 농사가 ‘자식농사’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기준이 모호하고 성공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기 때문 아닐까. 집안이 힘있고 재력이 좋다해서 저절로 자식 농사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여러 재벌가를 보면 자식들이 마약이네 뭐네 해서 물의를 자주 일으킨다.
자식농사 대박이라는 말이 있다. 주로 이름있는 대학에 들어갈 때 그런 말을 흔히 쓴다. 요즘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안정환씨가 자녀가 미국의 모 대학에 진학했다고 자식농사 대박 부모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전씨네도 자식농사 대박이 아닌가? 아들이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학과를 나와 대형 회계법인에 취직했으니 말이다.
자식농사 실패 이유는 부모의 자식농사 짓는 기술과 성공의 기준을 짓는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작은 씨앗이 열매가 될 때까지 부모는 매일 분주하게 아이의 몸과 마음을 경작하는 정성이 기본이다.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거의 20년간 입을 것,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삶의 철학과 방향을 가르치면서 거의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자식농사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보고 그대로 행동한다. 부모가 ‘자식 농사’가 아니라 ‘자식 장사’를 하려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는 어떻게 될까. 한때 한국에서는 자식 팔아 강남 빌딩 샀다는 부모의 이야기가 있었다. 2016년부터 시작한 보람TV라는 유튜브 아동 카테고리 1위 키즈 크리에이터의 사례다. 보람TV의 채널 구독자 수는 3천만명이 넘는다.
‘부모가 죄지으면 자식에게 간다’는 주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가 공감한다. 그런데 자식의 문제가 부모의 업보라고 말하면 대부분 부모들은 기분이 언짢은 표정을 짓는다. 자신들이 부모로서 잘 못한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책임은 절대적이고 끝없는 헌신이다. 그렇다보니 자식농사 성공이 어려운 건 당연할 일이다. 아무리 해도 자식농사는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전두환 대통령이 무슨 성인군자인가. 전씨 일가도 여느 집안과 같이 자식농사에 실패한 집일뿐이다.
아니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면 가정교육이 성공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까. 세상에 완벽하게 자식농사에 성공한 부모가 몇이나 될까. 확실하게 답할 부모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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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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