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스쿨 학생들이 졸업 후 가장 선망하는 세 가지 진로를 가리켜 ‘검클빅’이라고 한다. 바로 검사, 로클럭(law clerk, 재판연구원), 빅 로(big law, 대형 로펌) 변호사를 묶어서 부르는 그들만의 은어다. 그렇다면 미국 로스쿨생들의 선택지로는 어떤 게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우선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모든 졸업생이 변호사로 일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변호사협회의 작년 4월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로스쿨 졸업생은 예년에 비해 1,292명이 증가한 3만5,712명이었다.
이 중 75% 정도인 2만6,999명만 변호사로 취직했고, 나머지 약 10%는 변호사 자격증이 도움이 되는 직업에, 또 의외로 5% 정도는 무직 상태인 것으로도 집계됐다.
변호사로 취직하는 학생들은 각종 로펌이나 정부기관, 사내변호사, 로클럭, 검사, 비영리단체 등 여러 방면에서 일을 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명문대 출신들이 연방법원 로클럭과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호하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지만 이들 중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은 한국과 다른 점이다. 그 예로 2021년 졸업생 중 예일대 로스쿨의 19%, 하버드대 로스쿨의 12%가 비영리단체에 취직했다.
또 많은 이들이 미국에서 판·검사가 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한다. 판사는 일정 기간 변호사 경력을 갖춘 사람이 해당 정부기관이나 정당 등에 구직 신청 후 인터뷰나 선거 등의 과정을 거쳐 임용된다. 판사가 선거를 통해 임용되는 절차는 한국과 판연하게 다른 제도이다.
검사는 로스쿨 졸업 후 각 카운티나 주, 또는 연방 검찰청에 바로 응모하여 임용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처럼 중앙정부에서 일률적으로 검사를 선발,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고 각 검찰청마다 독자적으로 인재를 뽑는다.
신참 변호사들이 진로를 찾는 방법은 대개 학교 커리어센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명문대 로스쿨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해서 대형 로펌이나 고위 공무원으로 취직이 보장되지도 않고, 덜 유명한 학교라고 해서 대형 로펌에 취직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본인의 능력이 중요하고, 커리어센터에서 일하는 카운셀러의 역량, 동문들이 주로 어디서 많이 일하고 있는지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뉴욕의 대형 로펌에 취직을 원하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테네시 내쉬빌에 위치한 명문 ‘밴더빌트 로스쿨’(US 뉴스 랭킹 17위)보다 상대적으로 랭킹은 좀 낮더라도 뉴욕시에 위치한 ‘포드햄’(37위)이나 ‘카도조 로스쿨’(52위) 등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것.
출신교의 학풍도 무시할 수 없다. 뉴욕시 퀸즈 지역에 있는 가톨릭대학 ‘세인트 존 로스쿨’(Saint John’s University)의 졸업생들은 동문 선배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는 퀸즈나 롱아일랜드의 두 카운티에서 검사로 취직되는 경우가 많고, 개방적인 학풍으로 알려진 ‘뉴욕시립대 로스쿨’(City University of New York)생들은 뉴욕주 국선변호사 로펌이나 비영리단체 취직에서 강세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명목상 순위나 인지도보다 자신이 일하고 싶은 지역이나 분야에 따라 로스쿨을 고르는 것도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임 변호사의 연봉인데, 이것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뉴욕 기준 대형 로펌에선 대략 20만 달러+ 보너스를 받지만 소형 로펌이나 검사, 국선변호사는 5~6만 수준이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변호사의 평균 연봉은 14만8,030달러로, 23만5,930달러를 받는 의사나 16만7,160달러를 받는 치과의사보단 적고, 12만5,690달러를 받는 약사나, 11만8,040달러를 받는 전문간호사(nurse practitioner)보다는 조금 더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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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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