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맨하탄 나들이를 하였다. ‘트바로티’ 김호중 콘서트가 4일 오후 랜드마크 극장 비콘에서 열렸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 가수 대형 콘서트에 목말랐던 한인들이 대거 몰려 2,600석 극장이 3층까지 가득 찼다.
김호중은 클래식을 공부하고 트로트를 아우르는 노래를 해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자서전 ‘트바로티 김호중’(스토리베리 구성)을 보면 참으로 힘들게 살아온 그의 삶이 보인다. 어릴 적 부모의 이혼, 각각 재혼한 부모, 맞고 상처받고 서럽고 외로울 때면 기댈 곳은 오로지 할머니 품이었다.
2009년 음반가게에서 파바로티가 부른 노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이루고‘)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했다. 이 노래가 자신의 운명을 바꾸었다.
방황의 시기에 서수용 선생을 만나 정식으로 성악을 배우게 되고 ‘고딩 파바로티’ 유명세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파파로티’(한석규, 이제훈 주연) 까지 만들게 했다. 서수용 선생은 각종 콩쿠르에서 탄 상금과 후원금, 자신의 사비까지 보탠 통장을 만들어 김호중이 독일 유학을 갈 수 있게 했다
“ 어릴 때 식은 밥을 좋아했는데 그게 정말 맛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 갓 지은 밥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였다. 할머니 당신은 밥을 물에 말아 드실망정 내게는 항상 따뜻한 밥을 해주셨다.“는 고백처럼 할머니 덕분에 자신이 좀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2020년 미스터 트롯 결선에서 그가 부른 노래 ‘고맙소’는 스승과 할머니, 기타 고마운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온 정성을 다하여 불렀고 감동을 주었었다. “ 노래하는 사람 김호중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의 프라이드요 나의 가장 큰 기쁨이다.” 고 한 김호중. 그의 콘서트는 클래식과 트롯을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오후 김호중 콘서트가 열리는 비콘 극장 앞에는 시작 전부터 김호중 팬클럽 테마칼라인 보라색 옷과 모자, 스카프, 백을 든 중년여인들이 한껏 설렌 표정으로 가득 모여 있었다.
객석 앞부분에 몰려 앉은 수백 명의 여성들은 공연내내 보라색 응원봉을 흔들고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들은 한국에서부터 LA공연에 이어 뉴욕공연까지 보러 온 김호중 팬클럽 아리스(ARISS) 라고 했다. 현재 아리스는 한국과 해외에 약 14만 명의 팬으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에만 약 5,000명이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 뉴욕까지 올 수 있는 팬심을 생각해 보았다. 팬심(Fan心)은 어떤 대상을 향한 팬의 마음을 뜻한다. 아마 이들은 아내로 엄마로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남몰래 받은 상처와 외로움을 풀 데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힘들게 살아온 김호중의 노래에 위로받고 힘을 얻었을 것이다. 이들은 김호중을 아들처럼, 손주처럼, 친구처럼. 오빠처럼 살뜰히 챙긴다고 한다.
과거 70년대 말에서 90년대까지는 조용필에서 서태지에 이르기까지 오빠 부대의 원조들이 있었다. 오빠부대, 소녀 팬, 삼촌 팬, 누나 팬 등 아줌마 팬, 이모 팬까지 등장했다. 요즘 팬들의 연령층이 높아졌다. 30대 이상 50대 이상 연령층 팬들은 10살~3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연하의 스타를 한번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하는 충성도가 높다고 한다.
스타의 콘서트는 물론 팬클럽 모임에 참여하고 팬 사이트에 글이나 댓글을 달고 앨범 포스터 사진집을 구매한다. 팬클럽 회원들끼리 한 스타를 중심으로 결집하니 마음이 통하고 콘서트장이나 사인회에 함께 가면서 돈독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
솔직히 그렇게 순수하게 빠져드는 팬심이 부러웠다. 늘 객관적으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미지근한 것은 사양하고 적당히 따뜻한 거리를 유지해온 본인으로서는.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한 구절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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