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하고 실시한 미 대통령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35%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인물이 있다. 트럼프가 포함된 설문에서는 트럼프가 7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지만 최소한 공화당에서는 충분한 지분이 있는 젊은 경쟁자 론 디샌티스였다.
트럼프는 이러한 추세에 응답이라도 하듯, 지난해 다시 대선에 출마할 경우 디샌티스를 러닝메이트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두 사람은 몸이 붙은 샴쌍둥이로 여겨질 정도로 이념이 같다고 한다. ‘트럼프 아바타’니 ‘리틀 트럼프’니 라는 별명까지 가진 디샌티스는 거침없는 보수성향 정책으로 이미 공화당내에서는 대선 잠룡으로 급부상한지 오래다.
특히 트럼프가 권자에서 물러난 입장에서 그 공백을 반사 이익으로 채우고 있는데다, 요즘은 트럼프가 여러 가지 혐의로 기소가 되다보니 그의 이름이 또 다시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민주당의 젊은 피라면 디샌티스는 공화당의 젊은 피였던 것이다.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 출신이다.
트럼프를 적극 밀었던 공로로 2018년 플로리다주 주지사 공화당 후보가 된 그는 재검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앤드루 길럼 민주당 후보를 0.41%포인트 차로 제쳤었다. 그 결과 미국 최연소 주지사로 당선된 것이다.
플로리다 잭슨빌 태생의 그는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해군 장교와 검사 생활을 한 전형적인 엘리트다. 주지사로서 낙태 금지, 초등학교 동성애교육 금지 등의 보수 정책으로 트럼프와 정치적 노선을 같이 하고 있는 인물이다. 얼마전 플로리다 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1∼3학년 교실에서 성적 정체성에 대한 수업을 금지하는 이른바 '부모가 결정하는 교육 권리법'에 서명했다.
또한 디샌티스 주지사는 학교내 아동 마스크 의무화 정책이 부모 권리에 위배된다고 선언했다. 플로리다의 67개 교육구는 학부모의 동의 없이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시켰던 상태에서, 그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둘러싼 의료 선택권을 옹호한 것이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말라는 주지사의 행정 명령을 거부한 교육구 내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중지해버렸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화끈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디샌티스는 페이스북, 구글,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공룡 테크기업들이 보수 여론을 검열하면서 미국의 상징인 자유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강변한다. 디샌티스의 또 하나의 특이한 이력이라면, 1991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미국대표팀 멤버였다. 아마도 승부근성의 유전자는 트럼프 못지않은 모양이다.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그를 2024년 미 대통령감으로 꼽았다.
현재 트럼프는 대배심이 기소 결정을 내리자 자신은 무죄라며 기소여부와 상관없이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의 말이 현실화된다면 틀림없이 허수아비가 아닌 공격적인 성향의 디샌티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가뜩이나 벼르고 있는 전국의 보수 유권자들은 드라마틱한 2024년 대선 역전승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트럼프의 범죄 혐의가 너무 많아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어 어떤 결과로 진행될지 두고 볼 일이다. 트럼프는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미 정계는 조만간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설마 이것이 될까 말까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트럼프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과연 떠오른 젊은 기수 디샌티스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트럼프의 기소가 오히려 그에게는 더 호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트럼프와 디샌티스, 이 둘 사이에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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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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