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만물은 늘 변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산하도 변하고, 영원의 상징 같은 바위도 세월이 흐르면 비바람에 마모가 되어 언젠가는 작은 돌로 변하고 흙으로 변한다. 생명체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다음 생명을 잉태하고 늙고 죽는다.
인간이 만든 문명도 그렇게 탄생해서 발전하고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새로운 문명이 탄생한다. 우리는 이것을 기록하고 역사라고 부른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늘 교훈을 찾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하여 준비하고 노력한다.
미주 한인들이 발딛고 서있는 이땅은 이민자가 건설하고 다인종 다민족이 모여 살고 있는 나라다. 후발 이민자로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하여 우리는 누구보다도 다른 이민자들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거울삼아서 우리의 미래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후발 이민자들은 언제나 먼저 와서 자리잡아 토박이가 된 세력들에게 설움 받고, 때로는 빼앗기기도 하는 억울한 일들을 대부분 겪었다. 이른바 후발 이민자들의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1900년대 이전에 미국 땅을 밟았지만 아이리시와 이탈리안들도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뿐만 아니라 이들보다 더 일찍 왔지만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은 민권운동을 통하여 스스로 평등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동등한 지위를 획득하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 특히 중국계, 일본계도 비교적 일찍 미국에 왔지만 차별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1868년 중국인 배척법으로 중국계 이민을 금지했고, 이후 1924년에는 모든 아시아계 이민마저도 금지하였다.
일본계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후 모조리 붙잡혀 와이오밍, 콜로라도, 아칸소 등의 수용소에 갇히는 대우를 받았다. 중국인 배척법은 일본에 대항하여 연합군이 만들어지면서 1943년 폐지되었지만 중국인에 대한 연간 쿼터 105명만 허용하였고, 다른 아시아계 이민은 1965년 새로운 이민법 이후에나 허용이 되었다. 이러는 과정에서 미국내에 거주하고 있던 아시아계에 대한 집단적이고 광적인 차별은 일상적으로 가혹했다.
매년 돌아오는 4월 29일은 미주 한인 이민사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23년 4월 29일은 1992년 4월 29일 LA에서 발생한 4.29 폭동 31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 때는 참혹했고 땅을 치고 가슴을 쳤지만, 돌아보니 미주 한인들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하는 전환기가 되었다.
낯설은 미국 땅에 와서 열심히 일해서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는데, 피땀으로 이룩한 모든 것들이 한순간 잿더미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다민족 다인종 사회인 미국이 상상 속의 천국이 아니라 심각한 빈부의 격차가 있고, 나의 잘못이 없어도 조금만 방심을 하면 인종갈등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우린 그날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아무도 우리를 대신해서 지켜주지 않는다는 엄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 한인으로서 함께 울분을 토했던 청년 세대들이 커뮤니티 정치력 신장과 정체성 교육을 통해서 미국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난 30년 동안 한 결과 이제는 4명의 한국계 연방정치인이 탄생했고 수많은 주 정치인과 시 정치인들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제 한인 커뮤니티는 다음 세대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사회 속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넘어서 인정받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를 향해서 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끼리만의 한인단체와 회장이 아닌 주류사회 속에서의 한인단체이면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될 2세대들이 커뮤니티 주도 세력이 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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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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