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독자 기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동유럽 여행기’
나이 들어 무슨 여행 취미 생활하느냐고 투덜대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여행은 끝없는 배움의 연속이고, 몰랐던 역사를 아는 소중한 시간으로 행복한 삶을 찾고 느낄 수 있어 좋다.
화창한 봄 햇살을 받으며 9시간의 비행으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도착했다.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넓은 평야에 우뚝 서있는 풍차(wind wheel) 1,500개가 돌고 있는 모습을 보고 풍차의 나라로 착각할 정도였다.
또한 가파른 삼각형 모양의 집들이 들어선 농촌의 풍경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동화 속의 그림 같았다.
# 헝가리
3시간 버스를 타고 천만명이 살고 있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당도했다. 최고 전망대라고 하는 시타텔라와 18세기에 지어진 부다 왕국을 비롯하여 17세기 후반 경제의 산실이 되고 르네상스 문화의 건축물로 잘 정리된 이슈트반 성당, 시민광장, 영웅광장들을 둘러보았다. 부다 왕궁의 도시는 다뉴브 강의 도도한 흐름을 내려보는 그림 같은 요새지역에 있다. 중세의 찬란한 왕족과 귀족들의 신앙 중심지로 한곳에 민족의 문화와 역사적인 유산으로 남아있다.
특히 독일에서 크로아티아로 이어지는 7개의 나라를 흐르는 다뉴브강 크루즈 여행 때 한인의 아픔을 품고 있는 강이라고 해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예술가와 조각가, 음악인들의 주옥 같은 작품으로 만들어진 강변의 유적과 풍경의 매력은 감동이었다.
#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4시간의 버스여행도 지루하지 않았다. 동유럽의 알프스라 불리는 타트라 산맥은 눈으로 하얀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듯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중간 중간에 아름다운 전원 주택들이 즐비해 있어 환상적인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고, 눈이 녹아 호수에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들도 들을 수 있는 지상 낙원 같았다.
# 폴란드
유럽의 최대의 소금 광산이라는 폴란드 비엘리치카로 이동했다. 372계단으로 지하로 내려갔는데 큰 통나무로 벽을 쌓아 올린 동굴 같은 광산이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소금이 나왔을까? 의아해하고 신기하게 여기면서 한없이 걷고 있는데 광산 속에서 산울림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울림이 음악 홀로 착각 될 정도의 신기한 별천지의 소금광산이었다.
소금 광장을 관람 후 옛 폴란드의 수도 크라쿠프로 갔다. 높은 언덕 위의 성벽에 둘러싸인 바벨 성과 성모마리아교회, 시장광장은 모두 돌로 만든 타일이 길에 깔려 있어 발바닥을 자극시켰다. 이런 길에 전동차와 자동차는 아스팔트 길을 달리듯 이용하고 있었다.
2차 대전시 가장 규모가 큰 아우슈비츠 비비르케아우 나치 수용소는 독일 경찰이 독일 제3국의 영토로 편입시켜 폴란드인을 수감 하기 위한 곳이었으나 1942년에 나치 제국에 반대한 정치인, 지식인, 종교, 경제, 사회계의 엘리트 계층 및 유태인의 감금과 학살 장소로 탈바꿈했다. 연령, 성별, 직업을 불문하고 병자, 노약자, 임산부, 아동 등을 오로지 유태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단 학살시켰다. 이 수용소의 수감자들은 강제 노동, 가혹행위, 전염병, 고문, 사형, 생체실험으로 모두 사망하고 가방, 신발, 머리카락, 가전용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외부와의 접촉을 금지하기 위해 2중으로 된 전기 철조망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처참하고 참혹한 수용소를 2시간 30분 관람하고 나니 말문이 막혔다. 밖에서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 체코
3시간 버스를 타고 체코의 수도 프라하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중세 유럽의 웅장하고 섬세한 건축물인 프라하 성과 예술의 다리로 한눈에 볼 수 있는 천문학 전문시계탑이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가 되어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관광지로 복잡하지만 아름다움으로 감동시키는 도시이다.
특히 프라하에는 거대한 성당과 옛 성터에 지금 대통령이 집무실로 쓰고 있는데 묵직하고 믿음직한 보리수나무들이 많이 눈에 띄는 영화 속의 도시 같았다. 더욱이 현대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2만 명의 일자리가 늘어 한국말 인사를 나누는 주민을 가끔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 식당, 숙박시설, 화장실
동유럽의 여러 작은 나라들이라 시차가 없어 편리했지만, 약간 다른 음식문화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가는 곳마다 신선하고 풍족한 음식에 만족했으며 호텔과 식당의 내부 장식들은 특색을 갖고 잘 꾸며져 있어 항상 즐거운 식사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행 중 nature calls me(자연의 현상으로 화장실 가고플 때) WC 라고 쓰여 있는 화장실에는 사용료가 0.5-1.00 유로(Euro)를 지불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 체코에서 독일로
예정에 없었던 독일여행 중 7일 동안 국경을 지날 때마다 이웃집 드나들 듯이 아무 검문 검색없이 지났는데 갑자기 독일에서 3명의 경찰관이 나타나 국도에서 우리 모두 검문 검색과 패스포드 검사를 받았다. 가끔 무작위로 검사를 한다고 하지만 이번 6개국 방문에 뜻하지 않았던 일이 독일에서 있었다.
# 오스트리아
다시 우리는 화려한 고딕 양식의 교회와 중세 유적, 저택이 즐비한 음악과 예술의 도시 비엔나로 이동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잘츠부르크는 역시 중세의 향기가 가득한 낭만의 도시다. 특히 눈부신 호수와 알프스 산자락의 동화속의 풍경을 그려 놓은 것 같았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생가와 고향인 ‘미라벨’ 정원을 둘러싼 작은 도시의 붉은색 지붕들은 고귀하고 품위있는 양식으로 잘 보존되어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시내에 들어오니 4-5층의 건축물은 모두 한 폭의 그림처럼 똑같은 모양이다. 고딕양식의 중세 주택들은 모두 다른 모형과 조각품을 넣어 만든 최고의 인간작품의 도시로 여겨졌다.
세계에서 아름다운 호수 중에 하나인 볼트 강의 옥빛호수와 알프스의 동화 속에 나오는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이 환상적인 환경 분위기, 현대식 최첨단 건물처럼 보이는 세계 문화유산들이었다.
호수가의 길겐 마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1,500m 정상에 오르니 도시 전경은 꿈 속에 있는 듯했다. 1시간 배를 타고 모차르트 음악가의 외가 마을을 돌아보니 역사적인 예술과 음악의 도시임을 실감나게 했다.
# 국립 묘지
오스트리아 국립묘지는 음악가, 정치가, 유명인사들이 묻힌 곳으로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스트라우스 등 대 음악가들의 묘지가 함께 모여 있다. 모두 다른 모형의 비석과 조각품으로 죽은 자의 뜻을 그려놓은 예술작품의 종합 묘지였다.
# 벨베데레 궁전
좌우가 같은 모양으로 지어진 함부르크 왕가의 궁전 내부의 관은 1,441개 객실에 전시 되어있다. 옛 왕족의 생활과 가족 관계 등 당시의 모습이 그림과 조각으로 남겨진 살아있는 별장박물관처럼 보였다. 사진 찍는 것이 금지 되어 있어 아쉬웠지만 고대 오스트리아의 찬란한 문화를 볼 수 있어 감명을 받았다. 잘 정리된 정원은 친환경 조경에 특이한 조성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동유럽은 예술 문화의 산지이며 호화 찬란한 문화 예술의 국가임을 잘 보여 주고 있지만 그 당시 백성들의 고통과 슬픔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숙연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21세기에 관광사업의 성공적인 유물이 되어 모두 만끽하고 있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100세 시대에 사는 우리 세대는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
이진/ 페어팩스,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