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겁내지 않는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 용기라고 사전에 적혀있다. 겁내지 않는다고 다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두려움을 알면서도 이에 맞설 수 있는 힘, 실패했어도 무언가를 해보았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힘 또한 진정한 용기다. 이게 오만과 다른 점이다.
세상에 알려진 용기있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은 더 많다. 타인의 손에 이끌리지 않고 스스로 정신과의사의 진찰실을 찾는 환자도 용기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용기있는 사람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않는 유연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주위 상황의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잘 세운다. 정직하고 인내심 많고 협동정신도 강하다. 의사에게 고쳐달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상호신뢰를 쌓은 후 함께 치료과정에 동참한다. 그래서 용기는 치료의 시작은 물론 치료 효과를 포함한 전 과정에 도움을 준다.
“죽을병도 아닌데 왜 지금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해.” 불만에 가득 찬 약혼녀의 볼멘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한 달 앞둔 바쁘고 중요한 시기에 갑자기 정신과의사를 만나보겠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결혼이 두렵고 불안하고 겁이 났다. 주거지 마련, 미지의 결혼생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를 괴롭혔다. 가끔 파혼할까도 생각해보았으나 그럴 수도 없었다. 직장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실수도 자주 저질렀다. 기분이 우울해 사람 만나기도, 말하기도 싫었다. 어느 날 면도를 하다 거울에 비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이 심히 초라해 보였다. 모든 걸 포기해버릴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자 의사한테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근심, 걱정, 불안을 안고 사는 게 우리네 삶이다. 걱정, 불안은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보편적 감정이나, 진실하고 의미있는 삶의 추구는 흔히 불안, 고통을 동반한다. 불안은 이렇게 양날의 칼과 같다. 우리는 내가 누구라는 자신의 영상(Self image and identity)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지만 삶의 여정 중 큰 장벽에 부딪치면 자신의 영상이 흐트러져 두렵고 불안해진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상황을 외면하거나 피하거나 무시해버린다.
무슨 이유든 스트레스가 생기면 우리의 몸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대응을 한다. 생물학적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이어지는 생리 축에 의해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콜티졸과 노올에피네프린이 분비된다. 심리적으로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진정시킨다. 사회적 대응은 지치고 무기력함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도록 만든다. 이 3가지는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한다. 즉 우리 몸의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반응은 치유의 한 스펙트럼 상에 놓여있는 셈이다.
최근의 정신과 치료경향은 환자들에게 약물치료를 권장한다. 약이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면 소통과 상담에 중점을 둔 심리치료가 병행돼야하며, 운동 취미활동 같은 긍정적 생활습관으로 이어져야 된다. 정신과 치료는 괴로움을 안겨주는 정서적 증상을 줄여줄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고 누군가가 지지해주고 있다는 정신적 안녕감과 행복감을 높여준다. 또 어렸을 때 경험한 주요 대상과의 관계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마음의 힘을 길러주어야 된다.
앞에 언급한 환자는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상실한 듯싶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극복 방안을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이 경제 사정과 대상관계 갈등인 듯싶으니 그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먼저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진정제와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정신치료는 환자의 사고, 감정, 행동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인지행동치료와 정신역동치료가 좋다.
용기 있는 사람은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적다. 일단 걸렸어도 정신과의사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환자가 직장일도 열심히 하고, 정해진 날에 결혼할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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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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