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전 일식당 오픈, 부푼 아메리칸 드림
▶ 묻지마 총격에 비통…주민들 애도 모금 나서
시애틀에서 일식당을 운영하여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한인 1.5세 부부가 대낮에 차를 타고 가다 무차별 총격을 받아 임신 8개월의 부인과 태아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본보 15일자 A1면 보도)과 관련 피해 가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한인사회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사건 당시 운전석 옆 좌석에 앉아 있던 가장 권성현(37)씨는 총격이 발생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운전석의 아내 권이나(34)씨를 보호하려고 몸으로 감싸 안았다가 팔 등에 총상을 입었으며, 아내와 출산을 앞둔 둘째아이를 졸지에 잃고 두 살 된 아들과만 남게된 참극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5일 현지사회에 따르면 임신 8개월이었던 숨진 권이나씨는 사건 당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아부리야’(Aburiya) 일식집의 문을 열기 위해 출근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일을 하기 위해 두 살 난 첫째 아이는 지인에게 맡겼다.
이들 부부는 두 달 뒤 태어날 둘째 아기와 함께 만들어갈 행복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의 꿈이 익어가는 일식집을 불과 1마일도 남겨두지 않고 신호대기 중이던 이들에겐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직접 운전을 하던 권씨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용의자가 난사한 총탄에 머리와 가슴 등을 맞고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권 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둘째 아이 분만 수술을 받았지만 아이도 숨지면서 네 식구의 행복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미국 영주권자인 이들은 5년 전 어렵게 이 일식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일식집을 마련한 뒤 2년이 지나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며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이들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버텨냈다. 딸의 사망 소식에도 한국에 있는 권이나씨 부모는 사정이 있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총격 사건으로 하루 아침에 부인과 뱃속에 있던 딸을 잃고 본인도 팔에 총상을 입은 남편 권성현씨는 식당 일을 하는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시간을 쪼개 한인 사격동호회에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권이나씨에 대한 추모와 애도도 넘쳐나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일식집 고객이나 이웃 상가 등 권씨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권씨가 항상 베풀기를 좋아하고 늘 웃음을 웃는 천사였다”고 기억했다.
숨진 권씨의 친구는 유가족 돕기를 위해 만든 ‘고펀드미’ 모금 페이지에서 “사건 당시 남편 권시는 본능적으로 임신 8개월이 된 아내를 꼭 껴안아 팔에 총을 맞았다”며 “남편은 아내를 보호했다고 믿었지만, 불행히도 아내는 4발의 총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남편은 차에서 내려 아내에게로 다가가 자신의 옷을 찢고 응급처치를 하다 또 다시 총을 맞고 길가에 쓰러졌다.
남겨진 부부의 첫째 아들은 곧 세 돌을 앞두고 있는데, 아직 엄마의 죽음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권씨의 친구는 “몇 주 뒤면 첫째 아들의 생일인데, 아이는 엄마와 뱃속에 있는 여동생이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시애틀 경찰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차량 안에 있던 한인 부부를 향해 묻지마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흑인 남성 코델 구스비(30)로 밝혀졌다. 용의자는 살인, 폭행 및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킹 카운티 교도소에 구금돼 있다. 용의자는 킹 카운티에서는 전과가 없지만 일리노이주 시카고 쿡 카운티에서는 폭행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부가 운영해오던 일식집 앞에는 많은 주민들이 애도하기 위해 가져다 둔 꽃다발, 편지 등이 놓여있고, 시애틀 한인사회에서는 권씨 가족을 위로하고 돕기 위한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후원사이트 ‘고펀드미’에 유가족을 위해 마련된 모금 페이지(gofund.me/6954e160)에서는 15일 오후 7시 현재 총 6만2,000달러 후원금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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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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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너무 안타깝네요. 편히 잠드시길...
어쩌다가 미국이 이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문제해결은 뒤로하고 정치인들은 정쟁만 일삼고 시민들은 생지옥에서 살고 있으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