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유한한 삶을 인식하고, 사후의 세계를 상상했다.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사후세계 진입과정으로 여겼다. 언어가 인간사회를 만드는 내용이라면, 규격화한 의례는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형식이자 틀이다. 그 과정 후, 그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인간만이 장례를 치룬다. 그것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한 예다. 인류는 그 의식을 통해 동물과 구분되며, 문화를 창출해왔다. 최초의 장례의례는 약 12만 년 전 아프리카의 네안데르탈인 매장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장례형태는 나무 위에 안장하는 수장, 독수리에게 먹이는 천장 등이 있지만, 매장과 화장이 주를 이룬다. 장례문화를 통해 그 지역문화를 알 수있다.
유교는 타종교에 비해 내세관이 분명치 않다. 공자는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냐”고 말했다. 유일신 신앙을 갖고 있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는 신의 도움으로 천국에서 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교와 힌두교는 윤회와 업이라는 개념으로, 유일신 종교의 직선적 시간개념과 다른 순환적 시간개념을 갖는다. 불교와 힌두교는 우주본질을 브라만, 인간본질은 아트만이라고 부른다. 그 둘이 동일함을 깨닫는 것을 범아일여(梵我一如)라 하는데, 이에 이르면 윤회와 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유교문화권에서는 매장을 하며, 힌두교와 불교문화권에서는 화장을 한다. 인도의 대표적 화장장소인 갠지스강가 바라나시는 힌두교 성지로 해마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한다.
강에서 목욕하면 업을 씻을 수 있다고 하니, 한쪽에서는 목욕, 다른 곳에선 화장한 시신을 뿌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티베트 천장은 독수리에게 시신을 내주는 장례풍습이다. 험한 자연환경과 독수리 신앙때문에 가능한 풍습인데, 독수리따라 망자 영혼도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다.
이집트의 멤피스와 기자지역에는 사원, 피라미드 등 유적이 많다. 이집트 왕은 왕좌에 오르면 자신의 무덤인 피라밋을 짓기시작한다. 그들은 사후세계를 믿었기 때문에, 시신 보존 위해, 미라를 만들었다. 무덤 안에는 ‘사자의 서’, 다음 생의 풍족한 삶을 위해 음식, 옷 등을 매장했다.
BC 13세기 휴네페르의 ‘사자의 서’는 이집트인이 사후세계의 통과의례를 적은 문헌이다. 그 ‘사자의 서’에는 죽은 자가 자칼 가면을 쓴 심판관 손에 이끌려 천칭 앞에 선다. 천칭 왼편에는 망자의 심장이, 오른쪽에는 타조 깃털이 올려져있다. 그들은 사람이 사는 동안 저지른 모든 행위는 심장에 저장된다고 믿었다. 타조의 깃털은 우주의 질서인 마아트(Maat)를 상징한다.
그것은 중용과 유사하며, 인간 고유임무이며 행동 준칙이다. 만약 추가 평형을 유지 못하면, 괴물 ‘암무트’가 그를 삼켜버릴 것이고, 평형을 유지한다면, 그를 부활의 신 ‘오시리스’ 앞으로 데리고 가며, 망자는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된다.
인간은 태어나고 죽는다. 수명연장은 이뤘으나, 죽음을 벗어나는 방법은 아직 얻지못했다. 인간이 망자의 장례를 치러주고, 추모문화를 만든 것은 스스로 유한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이를 통해 삶을 고민하고 성찰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유교에서는 인간이 혼(魂)과 백(魄)으로 구성되며, 죽음은 그 둘이 분리되었음을 의미한다. 유교장례에는 지붕위에 올라 죽은자의 혼을 불러들이는 고복(皐復)의 절차가 있다. 태조가 한양천도 후, 세운 종묘는 조선왕조 왕과 비를 모시는 사당이다.
이는 조상신 숭배 유교적 전통과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교의 49재 또한 죽음관을 반영한다. 49일째 되는 날에는 인간,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것인지 결정된다고 믿는다.
‘공들인 삶은 죽음이 다가올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고 했던가! 이집트 ‘사자의 서’에서, 신은 사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임무를 잘 알고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습니까?” 붉은 노을이 아름다운 한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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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남/변호사·15대서울대미주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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