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랩탑을 열면 ‘역이민’ 뉴스로 꽉 차 있다. 역이민, 틀리는 말은 아니지만 1960, 70년대부터 미국에 이민 온 우리에게는 ‘돌아가는 사람들’ 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우리는 그때 이민보다는 대부분 방문 비자를 받고 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민은 바다 건너 먼 하와이 등지로 식구 모두를 데리고 고국을 영영 떠나는 것으로, 이민 선입견이 좋지 않았다.
언어 소통도 안되는 낮선 나라에 가서 어떻게 살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민은 아닌 것 같았다.
미국이 태평양 전쟁을 끝내고 우리나라를 일본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어 좋다 했더니 6.25가 일어났고 38선이 생겨 나라가 반쪽이 된 남한 사람들은 언제나 전운 분위기인 사회에서 불안을 느꼈다.
어디론가 가서 살고 싶어졌다. 그곳이 그래도 우리를 해방시켜 준, 풍요로운 미국이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멀어서 잘 가지 못한 우리가 지구 정반대편인 먼 미국에 가 사는 것을 백번도 더 생각해 보아야 했다. 그러다가 결국 혼자 입국 비자를 받고 미국에 왔고 몇 년 걸려 영주권 받고 식구들을 데려와 우선 아이들 학교부터 보내었다.
어느덧, 40~50년 미국에서 살아온 1세 우리들, 지금은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행복하다고 하기보다는 잘 지내고 있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 그 세월이 자리 잡고 편히 사는 지금보다, 하고 싶어도 또 할 수 없는 그때가 행복했던 것 같다고들 말한다.
왜 그럴까, 그런 것이 인생인 것 같은데, 지금 사람들이 떠드는 ‘역이민’ 붐도 그런 것 같다. 이에 가장 마음을 들뜨게 되는 이들이 노년층이라고 한다.
영어가 아직도 서툴러 내 나라 같지 않고, 여행을 가고 싶어도 자동차 운전이 그전 같지 않은데, 한국은 지하철로 먼 곳까지 그것도 노인들은 무료 승차라니 내 나라 되돌아가서 살고 싶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가 봤지만 적응이 잘 안되어 돌아오는 사람들 또한 많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곳도 적응이 되는 시간이 필요한데 금방 되돌아와서 한국도 미국도 삶의 만족도를 잃은 이를 가리켜 ‘태평양’ 이라 부른다고 한다.
평범한 삶을 위해 깨달음을 갖게 하는 고어에 ‘행(行)하면 업(業)을 쌓고 보(報)를 받게된다.’가 있다. 살면서 무엇이 잘 안되고 힘들 때 한 것을 괜히 했나 싶어 후회하게 된다. 무엇을 하기 전에 심사숙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언제나 무엇을 깨달으면서 산다. 깨달음 하면 종교나 철학을 먼저 연상하지만 작은 깨달음부터 큰 깨달음이 있다.
지금 이 어려운 시점에 조국에 다시 되돌아가서 여생을 보내야 할지 말지 누구와 상의할 문제도 아니어서 혼자 어려움을 겪는다면 큰 깨달음을 찾아 늦게라도 깨달아야 한다.
중국 화엄초조 두순(杜順)의 법신송이 있다. ‘회주의 소가 풀을 뜯어 먹고 익주의 말이 배탈이 났으니 천하의 의원을 찾아 돼지 뒷다리에 뜸을 뜨라.’- 깨닫지 못하고 보면 소는 소, 말은 말, 돼지는 돼지가 각각으로 보이고, 회주와 익주도 다른 땅으로 보인다.
그러나 깨닫고 보면 소, 말, 돼지가 모두 같고, 회주나 익주는 하늘 아래 한 땅으로 본다.
이렇게 막힘 없고 걸림 없는, 깨닫고 큰마음으로 바뀌게 하는 계송이다. 이런 계송으로 깨닫고 보면 미국 사람, 한국 사람 또 어느 나라 사람이든 다 같은 사람들이다.
미국 땅이나 한국 땅도 하늘 아래 같은 땅이다. 큰 깨달음을 갖지 못하면 나(我)만을 집착하여 큰세상을 보지 못한 작은 소견(所見)으로 스스로 설 자리를 잃기 때문이었다. 마치 지금 태평양들처럼. 그러나 큰마음을 깨달으면 모두를 융섭(融攝), 포용 그리고 이해하며 교환(交歡) 또는 사귀어서 같이 즐거움을 갖게 한다는 대의(大意)다.
이를 우리가 이해하고 깨달으면 오늘날과 같은 불안초조한 세상일을 잘 넘기고 지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큰 깨달음은 아침 이슬방울 안에 우주가 들어 있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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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우/복식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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