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시대 보석류에 정통한 미술사학자 이타이 그라델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이베이의 한 셀러에게서 70여점의 유물을 사들였다. 그런데 어느 날 올라온 한 물품을 봤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의 웹사이트에서 봤던 유물과 같은 물건이었다. 그러고 보니 셀러의 아이디가 그 뮤지엄의 큐레이터가 트위터에서 사용하는 이름과 같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닥터 그라델은 이 사실을 2021년 2월 영국박물관의 하트비크 피셔 관장과 조나단 윌리엄스 부관장에게 알렸다. 그러나 그의 신고는 무시됐고, 몇 달 후 “철저한 조사 결과 모든 소장품은 잘 보호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안의 중대성을 직감한 그라델은 이사회에 연락을 취했고, 결국 지난 25일 피셔 관장과 윌리엄스 부관장은 사태를 책임지고 사임했다.
지난주 세계 박물관 업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뉴스다. 이에 따르면 그 도둑은 영국박물관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지중해문화 담당 큐레이터로, 20년 동안 약 2,000점의 유물을 빼돌려 팔아넘겼다. 유물들은 기원전 15세기∼19세기의 금과 은 장신구, 동전, 세라믹 등 수장고에 보관돼있던 작은 물품들이다. 전시용이 아니라 연구용이고, 아직 등록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서 누구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는 해고됐고 경찰수사가 시작됐으며 박물관 측은 유물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도난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7년 영국박물관은 그 6년 전 100만 달러에 달하는 까르띠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분실한 것을 발견했다. 2004년에는 중국 보석 15점을 도난당했고, 2002년에는 2,500년 된 그리스 대리석 머리가 사라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물관 절도는 세계적으로 큰 문제이며 종종 직원이 연루되어있다. 수장고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이 대중에 알려지는 일은 거의 없다. 가끔씩 들려오는 미술품 도난사건은 유명 화가의 작품들인 경우이고, 수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예술품이 도난당했을 때는 거의 신고되지 않고 따라서 회수도 못한다는 것이 예술품 보안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때로는 박물관이 도난 사실을 깨닫기까지 수년에서 십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회수가 더 어렵다.
소장품이 많은 대형 박물관들일수록 이런 범죄에 더 취약하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경우 150만점에 달하고, 루브르는 약 50만점, 라크마(LACMA)만 해도 15만여 점을 헤아린다. 이런 곳들이 컬렉션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그 많은 소장품의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업데이트하는 일은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작업이다. 그만큼 관리와 보안이 느슨해질 수 있고, 나쁜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소품을 훔치는 일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형 박물관은 도난 발생 15~20년 후에 유물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나중에 수사당국은 유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지만 회수하지 못했다. 그 박물관의 가장 최신 목록이 1920년대의 것이어서 그 후에 소장된 해당 유물이 박물관 소유임을 입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루브르 박물관은 1983년 도난당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 갑옷 두 점을 2021년 프랑스의 한 가정에서 발견, 찾아올 수 있었다. 개인소장품으로 둔갑해있던 유물들을 회수할 수 있었던 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돼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국립도서관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갈릴레오의 1610년 책 원본이 2014년 전시 중에 사본으로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나중에 연구자들이 책을 살펴보던 중 인쇄와 장정이 400년 전의 것으로 보기엔 너무 깨끗하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고 결국 위작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도서관 카탈로그에는 계속 진본을 소장한 것으로 기록했고, 4년이 지나서 문제가 커지자 도난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범인은 학자로 위장해 수장고에 드나들던 인물임이 확실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책 원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 외에도 여러 박물관이 최근 도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바이에른 만칭에 있는 켈트 로마 박물관에서는 약 500개의 고대 금화가 도난당했고. 2019년 드레스덴의 그린 볼트 박물관에서 약 1억 유로 상당의 보석이 도난당했다. 다행히 3년 후 5명의 절도범이 체포됐고 보석의 대부분은 회수되었다.
소장품 도난이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데도 뮤지엄들이 쉬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당혹감과 수치심, 보안 취약점이 드러나면 다른 기관으로부터 미술품 대여가 어렵다는 점, 또 다른 도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컬렉터들이 작품 기증을 꺼리게 될까봐, 그리고 조용한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이 침묵을 요청한 경우 등이다.
하지만 FBI 등 도난미술 전문수사요원들은 빨리 신고할수록 회수가 쉬워진다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이 작품을 알아보게 되면 도둑이 판매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1년 남가주 마리나 델레이의 리츠칼튼 호텔에 걸려있던 렘브란트의 작품 ‘심판’이 사라졌을 때 경찰은 공개수사를 택했고, 이틀 후 샌퍼난도 밸리의 한 교회에서 그림을 발견했다. 엔시노의 한 교회에 놓아두었다는 제보 전화를 받고 일대를 수색한 끝에 찾아낸 것이다.
뮤지엄 수장고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건과 사연들이 많다. 전시장에서 ‘무사히’ 만나는 작품들에게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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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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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든 미국이 아니다 언제부터 요렇게 미쿡이 썪어 냄새가 진동하는가 한심하고 앞날이 우리 손자 손녀들이 젊은세대들이 몹시 걱정데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