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날 아들이 손자들을 만날겸 집으로 초대를 했다. 안사람과 차를 탔는데 스마트폰이 없단다. 내 전화기로 불러보니 신호는 가는데 어디 있는지 알길이 없다. 집으로 들어가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평소 집에서 입던 주머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외출복으로 갈아 입는게 사단이 난 것이다. 부부가 따로 갖고 있어 다행이지만 한 사람만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편리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디에 가지고 다녀야 하는지 헷갈리는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주머니에 아니면 핸드백 그것도 아니면 옆에 권총처럼 차고 있어야 하는지 윗 주머니나 바지 주머니에 끼어 넣어야 하는지 손에 꼭 쥐고 다녀야 하는지 꼭 필요한 필수품이지만 간수하기가 쉽지 않다.
신문에 스마트폰 중독이란 것이 있단다. 스마트폰 사용빈도가 증가한 것을 느끼고 있는가. 자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지는가 사용하고 싶은 충동이 있는가. 사용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가. 옆에 있지 않을 때 당황하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 “예” 라고 답하면 스마트 중독에 해당된다고 한다.
우리는 어느새 문명이기에 지배 당하고 편리함이라는 노예로 사는건 아닌지 헷갈린다.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 오는 뉴스와 정보 홍수에 익숙해져 있고. 아니면 카톡과 유투브나 메시지에 얽매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다를 떠는 시대에 사는 것에 밀려 살아 주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편하기 위해서 물건을 만들어 놓고 반대로 그것들의 노예로 전락한 꼴이 되어 버렸다.
시간과 장소를 구분없이 앉아서, 걸어 가면서, 운전하면서 소통하는 시대에 조용할 새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것 아닌지 모를 일이다. 옛날 고전 중에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구술이 바로 이것을 가리킨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때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르는 길도 척척, 백화점 물건도 색깔이나 크기도 찾아 주고, 맛집도 알려 주고 게임도 할 수 있고, 사진기도 되고 과거 추억 사진도 보여 주고, 아니 얼굴보고 하는 화상 대화도 할 수 있고 심지어 필요한 물건도 집으로 배달해 주는 도구. 이것은 요술상자가 아닌가.
아들네 집에 가 보니 세 아이가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 부모까지 합하면 다섯 개나 되는 현대판 아메리칸 나이트인가 보다. 한국의 어느 학교에서는 수업시작 전에 스마트폰을 압수하여 하교때 돌려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기는 대형교회 예배실 입구에 ‘전화기를 꺼 주세요’ 라는 팻말이 있는가 하면 예배 중에 몰래 사용하는 비신자도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스님도 신부님도 길 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부처와 천주님 그리고 하나님과 대화하는 모습도 목격했다니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간다.
‘문명의 이기는 무서운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어느 과학자가 이야기를 했다는데 세상이 유행에 미쳐 지구 속도보다 몇 십배 속도로 빨리가는 것인지 밀려 가는지 모를 일이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의 하나로 나무나 돌 틈에 종이 쪽지로 이름이 적힌 것을 숨겨놓고 찾기를 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소위 ‘보물찾기’ 이다. 각종 필기도구와 과자와 장난감 아니면 또는 필요한 것을 주는 놀이가 생각난다.
어느 글에 한문에 집이란 한문 글자는 돼지가 새끼들을 젖을 물리고 있는 상형문자라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집이란 부모형제가 한 자리에 모여 음식를 나누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서로 주고 받는 형편이었는데 지금은 각자가 자기 스마트폰에 들어가 시시콜콜 희희덕 거리는 시대에 가정은 어디 있으며 부모와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먼 이웃이 되어 버린 세대에 고아들만 사는 지구가 되어 있는지 물어 볼 일이다. 그래서 어떤 돈 많은 친구가 다른 행성으로 이민을 간다고 야단 법석을 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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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명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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