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선천적 복수국적 문의 전화 또 왔어요” 라고 사무실 직원이 전화를 바꿔준다. 하루 최소 한통의 전화나 이메일로 미 전역에서, 여러 나라에서 선천적 복수국적에 대한 문의가 몇 년 째 이어오고 있다. 전화나 이메일은 보통 당사자한테 오기보다는 부모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본인들은 본인이 이중국적이란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전화를 받으니 뉴저지에서 선천적 복수국적 자녀를 둔 아버지였다. 사연인즉, 아들이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장교로 근무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복수국적 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아들은 장교 신원 조회시 복수국적이냐는 질문에 전부 ‘No’ 라고 대답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중요한 정보 계통의 정부 기관에서 일하고자 하는데 그때는 복수국적 신분에 대한 매우 까다로운 검증이 있어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아들 생각만 하면 지금도 밤잠을 설치며 걱정이 태산이라서 답답한 마음에 나에게 전화했다고 했다.
한국의 현행 국적법으로는 구제의 길이 안 보이고 또한 함부로 신분을 노출하다 보면 2차 피해를 우려한 나머지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아버지는 뉴욕 한인회장과 이런 고민을 상의한 적이 있다고 하여 필자는 법안을 개정하여야 하니 뉴욕 한인회장에게 국적법 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제안했다. 이에 뉴욕 한인회장이 그 아버지의 말을 전해 듣고 뉴저지 한인회, 퀸즈 한인회, 커네티컷 한인회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선천적 복수국적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약 30분 동안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했다. 그 뒤를 이어 그 아버지는 증인으로 참석하여 미 육군 장교 아들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한 예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미 육군 사관 생도를 초청한 자리에서 여러분은 한국의 자랑이며 한국을 빛내는 주역이라고 칭송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한인 2세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이란 암초에 걸려 넘어지고 부서지고 있음에도 한국 정부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성토하였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제1회 세계 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 참석한 재외 한인 2,3세 청년들에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그러나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해 신원조회를 요구하는 거주국의 첨단 과학 기술 보안 관련직이나 공직, 혹은 정계 진출 또는 모국 방문이나 연수에 족쇄가 되고 있음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아무 조치가 없는 것은 전 정부나 지금이나 별 다름이 없는 상황이다.

국정과제로 채택한 ‘지구촌 한민족 공동체 구축’은 그냥 슬로건일 뿐인 것이다.
대통령 청원서 발송을 위한 뉴욕 기자회견 중 뉴욕회장은 자신의 자녀도 “거짓말하고 살아요”라고 짧게 말했다. 그 뜻은 그의 자녀도 복수국적 질문에 ‘NO’ 를 한 것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이처럼, 국적법을 알만한 한인회장들도 자녀가 선천적 복수국적인 것을 모르고 있거나 내 자식은 여기서 태어났으니 아닐 거라고 믿고 무관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국적이탈 의무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모는 자식에게 죄를 진 듯 미안한 생각에 잠을 못잔다고 한다. 국적이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개별적 통지도 없고 또한 재외공관의 충분한 홍보도 없는 상황속에서 국적이탈을 못한 부모의 과실 아닌 과실 때문에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병역기피자로 몰리는 불이익을 받게되는 것에 자식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국적선택의 주체인 선천적 복수국적 미성년자가 자신이 복수국적자임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부모가 국적선택을 대리하는 것은 국적이탈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침해이기에 국적법의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던가? 이번 뉴욕 기자회견이 서서히 한국의 신문으로도 퍼져 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부당한 법을 좌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 우리 미주 동포들이 힘을 합해 우리 자녀들의 권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낼 때이다.

<전종준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