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애그플레이션
▶ 폭염·가뭄 작물 생산량 급감
▶세계식품지수 작년 7월래 최고
▶육류값 10%·유제품 15% ↑
▶물가 올라 일 카드사용도 뚝
전 세계적인 고물가 기조 진정세에도 ‘밥상 물가’는 오르면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두드러진 식료품 가격의 상승세는 폭염·가뭄 등 급격한 기후변화로 주요 작물의 생산이 급감한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악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농산물 재배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식품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일본에서는 엥겔지수(생계비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4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산출하는 글로벌 식품도매가격지수가 9월 124.4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식품가격지수의 지난달 상승률(3%)은 2022년 3월 이후 최대치다. 품목별로 보면 올 들어 육류 가격이 9.7%, 유제품은 14.8%로 올랐다. 올해 초만 해도 진정세를 보이던 곡물과 팜유·설탕 등의 가격도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다. FT는 “식품 도매 가격은 공급망을 거쳐 수개월 후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며 “앞으로 다가올 일(물가 상승)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세계 주요국의 물가 지표 가운데 식비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9월 식품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월(2.1%)보다 가팔라진 2.3%로 약 2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인도의 식품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9.2%로 8월(5.6%)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유로존에서도 식품 CPI 상승률이 지난달 1.6%를 기록하며 최근 17개월간 이어졌던 하락세가 멈췄다. 영국의 경우 같은 기간 식품 물가가 1.9% 올라 지난해 3월 이후로 첫 상승세를 보였다. 영국 통계청(ONS)은 “2021년 초만 하더라도 평균 3.5파운드(약 6250원)였던 올리브유 1통 가격이 지금은 9.2파운드(약 1만 6,440원)로 뛰었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가격”이라고 짚었다.
일본에서도 먹거리 가격 부담이 커지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현재 엥겔지수(2인 이상 세대 기준)는 28%로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엥겔지수는 연 소득 1,000만~1,250만 엔 가구의 경우 25.5%를 기록한 한편 연 소득 200만 엔 미만 저소득 가구의 경우 33.7%에 달했다.
특히 주식인 쌀값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9월 쌀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7%나 폭등했다. 이는 4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 지난달 배(13.4%), 토마토(12.2%), 초콜릿(9.8%)도 가격이 뛰었다. 실제로 극심한 쌀 부족을 겪는 일본에서는 최근 식품 코너에 ‘쌀·현미 가족당 1포대씩 한정’이라는 팻말이 붙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00엔 안팎이었던 이바라키산 햅쌀은 가격이 폭등해 2배 이상에 팔리는 형편이다. 고바야시 신이치로 미쓰비시UFJ리서치앤컨설팅 수석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실감하는 식비 부담이 실질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우캐스트·JCB가 집계한 신용카드 이용 실적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들의 9월 마트 지출은 전월 대비 4.4%포인트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식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생산 감소가 꼽힌다. FAO는 올해 여름 브라질 등지에서 건조한 날씨가 오래 지속되면서 사탕수수 재배 규모가 현저히 줄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야자열매를 비롯한 작물 재배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국제 팜유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일과 채소류 재배가 폭염 등에 따른 무더위로 큰 손실을 봤다. 예년보다 비가 많이 와 습한 환경이 형성된 캐나다와 유럽은 밀 생산이 타격을 입으며 생산량이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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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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