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1기에 유행했던 파시즘·페미니즘 관련 서적 다시 인기
▶ 틱톡서는 한국식 ‘4非’ 운동 유행… “여성혐오자들과 데이트 안 해”
여성혐오 발언과 성범죄 이력 등으로 비판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복귀에 성공하면서 미국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성 억압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나 파시즘·페미니즘에 관한 서적이 다시 인기를 끄는가 하면 틱톡(TikTok)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성애자 남성과 데이트·결혼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등 미국 내 젠더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7일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가 베스트셀러 소설로 급부상했다.
1985년 출간된 이 책은 극우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집권한 가상의 미국에서 여성들이 잔혹하게 억압받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려냈다.
이 책은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처음 당선됐을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다.
역시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와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등도 다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반스앤드노블 관계자도 AP에 "선거 결과와 함께 파시즘, 페미니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다룬 소설과 논픽션, 좌우 모든 성향의 정치 서적 판매량이 치솟았다"고 밝혔다.
SNS에서는2018년 한국에서 시작된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인 '4B(비·非)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낙태권 등 여성 인권 이슈가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것은 많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여성 인권의 후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젊은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기가 점점 커지면서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유권자들 간의 성별 격차가 가장 벌어진 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초기 출구조사에 따르면 18세∼29세 여성 유권자는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 반면 같은 나이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율은 2020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혐오 대통령'의 복귀에 좌절한 여성들은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한 백인 이성애자 남성 집단을 모두 '보이콧'하자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들은 틱톡 등 SNS를 통해 과거 한국에서 시작된 '4B 운동'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우리도 모든 남성과 데이트를 거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틱톡에서 340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에서 한 여성 크리에이터는 "여성들이여 이제 모든 남성들을 보이콧할 시간이다. 당신은 당신의 권리를 잃었고, 그들은 우리의 신경을 건드릴 권리를 잃었다. '4B 운동'은 이제 시작된다"고 말했다.
대선 이튿날인 6일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4B'의 검색량은 450%가 급증했으며, 검색량 대부분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승리를 안긴 진보색 강한 지역인 워싱턴DC와 콜로라도, 버몬트, 미네소타 등에서 유입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은 이런 식으로 독신주의를 주장하는 여성 운동이 과거에는 극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4B 운동'은 Z세대 등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더 접근하기 쉬운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4B' 게시글들은 여성의 기본권이 위태로운 시기에 여성들이 자신의 통제권을 되찾는 집단적인 치료의 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일부 극우 남성들은 더욱 과격한 언사로 대응하면서 미국 내 젠더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미국의 극우 인플루언서인 닉 푸엔테스(26)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면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낙태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파괴하기를 원하는 '멍청한 X'(bitch)들로부터 우리나라를 구한 것에 감사하고 싶다"면서 "너의 몸, 나의 선택이다. 영원히"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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