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사태·돌아온 트럼프 올 한해 흔들어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귀환’을 비롯해 공화당의 상하원 양당 장악이었다. 지구 반대편 우리의 모국 한국에서는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돼, 국회 본청에 계엄군이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미주 한인 최초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의 소식은 많은 한인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었다. 편집국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올해 워싱턴 지역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➊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의 귀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 암살 위기를 딛고 불사조처럼 재집권에 성공해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예고했다. 당초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경합주를 싹쓸이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하게 됐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해 경제, 안보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부각되며 세계질서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➋ 윤석열 계엄 선포, 탄핵 및 직무정지
지난 12월3일 밤, 연말에 발생한 뜬금없는 비상계엄 사태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연이은 정부 관료 탄핵과 입법·예산안 강행 처리 등 거대 야당의 독재·폭거에 맞서 국가 정상화 수단으로 계엄을 발령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국회가 즉각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6시간 만인 12월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절차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이자 내란 주동 혐의로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➌ 앤디 김 첫 한인 연방상원의원 탄생
앤디 김은 11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첫 한국계 상원의원이 됐다. 민주당 소속으로 뉴저지주에서 3선 연방하원의원을 지낸 뒤 ‘개혁적 이미지’를 내세워 같은 주의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영 김 의원(공화, 제 40선거구)과 워싱턴주의 메릴린 스트릭랜드(민주, 제 10 선거구)가 3선에 성공했고, 캘리포니아주 제 47선거구의에서 데이브 민(민주)이 초선의원에 당선돼 연방하원에 입성하게 됐다.
➍ 한강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이 지난 12월10일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정 사유로 꼽았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성을 다룬 소설집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부커상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의 비극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 등 국가적 폭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➎ 고물가에 서민들 한숨 여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을 덮친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에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녹록치 않았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결정할 정도로 지표상으로는 안정됐으나 미국 유권자들의 체감도는 달랐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경제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일자리가 늘고 임금도 올라갔지만, 물가가 더 크게 오르면서 먹고 사는 문제는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고 있다.
➏ 수미 테리 사건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영향력 있는 한인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한국 정부를 위해 불법 활동한 혐의로 지난 7월 기소돼 한인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연방검찰은 공소장에서 테리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비공개 대화 내용을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정원 요원에게 넘기는 등 한국 정부를 위해 비공개 정보를 취득하는 활동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국정원에서 명품 코트와 가방, 고급 식사, 3만7,000달러의 연구자금 등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➐ 래리 호건 연방상원의원 도전 석패
연방 상원의원직에 도전한 ‘한국 사위’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아쉽게 석패했다. 메릴랜드주 연방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래리 호건 전 주지사는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에서 4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52.2%의 지지를 얻은 앨소브룩스 후보에 아쉽게 패했다. 2015년부터 8년간 메릴랜드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주지사 직을 수행한 그의 낙선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➑ K-푸드 열기 확산
최근 K-팝과 K-푸드 등 한국 문화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워싱턴 지역에서 한식당과 베이커리 등 20여 곳이 신규 오픈했다. 최근 개업한 업소들은 기존의 버지니아 애난데일과 센터빌 지역에서 점차 페어팩스 시티, 비엔나, 알링턴, 섄틸리, 라우든 카운티, 월돌프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업종도 기존의 전통 한식 전문집에서 무제한 고기 뷔페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유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커피전문점, 이자까야, 일식당, 치킨집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➒ 애난데일 등에 강력범죄 활개
올해는 애난데일과 센터빌 등 한인이 밀집한 지역사회에 유난히 크고 작은 강절도, 살인, 성폭행, 총격사건이 많았다. 지난 3월에는 애난데일의 한 50대 한인 여성이 자신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7월에는 레스턴에 있는 한 운동센터(gym)에서 한인끼리 총격살인 사건이 발생해했으며 11월에는 알렉산드리아 한 한인교회에서 조현병이 있는 아들이 어머니를 킬로 찔러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➓ 타이슨스에서 고급 성매매 사건 발생
타이슨스와 모자익 디스트릭을 비롯해 뉴욕과 보스턴 등지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왔던 한인 3명이 기소돼 재판 중이다. 이번 고급 회원제 성매매 사건에 고객으로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남성들은 총 28명으로 선출직 공무원, 첨단 기술 업체 임원, 의사, 군 장교,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사회 지도급 인사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한인사회에서 여전히 은밀히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 실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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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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