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0 시대’ 국내 정책
▶ ‘바이든 철저히 지우기’식 강경 정책 행보
▶ 연방 교육부 폐지 추구… 현실적으론 불가
▶ 반이민·반환경에‘행정명령 복원’도 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기 행정부 출범 즉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과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 등 반이민 강경책을 구사할 전망이다. 미-멕시코 국경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당선인. [로이터]
새해 다시 트럼프 시대가 열린다. ‘트럼프 행정부 2.0 버전’이 1월20일 취임식과 함께 출범하는 것이다. 트럼프 2.0 시대는 국내 정책 면에서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독해질 전망이다. 교육, 이민,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뒤엎으려는 행보를 벌써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또 ‘워싱턴’으로 상징되는 기존의 연방정부 관료 조직에 대한 파괴 실험까지 과감히 나설 모양새다. 트럼프 2기의 국내 정책은 그 파장이 어느 때보다 폭풍처럼 휘몰아칠 전망이다.
■이민·환경 정책 ‘유턴’ 확실
트럼프 당선자가 예고한 ‘강경 보수 정부’의 청사진은 이민이민·환경 정책 분야에서 드러난다. 불법 이민자 대대적인 추방으로 대표되는 1호 공약인 ‘반 이민 정책’에 힘을 싣는 게 대표적이다. 외교·안보와 더불어 반이민·국경 정책을 주도할 인사 임명이 그렇다.
국경 단속 정책을 펼 국토안보부 장관에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백악관 부비서실장에는 집권 1기 시절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이끈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각각 낙점했다.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수지 와일스)에 이어 두 번째 인선 발표 주인공이었던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CE) 국장 직무대행을 국경 정책 책임자로 발탁하면서 언급한 직책명도 ‘국경 차르(border czar)’다.
‘환경 보호’ 노선도 확 비틀 게 확실하다. 연방 환경보호청장(EPA)에는 리 젤딘 전 연방 하원의원이 지명됐는데,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높은 충성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후 위기 부정론자인 트럼프 당선자의 2기 정부에서 EPA는 ‘환경 보호’보다 ‘규제 완화’에 주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바이든 정부가 취소한 행정명령 복구도 이미 예고됐다. 국경, 기후 등 정책의 ‘유턴’이 유력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1기’ 행정명령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국가에서의 입국 금지 ▲파리기후협약 탈퇴 등을 취소한 바 있다.
■연방 교육부 폐지 추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자가 ‘완전한 폐지’를 원하는 연방 부처로 교육부를 꼽으며 그 의미를 조목조목 짚었다. WP는 “트럼프와 많은 공화당원은 교육부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며, ‘워크(woke·깨어있다는 뜻으로 진보 의제를 상징)’ 문화 전쟁의 도구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내내 ‘연방 교육부 폐지’를 주장했다. 연방 정부가 아니라 각 주에서 교육 정책을 전담하면 된다는 논리다. 물론 지금도 주정부가 교육 정책 대부분을 결정하지만, 교육부는 연방 자금을 지원받는 학교 내의 ‘인종·성별 및 기타 요인에 따른 차별 금지’를 감독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반감은 이 부분에 있다.
다만 교육부 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체 의석 100석인 연방 상원에서 찬성 60표를 얻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로 공화당이 얻은 연방 상원 의석은 53석에 불과하다. 게다가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라 의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 교육 정책 뒤집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진보 진영이 주도한 소수자 관련 정책을 다수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유세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비판적 인종 이론, 젠더 이념 등을 강요하는 학교나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기금을 삭감하고,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트랜스젠더를 지칭)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학자금 대출 탕감’이 칼질을 당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이 정책을 “열심히 빚을 갚아 온 사람들에게 매우 불공평하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파괴 실험
트럼프 당선자는 또 갈아엎는 수준의 워싱턴 제도 정치 재편 작업을 벌일 전망이다. 연방 의회를 무력화해 자신에게 복종할 인물을 정부 요직에 보내고 그들을 활용해 권력 집단이 된 관료 조직을 해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워싱턴 파괴 실험’은 결국 사적 복수나 사익 추구가 진짜 의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자의 정권 인수 속도전이 성공할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 간 권력 균형 구도가 깨지고 충성스러운 그의 대리인들에 의해 정부 핵심 부처들이 붕괴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크게 두 단계를 거치는 수순이다. NYT에 따르면 첫 단계는 ‘휴회 임명’ 관철이다. 휴회 임명은 의회가 휴회 중일 때 의회 인준 없이 공직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이다. 트럼프는 이 권한을 공직자 임명 동의라는 상원의 헌법적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게 NYT 지적이다.
압박 대상은 연방 상원 다수당이 될 차기 여당 공화당이다. 트럼프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즉각 (정부) 자리를 채워야 한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가 되려면 ‘휴회 임명’에 동의해야 한다”고 썼다.
‘충성파’ 임명이 이뤄진다면 다음 수순은 트럼프가 ‘딥 스테이트’(막후 비밀 실세 집단)라 부르며 적대감을 드러내 온 연방 관료 조직 손보기다. 공화당마저 꺼림칙해하는 맷 게이츠·피트 헤그세스 법무·국방장관 지명자의 임명을 트럼프가 밀어붙인 것은 2020년 재선 실패 뒤 자신을 수사하거나 배신한 법무·국방부 두 부처의 관료들을 숙청하는 데 전문성과 도덕성이 별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물론 성비위가 터져 나온 게이츠는 중도하차했다.
■공무원 사회 ‘대수술’ 나설듯
트럼프 당선자는 연방 정부를 대수술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비벡 라마스와미를 트럼프 2기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임명했는데, 라마스와미가 연방 정부의 ‘대량 인력 감축’을 재차 공언했다. 콕 집어 거론한 분야는 국방·의료·교육이었다. 단순히 인력만 줄이는 게 아니라 각종 규제, 방만한 공공 조달 계약까지 대대적 손질을 예고한 것이다.
손질할 기관을 명확하게 거론하지 않았지만, 줄기차게 언급한 분야는 있었다. 그는 “헬스케어에서 국방에 이르기까지 결정권자들이 책임성이 결여돼 효율성 면에서 실패하고 있다”며 “펜타곤(미 국방부)은 어디에 썼는지 당신에게 말할 수도 없는 1조 달러대에 가까운 예산을 낭비해 7번 연속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라마스와미는 관료에 대한 적개심도 재차 드러냈다. 그는 “대부분 연방 직원들은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그들에게 주 5일 근무하는 근면 성실한 미국인들처럼 일하라고 요구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 사회를 자신의 개혁에 저항하는 비밀 기득권 세력 ‘딥 스테이트’라 여기는 트럼프의 인식을 그대로 읊은 셈이다.
라마스와미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런 변화를 얼마나 빨리 진행할 수 있는지에 놀랄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부효율부가 제시한 ‘대수술’ 완료 시점은 미국 독립 250주년인 2026년 7월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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