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 공습 2.0
▶ 글로벌 업체 M&A로 노하우 흡수
▶ AI 개발·접목으로 기술 격차 줄이고 국내 유통망·AS 인프라까지 갖춰
▶ 가성비 아닌 ‘프리미엄 시장’ 공략 수입액 50억달러 육박, 10년 새 2배
▶ 로보락,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
▶ 새 스마트폰 ‘14T’ 내세운 샤오미 한국법인 출범하며 삼성·애플 위협
30대 직장인 이승엽(가명)씨는 최근 로봇청소기를 중국 에코백스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다시' 바꿨다. 물걸레 자동 빨래 기능이 있는 청소기의 가격은 백만 원이 훌쩍 넘지만 3년 전 매핑 기능(공간 인식 후 청소 기능)을 갖춘 저가 모델을 써본 후 만족도가 높아 새 청소기를 살 때는 같은 브랜드의 프리미엄으로 갈아타기로 했다. 이씨는 "당시 한국 제품에는 매핑 기능이 프리미엄 라인에만 있었는데 중국 제품은 중저가 라인에도 있더라"며 "써보니 고장도 잘 안 나서 국산을 고집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노트북 등 다른 전자 제품도 중국 업체 제품을 샀다. 이씨는 "물걸레 자동 빨래 기능처럼 최신 기술을 가전에 접목해 먼저 내놓은 건 중국 업체"라며 "합리적 가격에 얼리어답터가 돼보고 싶을 때 중국 제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전자 업체의 공습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가정용 전자제품의 2024년 수입액은 49억7,25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수출한 가정용 전자제품(79억7,469만 달러)의 62%에 달한다. 10년 전(2015년 26억9,213만 달러)보다 약 두 배 가량 가전제품 수입액이 늘었다.
과거 중국은 우리 기업이 매출을 올리는 거대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중국 기업이 가성비와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모양새다. 계기는 2010년대 중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다. 하이얼은 GE(제너럴일렉트릭)의 가전 사업부, 이탈리아 빌트인 브랜드 캔디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하이센스는 도시바 TV 사업부와 유럽 가전 업체 고렌예, 자동차용 에어컨업체 샌든 홀딩스의 주인이 됐다. 인수 기업의 기술을 흡수하고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을 접목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나갔다.
여기에 최근 수년 사이 국내 판매와 애프터서비스(AS) 인프라까지 갖췄다. 중국 전자업체 1위 TCL은 2023년말 한국 법인을 세우고 쿠팡, 네이버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에 입점했다. 하이얼, 미디어 같은 중국 대표 가전 업체도 TV,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에어컨 대형 가전 제품을 국내 이커머스를 통해 팔고 이 업체들을 통해 AS를 제공한다.
유통망과·AS 인프라를 확보하고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 판도를 바꾼 대표적 기업이 로보락이다. 2020년 국내 법인을 세운 로보락은 국내 총판사인 팅크웨어가 AS를 총괄하는데 공식 AS센터 11개소 외에도 전국 334개 롯데하이마트 지점에서 AS 접수와 제품 수령을 지원한다. 이런 이점 덕에 로보락의 한국 매출 규모는 2020년 291억 원, 2021년 480억 원, 2022년 1,000억 원, 2023년 2,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국 시장 점유율은 2024년 상반기 46.5%. 특히 150만 원대의 하이엔드(최고급) 시장에서는 80.5%로 압도적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해 온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15일 샤오미가 한국지사 출범과 함께 정식 출시하겠다며 꺼내든 제품이 자사의 준주력급 스마트폰 '샤오미 14T'다. 출고가는 60만 원 전후로 동급 기종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FE'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성능은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동안 샤오미와 모토로라 등 한국에 진출한 '제3' 브랜드가 주로 중저가 시장만 노려 왔다면 이번 샤오미 14T의 출시는 국내 스마트폰 핵심 시장에서까지 본격 경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내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샤오미코리아의 조니 우 사장은 "한국의 팬 그룹이 회사의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운영돼 소중한 의견을 끊임없이 보내왔다"며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한국 진출을 결심한 계기임을 시사했다. 통신 업계에선 여전히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삼성의 본거지인 한국에서 약간의 입지만 다져도 샤오미 입장에선 쾌거일 수 있다.
해외 시장 곳곳에선 중국 브랜드들이 양강 구도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4년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 기준으로 애플은 18.7%,삼성전자가 18%를 차지해 선두를 유지했지만 비중은 2023년보다 줄었다. 반면 샤오미는 출하량이 2023년 대비 15.4% 성장하면서 시장 비중 13.6%로 3위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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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ㆍ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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