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중범 도널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 법치주의는 훼손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가 취임 첫날 보인 행보는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무도하고 불법적이며 위헌적인 행정 명령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방 의회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인하고 연방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인정한 틱톡 금지법의 효력을 일방적으로 75일간 정지시켰다.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소유하고 있는 틱톡은 미국인 사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겨주고 있으며 이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 법은 틱톡이 중국 기업으로 분리될 방도와 이에 관련해 중요한 진전을 보였다는 증거,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길 법적 합의를 제시할 때만 시행을 90일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틱톡은 어떠한 방도와 증거와 합의를 제시한 적이 없다.
그는 또 2021년 1월 6일 2020년 대선이 사기라는 그의 거짓 선동을 듣고 연방 의사당을 난입해 형이 확정된 범죄자 1천500여명에 대한 무도한 사면을 단행했다. 여기에는 단순 난입이 아니라 경관을 폭행한 중범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단지 경관을 폭행한 것이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짓밟은 자들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평소 ‘법과 질서’를 입버릇처럼 떠들던 공화당 의원 다수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불의에 눈감고 입닫은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아이다호 보이지에서 약물 중독 카운슬러로 일하다 은퇴한 71세 할머니 파멜라 헴프힐이다. 헴프힐은 2021년 1월 6일 도널드의 선동에 따라 의사당에 난입했다가 징역 60일에 3년 집행 유예형을 받은 인물이다.
도널드는 그녀에게도 사면령을 내렸지만 헴프힐은 이를 거부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범죄인데 그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헴프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면은 “의사당 경찰과 법치주의,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를 수용한다면 이는 1월 6일 사태에 대해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선전과 조종, 허위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때 열렬한 MAGA 추종자였던 그녀는 더 이상 트럼프를 지지하지도, 2020년 대선이 도둑맞았다는 그의 거짓말을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비판적 사고 능력을 잃었었다며 1월 6일 폭동과 ‘도둑질 중단’(Stop the Steal) 운동은 컬트며 자신도 한 때 여기 속했었다고 털어놨다.
한 때 ‘MAGA 할머니’라고 불리던 여성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가만히 있으면 ‘배신자’라는 오명도 쓰지 않고, 범죄 경력이 지워지는데도 사면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어둠에 싸인 세상에서 한 줄기 빛을 보는 느낌이다.
도널드의 행정 명령 중 최악은 아마도 미국 내 출생자의 시민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일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의 사법 관할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수정 헌법 14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태어났지만 사법 관할을 받지 않는 것은 외교관의 자녀 정도다. 도널드 측은 불법 체류자도 사법 관할 밖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사법 관할 밖에 있는 사람을 무슨 근거로 체포해 구금하는가. 이 명령이 시행되면 유학생 등 합법 체류자가 낳은 아이들도 불법 체류자로 전락해 추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명령은 즉시 효력이 정지됐다. 민주당 소속 22개주 검찰총장이 그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고 낸 요청을 시애틀의 연방 법원 판사 존 쿠에너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쿠에너 판사는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내 판사 생활 40년에 이처럼 문제가 명백한 경우는 처음 본다”며 이런 명령을 내릴 때 “변호사들은 어디 있었냐”고 말했다.
도널드 측은 1심에서 지더라도 연방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내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시민권자라는 것은 1898년 ‘연방 정부 대 웡 킴 아크’ 판례 이래 일관된 대법원의 입장이다.
출애굽기 1장에 보면 히브리인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 한 파라오가 히브리 산파들에게 갓난 아이가 사내면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산파들은 이를 어기고 아이들을 살린 후 자신들이 도착하기 전 아이들이 먼저 태어났다고 둘러댄다.
출애굽기 저자는 이 파라오의 이름은 적지 않았지만 부도덕한 명을 거부하고 아이를 살린 산파의 이름은 시프라와 푸아로 기록했다. 사람 죽이기를 밥 먹듯 하는 허접한 권력자보다 뭐가 옳고 그른가를 아는 산파의 지혜와 용기가 값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출애굽기의 저자가 21세기 미국 역사를 쓴다면 거기 기록될 것은 중범 도널드가 아니라 파멜라 헴프힐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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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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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8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사랑, 안 사면 되잖아. 근데 펠로시는 귀신도 모르는 쪽집게 투자를 한다니까... 뇌가 있다면 의심 안드니?
돈 버는데는 펠로시보단 트럼프가 한수 위. 감옥가면서 지 머그샷으로 돈 버는 인간 난생 처음. 지 마누라 이름으로 가상화폐도 팔고 정말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도 사부로 모실 인간이 트럼프.
원도사... 너의 고민은 낸시 펠로시한테 물어봐. 귀신도 놀란다는 투자 전문가이거든..,
비자 소지자가 출산했는데 아이가 불체자? 논설위원이란 자가 이런 무식한... 비자 주고 부모 나갈때 같이 가면 되잖아. 왜?
ㅎㅎㅎ, 아직도 루저가. Too late. 1500 명이 사면 됐는데 꼴랑 1멍이 뜨기위해 척하는 것만 골라서. 의사당 사건의 전모를 모르면서 반 트럼프 언론의 침소봉대를 믿고 또 옮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