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새로운 도전 나서는 피아니스트 장성
▶ 2월8일 리스트 ‘초절기교’ 전곡 독주회... “초월적 의미·예술성·철학적 의미 담아”
▶ 2월22일 서울 예술의 전당서도 공연
▶ ‘페른베’ 음악재단 설립 지휘 맡아... “소외된 이들 찾아가는 음악 할 것”오는 2월8일 오렌지카운티 샌타애나의 필립스홀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독주회를 갖는 피아니스트 장성.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돼 피아노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적 신성 피아니스트 반열에 오른 임윤찬이 전곡 리사이틀에 도전하면서 “힘들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극소수의 피아니스트들만 도전할 수 있다는 곡이다.
바로 이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독주회가 남가주 청중들을 찾아간다. 주인공은 바로 ‘피아노 천재’ ‘건반의 장인’으로 불리며 독보적 실력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전문 연주자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장성이다. 오는 2월8일 샌타애나의 필립스홀에서 리스트 초절기교 전곡 연주를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나 근황과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의미를 들어봤다.
-최근까지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지휘 및 연주했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피아노 낭만주의의 꽃인 리스트 초절기교를 들고 나타났는데▲‘초절기교’로 번역된 이 연습곡의 제목은 사실 ‘초월’의 의미가 더 크다. 영어로 봐도 ‘Transcendental Etude’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수준을 넘어선, 초월적인 기교와 예술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철학적 메세지도 담고 있다. 이 초월적인 연습곡 전곡 연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다. 약 70분 동안 끊임없이 피아니스트는 극한의 테크닉을 시험당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 초월적 의미와 예술성, 그리고 철학적 메시지까지 다 전달하고 싶다.
-프란츠 리스트는 어떤 사람인가▲1811년 헝가리 태생으로 ‘사랑의 꿈’, ‘헝가리 랩소디’ 같은 주옥같은 곡들을 남겼고 방대한 피아노곡을 썼다. 또한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리스트를 설명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작곡가가 쇼팽인데, 1810년생인 쇼팽과 친구이자 동료이자 때로는 경쟁자 같은 관계였다. 쇼팽이 피아노의 시인이라면 리스트는 악마적 기교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리스트의 쇼맨십은 대단했고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미남 피아니스트’였다. 연주를 하면 여성들이 실신해서 실려 나가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로 말하면 수퍼스타였다. 쇼팽이 연약함의 대명사라면 리스트는 연주 중 피아노가 부서졌다는 설도 전해진다. 리스트는 수많은 여성과 연애했고 수많은 풍문을 남겼지만 1865년 서품을 받으며 돌연 카톨릭 신부가 된다.
-리스트 에뛰드의 특징은
▲피아노 연습을 위해 작곡된 곡을 뜻하는 에뛰드(etude)는 말 그대로 연습곡인데, 쇼팽과 리스트가 이 장르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어렸을 적 한 번쯤은 쳐봤을 하논이나 체르니 같은 작곡가들이 만든 지루한 손가락 운동이 아닌, 연습곡을 하나의 예술적 경지로 올려놓은 것이다.
쇼팽이 에튀드의 몇 곡에만 제목을 부여한 것과 달리, 리스트는 마제파, 도깨비불, 밤의 선율, 회상 등 10곡에 스스로 제목을 달았고, 제목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을 해놓지 않았다. 연주자와 청중에게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쇼팽이 연습곡을 예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면, 리스트는 종교, 철학, 삶을 고민하게 했다. 특히 11번 ‘밤의 선율’과 12번 ‘눈보라’에서는 악마의 모습과 천사의 모습, 천국과 지옥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때로는 기교적인 화려함 때문에 리스트를 오해하기도 하는데, 리스트야말로 베토벤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작곡가다.
-그래서 베토벤 지휘 다음에 자연스럽게 리스트를 선정한 것인가▲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베토벤은 모든 음악가에게 신약 성서 같은 존재이고, 리스트는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실과 바늘 같은 작곡가다. 베토벤을 연주할 때는 작곡가에게 경외심을 갖게 된다. 리스트도 베토벤에 대한 경외심이 대단해, 베토벤의 교향곡 전부를 피아노로 편곡하기도 했을 정도다. 베토벤을 지휘하면서 거꾸로 리스트를 더 이해하게 됐다.
-최근 음악재단을 설립했는데, 지휘자로서의 활동은▲지휘자라는 단어는 제게 좀 과분한 것 같고, 저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사람이다.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페른베(Fernweh) 음악재단과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만들었고, 음악감독을 맡아 지휘를 하고 있다. 포디움에서 교통순경 역할보다는 단원들을 연주하고 싶어서 지휘봉을 잡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즉 ‘향수병’을 독일어로 하임베(Heimweh)라고 하는데, 페른베는 향수병의 반대말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열망 또는 아픔을 뜻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열망과 꿈을 가지고 이 음악재단을 설립했다. 저희는 음악가의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음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이롭게 하기 위한 비영리단체다. 1년에 10회 공연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오케스트라 공연 2회, 8회의 실내악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소외계층에 기부하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 사정상 음악회에 오시기 힘든 분들을 직접 찾아가서 음악을 들려주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리스트 초절기교 전곡 연주회도 페른베 재단 주최로 열린다.
-피아노 연주 외에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스무살 무렵부터 “왜 피아노를 치나”라는 질문에 “피아노가 좋아서 친다”는 대답이 조금 비겁하게 느껴졌다. 모든 음악가는 세상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 학교, 선생님 등으로부터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분야 특성상 일찍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악이 단지 좋아서 한다는 말은 어딘가 매우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배고픈 아이들을 후원하고 음악회 개런티에서 몇 퍼센트씩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후원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병원이나 양로원 등을 찾아가는 음악회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같은 일들을 더 많은 다른 음악가들과 하고 싶어졌다.
-재단의 구체적 활동 계획은▲재단 활동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병원이나 양로원에 피아니스트 한 명이 가는 일은 간단하지만, 오케스트라 같이 여러 음악가가 연주하러 가는 건 운영 면이나 재정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저희는 더 다양한 음악을 더 많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모였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실 나라에서 더 많이 해야 할 일들을 저희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사회를 위한 어떤 일들을 더 하게 될지 묻는다면 일회성 기부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찾아가는 음악회’를 더 다양하게 넓혀 갈 계획이다. 또한 어린이 병원과 보육원 등 어려움이 있는 어린이들이 있는 곳과 연결하여 음악가들과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1:1로 매칭시켜 각 어린이마다 필요한 부분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악기 레슨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온라인으로 악기 레슨을 해준다거나, 악기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악기사와 연결하여 무상으로 악기를 대여해주는 방법도 있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에게 영어 공부의 도움을 주는 등 저희의 재능을 통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전하고 싶은 말은▲이번 2월8일 연주가 끝나면 한국으로 가서, 2월22일 예술의 전당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한다. 그리고 저희 재단에서 주최하는 연주회도 매달 진행한다. 자세한 일정은 재단 웹사이트(www.fernwehmusic.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이제 공연 준비를 잘해서 연주를 잘 해내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고, 음악을 통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는 일을 꿈꾼다. 물론 음악이 세상을 한 번에 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작은 일들이 모여서 조금씩 아름다운 일들을 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거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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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장성 리스트 초절기교 전곡 독주회▲일시: 2025년 2월8일(토) 오후 5시
▲장소: Phillips Hall Theatre(1530 W. 17th St, Santa Ana)
▲입장권: 일반 100달러, 학생 50달러
▲온라인 예매:
www.eventbrite.com▲티켓 문의: (949)330-3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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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장성은세계적 피아니스트 장성은 3살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5세 때 첫 독주회를 가졌고 예원학교에 수석 입학한 뒤 16세 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학부에 영재 입학했다. 2003년 일본 나고야 국제콩쿨 최연소 우승 및 실내악상, 2006년 KBS 신인음악 콩쿨 1등 등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고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졸업 후 미국으로 와 USC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이탈리아 비오티 발세시아 국제콩쿨 우승, 하노버 쇼팽 국제콩쿨 우승 및 청중상을 받았고, 2015년 뵈젠도르퍼 피아노 콩쿨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도 슈베르트 듀오 국제콩쿨 우승 및 슈베르트 특별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네덜란드 헤보우홀에서 열린 그의 연주는 유럽 전역에 생중계되기도 했으며, 미국에서는 디즈니홀에서 리스트 콘체르토 1번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찬사를 받았다. 피아니스트 뿐 아니라 지휘자와 음악감독으로서도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당대 최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였던 블라디미르 클라이네프는 제자인 장성에 대해 “극도의 아름다움과 화려한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피아니스트이며 그 무엇보다도 그의 기질, 무대위의 개성, 그리고 소통 능력은 그의 시대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만들어냈다”고 극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