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 인플레 고려 “한동안 동결” 시사…트럼프정책 불확실성도 의식
▶ 트럼프 ‘연준 독립성 흔들기’ 우려…향후 시장 불확실성 더 키울 수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정체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 정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리 동결에 앞서 연준은 지난 9월 이후 세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하한 바 있다. 인하 개시 전 5.25∼5.5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4.25%∼4.50%로 1%포인트 내려온 상태다.
이날 회의에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경제지표 등을 토대로 연준이 인하 행보를 멈추고 한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상해왔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은 이를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인하'로 받아들였다.
금리 동결 시기에 사용해온 '폭과 시기'라는 문구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추가한 데다, 인하 결정이 연준 위원들간 표결에서 박빙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영향이었다.
이후 공개된 작년 12월 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더 천천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음이 확인됐다.
한동안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는 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도 최근까지 이어졌다.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나는 정책 조정에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을 계속 선호한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금리 조정에 대한 느린 접근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별개로 월가에선 최근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재정적자, 지정학적 위험 문제와 함께 가장 큰 경제 위험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실제 어떻게 실행되고,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추가 인하 회의론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금리 결정 발표 하루 전인 28일 기준으로 연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회 인하할 확률을 32%로 가장 높게 반영했다. 1회 인하(28%)나 동결(9%) 확률도 낮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연준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유가가 떨어지면서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를 따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를 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대화하겠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면서 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많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이 독립성 유지에 강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채권시장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독립성 흔들기가 지속될 경우 시장에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개입은 인사권과 더불어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여러 시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1월 FOMC 회의의 '조용한 결과'가 연준이 보내야 할 격동의 한 해를 시작하는 서막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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