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우리 민족에게는 한 맺힌 사연이 있는 한일늑약, 을사년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다시 우리 민족의 치명적인 약점 ‘사대주의(Toadyism)’ 망령이 어른거려 한층 더 탄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보수성향 데모 군중들이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것까지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유이겠지만 미국 성조기를 흔들면서 구호를 외치는 것은 참으로 가관이군요.
K형, 우리 국민의 민족주의 의식수준은 현재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 참담한 충격으로 잠시 울컥했습니다. 미국에 아부하는 것(Flunkey)이 무슨 특권이라도 가진 양 비열한 행태는 평등한 한미관계를 오히려 불평등 관계로 몰아넣는 망국병임을 안식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황당한 계엄령 소극은 순전히 우리 법정에서, 우리의 헌법으로 잘잘못이 가려질 오롯한 우리 국내 사건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보수를 지향하는 데모대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을 살려 달라고 구호를 외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수긍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K형,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과 반공·반북이라는 한 배에 타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고 거역할 수도 없는 운명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 정부를 우리 내정에 까지 끌어들여 내란수괴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대통령을 구원해 달라고 떼 지어 청을 높이다니 해괴한 진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K형, 도대체 윤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대가 우리의 탄핵정국을 미국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 달라고 요구하는 건지 ‘묻지마 사대주의’ 행태를 쥐어박고 싶은 감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우리 조정이 원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그리고 원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둘로 갈라져 제각각 대립 관계에 있던 그들에게 달려가 아부, 교태, 재롱을 부리던 치욕의 회억에 이를 갈고 있습니다.
K형, 얼마 전에도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우리 국민의 아둔한 의식수준을 화제에 올리며 술잔을 들었지요. 박근혜 탄핵 때도 우리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이 깊숙이 시진핑 정권과 밀착해있는 사실을 모르고 미국 측에 구조를 애걸하는 슬픈 코미디를 연출하였습니다. 서울 한 복판은 물론 미 백악관 앞에서 무슨 발상인지 성조기에 더하여 이스라엘 기까지 내휘두르며 박근혜 탄핵 무효, 구원을 절규했습니다.
K형, 그 당시 우리 데모대의 절규에 미국은 백악관, 국무성에서 각각 2번, 주한 미 대사의 성명발표 1번 등, 5번의 성명을 발표하며 우리 국민을 달랬습니다.
그때 미국 측 성명 내용은 한결같이 “우리는 한국의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겠다. 다만 안보만은 확실히 책임지고 보장하겠다”라는 거였습니다. 박근혜를 탄핵하든 말든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냐, 라는 미국 측의 야유이자 항변이었지요. K형, 갑자기 긴긴 세월 외세의 시달림 속에 우리 민족성이 이토록 타락했나, 다시 알 수 없는 울분과 감정이 함께 북받쳐 오릅니다. 노예근성을 가진 민족은 모두 소멸해버린 것을 세계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K형, 며칠 전 워싱턴 동포 몇몇 보수단체들이 미 연방정부 빌딩 앞에 가서 윤석열 대통령을 구원해 달라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한동안 시위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진보단체도 지난 12월13일 저녁 백악관 앞 라파예트 공원에서 “재미동포 창피하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합니다.
미국이 아무리 한국과 친밀한 우방이라 해도 분명한 독립된 별개국가이고 엄격히 주체성, 주권을 상호 존중해야 할 규범이 존재하는 관계입니다. 한 단계 앞서 간다는 동포 보수, 진보 인사들의 실족에 일침을 가하는 바입니다. 미국의 내정간섭은 반감, 반미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1905년 박제순, 이완용 등 을사오적이 왜놈들과 짜고 고종황제를 겁박하여 늑약을 연출해내자 황성신문의 장지연 선생은 ‘시일야방성대곡’, 오늘 나는 크게 소리 내어 운다, 라고 통탄하며 오적들을 향해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라고 나라를 팔아넘긴 역적들을 통렬하게 질타했습니다.
K형, 좌파를 대표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한미동맹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한미 합동군사 훈련 때마다 그리고 남한의 대북 전단 살포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성가시게 하지 말라, 자극하지 말라고 북한을 두둔하여 국민들이 의아해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 800만 달러 대북 불법송금 혐의(클릭 결제설?)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국민의 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카멜레온 정치’라며 그에게 속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K형, 정국은 지금 대통령 탄핵을 놓고 가결이든, 부결이든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극심한 국민 분열, 대충돌만 예측됩니다. 여기에 더하여 국민들이 민족 정통성까지 잊고 자포자기 상태에 들어가는 것 같아 비관이 앞섭니다.
K형, 이럴수록 우리에겐 경제발전, 자력국방을 이룩한 긍지가 있습니다. 총 단결, 건강한 민족사랑, 양심을 부르짖을 시간인 것 같습니다. K형 건강을 빕니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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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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