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밥을 먹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매우 난감하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상대방에게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식한증, 미각다한증이 뭐야?
이런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식한증(食汗症)’이라고 하고, 현대 의학에서는 ‘미각다한증(味覺多汗症)’ 이라고 부른다.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 중에는 손발에 땀이 많은 ‘수족다한증’, 겨드랑이에 땀이 많은 ‘액한증’ 등이 있지만, 이런 증상은 주로 긴장했을 때 심해진다. 반면, 미각다한증은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미각’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식한증은 주로 얼굴, 이마, 머리에 집중적으로 땀이 나는 특징이 있다.

식한증, 왜 생기는 걸까?
밥 먹을 때 땀을 많이 흘리는 식한증은 현대의학적인 관점에서는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자의 25% 정도에서 가족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가족력이란 유전적인 경향을 말하는 것이고, 한의학적으로는 체질적인 요인과 같은 의미다. 임상적인 경험에 기대어 봐도 밥 먹을 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은 한의학적 분류로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들(소양인, 태양인, 열태음인)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한의학 관점으로 평소 몸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로 분류하는 이들(한태음인, 소음인)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식한증, 어떻게 치료할까?
양방에서는 미각다한증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손발에 땀이 많은 수족다한증의 경우, 이온 치료, 신경절 절단 수술, 보톡스 주사 등으로 치료하지만, 얼굴, 머리에 집중적으로 땀이 나는 식한증은 이런 치료들이 어렵다. 몇 년 동안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좋아진다고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히 낫기 어렵고, 또 나중에 쉽게 재발한다.

몸에 맞는 음식이 중요하다
꿀, 인삼, 닭고기, 매운 음식 등은 몸에 열을 발생시키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들은 체질적으로 몸이 찬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속열을 쌓이게 해서 해롭다. 자신의 체질을 모르는 상태에서 몸에 맞지 않는 열을 내는 음식이나 약을 계속 먹으면 위장에 열이 생기고, 이 상태에서 다시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속열이 너무 심해져서 밥 먹을 때 땀이 나는 식한증이 나타나는 식이다.

식한증, 생활 습관 개선부터 시작하자
미각다한증 치료는 먼저 위장에 열을 일으키는 음식들을 조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꿀, 인삼, 닭고기, 매운 음식을 피하고, 해산물, 채소, 과일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과식보다는 조금씩 먹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칡차, 보리차, 결명자차, 녹차 같은 차는 위장의 열을 내려주고 몸의 불필요한 열을 조절해주기 때문에 추천한다.

심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러한 식습관 개선은 식한증을 예방하고 악화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오랫동안 증상이 지속되었거나 심한 경우에는 식습관 개선만으로는 치료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는 지나치게 높아진 위장의 열을 강하고 빠르게 내려주는 한약 처방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위장의 열을 바로잡고, 신장의 기능을 보강해서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약재와 위장의 열을 내려주는 약재를 함께 사용한다. 이런 처방을 복용하면 위열로 인한 입 냄새도 사라지고, 밥 먹을 때 땀이 나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나는 증상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건강을 되찾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의 (703)942-8858

<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