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정부의 정책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과거의 정책들이 모두 그대로 유지된다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특히, 새 대통령이 다른 정당 출신이라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여러 정책 이슈에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이 다르더라도 새로운 정책을 실행할 때는 충분한 준비와 국민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실수와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으며, 국민적 공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적 공감은 특정 정당의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반대 진영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국민이 새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할 필요는 없으며, 어떤 경우에는 논리적 이유에서, 혹은 단순한 감정적인 이유에서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에게도 다가가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들에게도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단행한 행정명령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에서는 이러한 노력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모든 정책들을 무리하게 강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행보를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으로 치부하기에는 대통령직의 중요성과 그가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여러 조치나 행동을 이 글에서 모두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일하면서 직접적으로 대응해야 했던 사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이민 정책이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된 8년 전에도 이민 정책 변화가 있었으므로 이번 조치가 전혀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강도가 더욱 강경해진 듯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에서는 불안해할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이민국이나 다른 이민 단속 기관이 학교나 통학버스를 방문하여 학생이나 교직원을 체포하는 상황을 대비해 교장과 버스 운전사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숙지하도록 했다. 다행히 아직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공립학교 당국은 이민 정책 자체에 대해 찬반을 논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198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공립학교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었다. 이는 공립학교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인권 보호의 사명이며, 따라서 이를 침해하는 행정 조치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중 하나는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보조금과 융자를 중단하는 것이었다. 이 명령이 내려진 후,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에서도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는 여러 프로그램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큰 혼란이 발생했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급식비 보조 등 필수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지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급작스러운 조치는 행정적 준비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다행히 관련 소송이 제기되었고, 연방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행정명령을 철회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이러한 조치가 대통령직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인상을 주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도, 페어팩스 카운티에 큰 영향이 있는 연방 공무원 감축, 특정 공무원에 대한 보복성 해고 등 향후 대통령 임기 동안 어떤 정책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성소수자 학생들의 보호나 유색인종 고용과 우대 정책 철폐 정책 추진도 진보 성향 지역 정부와 대립을 보일 것 같다. 이에 따라, 페어팩스 카운티 주민들과 공립학교 당국은 지속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긴장된 몇 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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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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