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對中 10% 추가관세 이어 상호관세로 무역전쟁 확대…韓도 영향 불가피
▶ 그린란드·캐나다·파나마운항 등에 ‘가자지구 소유’까지 확장
▶ 욕심도 유럽 상대로 방위비 압박 계속…주한미군 있는 한국도 조만간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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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새로운 팽창주의와 글로벌 무역 전쟁.
국제사회가 지켜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첫 한 달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행정명령과 각서, 포고 등 대통령 행정조치(Presidential Action)를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거의 매일 행정조치를 쏟아내면서 14일(현지시간)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조치는 114건에 달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조처가 이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백악관은 취임 1주일째인 지난달 27일 300개가 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내부적으로는 국경 통제부터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작전, 세계 최고 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연방 정부 효율화 작업 및 구조조정,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등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끈 민주당 행정부의 기조와 정책을 깡그리 뒤집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는 대외 정책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면서 국제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안기고 있다.
◇ 적국도, 동맹도 가리지 않고 관세 공격…글로벌 무역전쟁 본격화
세계 각국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역·통상 분야다.
미국의 '신(新)고립주의'를 표방하며 전 세계를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그야말로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언급할 만큼 지난해 대선 때부터 대외 정책에서 최우선 공약이었다.
그런 그가 취임 후 '관세 카드'를 처음 꺼내든 건 지난달 26일이었다.
미국이 그간 체포한 이 나라 국적의 불법 이민자를 군용기 2대에 태워 보고타로 향했지만, 이들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당하자 '25% 관세 즉각 부과'를 실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콜롬비아가 미국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협조하겠다고 후퇴하자 곧바로 없었던 일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이때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여겨졌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엔 이웃 국가인 캐나다·멕시코에는 25%관세를,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이 원료를 공급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제조된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국경을 통해 유입됨으로써 미국 내 공중보건 위기가 커졌다는 게 주요 배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행 시점(4일) 하루 전인 3일 강력한 국경 단속 약속을 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했다.
하지만, 펜타닐 원료 공급 사실을 강력 부인한 중국에는 그대로 시행됐고, 이에 중국도 10일부터 미국에 보복 조처를 시작하면서, 세계 최강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중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됐다.
중국의 보복이 시작된 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3월 1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동맹이건 적국이건 예외를 두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포고문에 서명한 뒤 "우리는 친구와 적들로부터 똑같이 두들겨 맞고 있었다. 외국 땅이 아닌 미국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13일에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면서 모든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날렸다.
일반적인 의미의 상호 관세가 아니라 관세에 더해 무역 상대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특유의 조세 제도나 환경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환율, 역외 세금까지 모두 조사해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면 관세를 때리겠다는 '트럼프식 상호관세'였다.
백악관이 관련 설명 자료에서 브라질, 인도, 유럽연합(EU), 캐나다, 프랑스 등을 불공정 무역 상대로 '콕 집어' 거론했지만, 이 조처는 대미 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국가에 예외 없이 적용될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미국이 조사 종료 시점을 4월 1일로 못 박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겨놓았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 기간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까지 4월 2일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도체, 의약품, 석유, 가스 등도 여전히 '관세 시한폭탄'으로 남은 상황이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주력 품목이어서 향후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전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운하에 가자지구까지…노골적 영토 야욕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을 통한 고립주의에 그치지 않고 영토 확장 욕심도 부리고 있다.
그린란드부터 캐나다, 파나마 운하, 가자지구까지 소유 혹은 매입, 통제권 확보를 주장하면서 강력한 '신(新)팽창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대선 승리 직후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발상을 내놓은 뒤 이런 구상이 농담이 아님을 지속해서 알리고 있다.
취임 전에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갑작스레 그린란드에 보내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강조한 데 이어 본인도 그린란드 매입 의지를 지속해서 부각하고 있다.
캐나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없이는 캐나다가 국가로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워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주장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캐나다, 그린란드 주변 해역을 무차별 항해하고 있다면 미국이 그들을 막을 것이라면서 "당신이 캐나다인이라면, (미국에) 훨씬 낮은 세금을 내고 훨씬 더 나은 군사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울러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첫 해외 순방국으로 파나마를 고르고, 운하를 방문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파나마가 미국의 압박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그램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트럼프의 압박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가자지구에 대해 전쟁이 끝나면 이를 소유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이집트나 요르단 등 이웃 아랍국가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해 경제 개발을 이끌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는 200만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주변 중동 국가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들 국가는 트럼프의 구상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어쨌건 그린란드부터 캐나다, 파나마 운하에 가자지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확장 야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나토에 방위비 인상 압박·日은 스스로 인상 약속…다음 차례는 한국?
동맹을 상대로 한 방위비 인상 압박도 거침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전통적인 서방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상대로 방위비 인상을 압박 중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EU가 오랫동안 동맹이자 경제나 안보 측면에서 최대 기여국인 미국을 이용하기만 했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안보 측면에서만 보자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EU이지, 유럽 대륙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미국은 불안을 느끼지 못함에도 EU 안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서방 동맹인 EU나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쪽에 서 있기보다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및 완전한 영토수복 등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면서 오히려 러시아 편을 들고 있지 않으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오래전부터 강력히 반대해왔음에도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움직임을 보인 것이 전쟁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당장 EU 회원국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먼저 통화해 종전 협상 착수에 합의하면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에 대한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EU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오고, 이는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더구나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방위비를 2027년까지 트럼프 집권 1기 때보다 2배로 늘리기로 약속하면서 한국으로선 더욱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바이든 정부 막판인 지난해 10월 초 미국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액)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2026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오른 1조5천192억원으로 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지나치게 적다고 불평해온 만큼 분담금 인상을 다시 요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지난해 10월 한국을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이 연간 100억 달러를 (분담금으로) 지출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이후 지출할 분담금의 9배 가까운 액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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