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급격히 꺾이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도 팽창하면서 일단 던지고 보자는 투매 심리가 확산됐다.
21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48.63포인트(1.69%) 급락한 43,428.02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4.39포인트(1.71%) 떨어진 6,013.13, 나스닥종합지수는 438.36포인트(2.20%) 급락한 19,524.01에 장을 마쳤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를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2월 들어 급락하며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64.7로 집계됐다. 이는 1월 수치 71.7에서 7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또한 이달 8일 발표됐던 2월 예비치 67.8과 시장 예상치 67.8을 모두 밑돌았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등한 점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요소다.
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는 4.3%로 전월의 3.3% 대비 1.0%포인트 급등했다.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3.5%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불확실성도 급등했다. 1년 불확실성은 전달 7.6%포인트에서 9.5%포인트로, 5~10년 불확실성은 전달 6%포인트에서 8.2%포인트로 각각 높아졌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경제 분석 총괄은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급등한 것엔 관세가 영향을 미쳤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30년래 최고치로 올랐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당별 지지자 기준으로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점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 지지자의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1.3으로 1월 대비 14포인트 급감했다. 2월 초 발표된 예비치와 비교해도 8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관세 정책을 쏟아낸 후 소비심리가 악화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의 2월 소비자기대지수는 36.8까지 주저앉았다. 이는 미시간대가 내놓는 통계 기준 지난 20년간 가장 낮은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절정기 때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해리프파이낸셜그룹의 제이미 콕스 매니징 파트너는 "관세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에 시장이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꽤 분명하다"며 "관세 자체는 결코 시행되지 않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관세 시행 전망과 구매 심리에 큰 변화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미국 서비스업 업황이 25개월 만에 처음으로 위축된 점도 투심을 짓눌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9.7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1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
2월 제조업 PMI 예비치는 51.6을 기록하며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미국 경제에서 비중이 더 큰 서비스업 업황 둔화에 시장은 더 주목했다.
소비심리가 꺾이면서 증시 전반에 한파가 불었다.
업종별로 보면 필수소비재만 1% 올랐고 나머지 업종은 모두 떨어졌다. 임의소비재는 2.77%, 산업은 2.23%, 기술은 2.45% 급락했다. 통신서비스와 에너지, 금융도 1% 이상 떨어졌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넘게 급락했다. 구성 종목 30개가 모두 하락했으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4%대 안팎의 하락률로 지수 급락을 유도했다.
거대 기술기업 '매그니피센트7'도 모두 된서리를 맞았다. 애플은 약보합으로 선방했으나 테슬라는 4% 넘게 밀렸다. 아마존과 알파벳도 2%대 하락률을 기록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플랫폼스도 1%대 약세였다.
미국 최대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그룹은 7% 넘게 급락했다. 진료비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의 메디케어(노년ㆍ장애인 사회보장제도) 예산을 챙긴다는 의혹에 법무부가 조사를 시작하자 투매가 나왔다.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는 이날도 5%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국방부가 매년 예산을 8%씩 삭감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소비 둔화에도 필수소비재는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에 프록터앤드갬블과 존슨앤드존슨, 코카콜라, 맥도날드, 펩시코, AT&T, 버라이즌은 모두 상승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더나의 주가도 5% 이상 올랐다. 화이자와 암젠 등 다른 제약사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블루칩데일리트렌드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수석 기술 전략가는 "이날 S&P500에서 상위 20개 성과자는 모두 소비재, 유틸리티, 의료건강 등 방어주"라며 "투자자들은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면 종종 방어주로 옮겨간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도 급감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기존 주택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4.9% 감소한 연율 408만 채로 집계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3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95.5%를 기록했다. 전날 마감 무렵보다 2%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6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36.0%로 급락했다. 전날 마감 무렵엔 47.2%였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2.55포인트(16.28%) 뛴 18.21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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