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번째 삼일절을 맞아 1919년 3월1일을 돌아본다. 그날 우리는 일제의 지배에 항거하여 한일병합 조약 무효와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비폭력 만세운동을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폭압정치는 말할 수 없이 극악했지만 그 중에서도 5대 고궁이 받은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곳이 경희궁과 창덕궁, 그리고 창경궁과 종묘의 사잇길을 없애버린 것이다.
경희궁은 우리에게 낯선 궁이다. 경희궁은 광해군때인 1617년에 짓기 시작하여 1620년 완성했고 도성 서쪽에 있어 서궁, 창덕궁과 창경궁은 동궐로 불렸다. 일제는 경복궁을 훼손하자니 조선인들의 반발이 클까 하여 대신 경희궁을 해체시켰다.
정문인 흥화문을 떼어다 박문사(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절) 정문으로 사용하려고 떼어갔다.(박문사 자리에 현재 신라호텔이 들어서있다.) 정전인 숭정전은 민간에 팔아넘겨서 현재는 동국대학교 정각원으로 쓰이고 있다.
경희궁을 헐어낸 자리에 경성중학교가 들어섰고 궁의 면적도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 궁궐의 모습과 위상을 잃었다. 경희궁에서 살았던 왕은 인조에서 철종까지 10명에 이르는데 영조는 가장 오래 이곳에 머물렀고 이곳에서 승하했다. 이에 정조가 이곳에서 즉위했다. 해방후 서울고등학교가 자리하다가 현재 서울역사박물관이 되어 있다.
하지만 1988년 경희궁 복원사업으로 정전인 승정전과 자정전, 태령전 세 전각이 복원되어 있다. 오랫동안 한국을 안가본 사람들은 경희궁이란 존재에 대해 놀라게 된다.
또한 창경궁은 우리에게 창경원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1909년 일제는 창경궁 내부 궁문, 담장, 전각들을 헐고 일본식 건물을 세웠고 순종을 위로하고 백성들에게 공원을 개방한다면서 동물원과 식물원 등 고궁을 유원지로 조성했다. 1911년에는 자경전 터에 박물관을 세우고 창경원으로 격하시켰으며 1922년 수천 그루의 벚꽂을 심어 1924년부터 밤 벚꽃 놀이를 열었다.
창경원은 해방후에도 오랫동안 서울의 대표적인 유원지였다. 부모님을 따라 김밥과 칠성사이다를 사갖고 창경원의 기린을 보러갔거나 밤 벚꽃놀이를 한 번 쯤 가보았을 것이다.
1983년 창경궁으로 이름이 환원되고 1983~1986년 동물들이 서울대공원으로 이관되며 관련 시설과 일본식 건물이 철거되었다. 과거 각종 동물들이 있던 자리는 흔적도 없게 나무가 무성한 숲과 산책길이 되었다. 그 뒤쪽으로 종묘로 향하는 지상 보행길이 복원되었다.
일제는 창경궁과 종묘 사이의 길을 끊어 도로계획을 했으나 종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순종이 반대하여 건설이 미뤄졌었다. 그러나 순종 사후 1932년에 기어코 도로가 났다.
지금은 서울시의 종묘 복원 계획으로 2022년 이 율곡로가 지하터널로 이어지고 지상에는 담장과 보행길이 복원되어 있다. 정해진 날자에만 개방되므로 이 창경궁과 종묘 사잇길을 걸어가보려면 그 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대표적 궁궐인 경복궁에서는 1925년, 일제의 조선침략을 포장하는 조선물산공진회라는 박람회가 수개월동안 열렸다. 이를 위해 근정문 앞과 수많은 전각을 부수고 박람회 관련 시설을 설치했다. 박람회 후에는 조선총독부 신청사를 지었고 광화문을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의 북쪽으로 이전했다.
왕조와 왕가에서 궁궐이 가지는 상징성은 크다. 그런데 일제는 한 나라의 상징인 고궁을 훼손하고 유원지로 개조했고 대중에 공개하여 조선왕조의 권위를 더욱 실추시켰다.
한국민들은 고궁에 대한 관심이 크다.
경복궁 달빛여행, 덕수궁 밤의 석조전, 소주방에서의 왕과 왕비의 일상식 체험 등등 궁중문화축전이나 프로그램이 연중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인기인지 티켓 구하기가 힘들다. 운이 좋게 창덕궁 야간기행과 경회루 2층 관람은 성공했지만 창경궁 명정전 내부 관람과 생과방 체험은 티켓을 구할 수 없었다.
놀라운 것은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우리 역사와 유물,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기에 더해 덕수궁 중명전에서 이뤄진 한일병합 조약을 비롯 3.1운동 등 한국 근대사를 깊이 알기 바란다. 역사의 영광과 상처를 알면 알수록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생겨나고 더욱 아끼고 보존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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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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