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목소리 되돌리는 ‘디에이징’ 등 AI 기술 보편화
▶ 저작권·딥페이크 우려 여전…특수분장사 등 직업 대체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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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로 구현한 배우 윤여정의 젊은 시절 모습 [디오비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공지능(AI) 기술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편집하거나, 배우의 과거 얼굴을 소환하는 등 콘텐츠 제작을 위한 창조적 기술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개봉한 영화 '히어'에는 주인공 리키(톰 행크스 분)의 젊은 시절 모습을 AI가 구현해 화제가 됐다.
'AI 디에이징'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AI 기반 신경망 모델링을 통해 배우가 과거에 출연한 작품을 바탕으로 영상 정보를 추출한 뒤, 촬영본 영상에 덧씌워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극 중 장면에서 메이크업·코디의 도움 없이도 배우의 외모를 젊게 만들 수 있다.
외모뿐 아니라 캐릭터의 목소리·발음 등 소리와 관련된 영역에서도 AI가 활용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인 '카지노'에서 차무식(최민식 분)의 젊은 시절을 표현하고자 'AI 보이스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AI가 배우의 과거 작품에서 목소리 정보를 수집·분석한 뒤, 연령대별 목소리 샘플을 만들어 현장 녹음본에 적용하고 극 중 장면과 어우러지도록 보정 작업을 거치는 방식이다.
이밖에 AI로 가상의 얼굴을 생성해 콘텐츠 속 인물의 얼굴로 변환하는 '버추얼 휴먼'을 비롯, 얼굴 변환 기술로 고인의 생전 모습·목소리·말투 등을 복원하는 기술도 미디어 분야에서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물론 논란과 부작용도 존재한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헝가리인 건축가의 일대기를 그려 제97회 오스카(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AI가 주인공들의 헝가리어 대사 발음을 교정하고 건축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활용돼 논란이 됐다.
영화가 본래 편집을 통한 예술이긴 하지만 AI를 활용한 영화를 작품상 후보에 올리는 게 적절한지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배우의 육성 발음을 AI가 교정하는 게 예술의 본질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AI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AI를 통해 구현한 캐릭터 표정에서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저작권 문제와 딥페이크 악용 방지 문제도 시급한 과제다. AI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가 가짜 영상·음란물 등에 악용될 수 있고, 얼굴 변환 기술이 실제 인물의 초상권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는 AI 활용을 위해 촬영된 데이터가 사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활용될 것을 우려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생성 콘텐츠의 출처를 밝히는 워터마크 삽입, 딥페이크 감지 기술 개발, 콘텐츠 제작 시 당사자의 명확한 동의를 받는 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버추얼 휴먼 콘텐츠 전문기업 디오비스튜디오[039840]의 민병준 대표는 연합뉴스에 "AI 기술이 연출의 혁신이 아닌 개인의 권리와 윤리적 문제까지 깊게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며 "해당 기술이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과 더불어 법적·사회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AI 기술의 비용이 저렴해질수록 특수분장사 등 인간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기술을 폭넓게 활용한 '히어'의 제작비용은 5천만 달러(약 730억원) 규모로, 기존 할리우드 대작 제작비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류재형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관건은 AI로 얼마나 정교하게 배우를 젊어 보이게 하는가"라며 "특수효과가 필요 없는 영화조차 저렴하게 AI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특수분장사라는 직업이 존폐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AI는 아직 담배·흉기 등 특정 물체를 가리는 비식별화 기술이나 영상을 분할하는 등 편집 측면 위주로 활용될 뿐,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만한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편집 소프트웨어나 후반 작업 등 일부분에 AI를 활용하는 단계"라면서도 "기술 발전으로 AI 활용 영역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글로벌 OTT 기업들의 대작에 맞서, 국산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AI 활용을 장려하는 움직임도 생겨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올해부터 방송 프로그램 제작 지원 조건으로 AI·디지털 기술 활용을 의무화했다.
콘텐츠 제작에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방송 사업자, OTT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기획·제작·송출·수신 등 콘텐츠 제작 전 단계를 지원한다.
방송통신전파진흥원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제작비 등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기술로서 격차를 극복함으로써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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