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에너지 프로젝트 확대…LNG플랜트용 고강도 철강 수요↑
▶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한국 철강에 호재?…포스코 고망간강 제품 등 경쟁력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에서 LNG 저장시설 등 극저온 환경에 강한 고망간강 제품이 생산돼 옮겨지고 있다. 2025.3.3 [포스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는 12일부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전격 시행되면서 K-철강의 경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018년부터 쿼터제로 인해 대미(對美) 철강 수출량이 연 263만t으로 제한됐던 한국 철강 업계는 이제 '25% 관세'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대미 수출용 철강 제품에 25% 관세가 붙으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미국산과 비교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미 철강 수출이 위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쿼터제 해제와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확대와 맞물리면서 철강 기자재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계기로 K-철강이 미국 내 LNG 플랜트 기자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트럼프 2기, 에너지 프로젝트 확대… K-철강 수혜 기대
9일(한국시간) 철강 업계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트럼프 2기는 출범 직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알래스카 천연자원 개발 규제 철폐와 LNG 프로젝트 승인을 단행했다.
현재 미국 알래스카·루이지애나주를 포함한 11개 LNG 프로젝트가 건설 전 단계에 있으며, 내년까지 최종투자결정(FID)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파이프, 피팅(배관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부속품) 등 LNG 플랜트 관련 기자재와 LNG선박 등에 필요한 고강도 철강 수요가 지속해 증가할 전망이다.
여전히 저가 중국산 철강 제품의 과잉 공급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한국 철강 업계는 고부가 가치 고강도 철강 제품을 강점으로 삼아 LNG 플랜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쿼터 없이 무관세 혜택을 누려온 경쟁국 캐나다·멕시코 철강에도 동일하게 25%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할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 현재도 한국산 시추 강관·배관 '미국 점유율' 1위
현재도 석유·가스 시추와 운송에 사용되는 배관, 밸브, 강관 등 한국산 철강 제품은 미국 내 수입 상위 10위권에 포함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시추 케이싱(강관)·배관 품목의 수입액은 4억달러로, 캐나다(2억달러·2위)와 대만(1억4천만달러·3위)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해당 품목에서 한국산 제품의 미국 내 점유율은 46.2%에 달했다.
철강관의 경우 미국의 대한(對韓) 수입액은 2억8천8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산 철강관 점유율은 65.9%로, 각각 2·3위인 멕시코(8.2%), 튀르키예(6.9%)에 비해 크게 앞섰다.
한국산 밸브와 철강 제품의 미국 내 점유율은 각각 8위, 5위에 올랐다.
지난해 밸브와 철강 제품에서 중국이 각각 점유율 2위, 1위를 차지했지만 트럼프 2기의 대중(對中) 무역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산 제품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트라는 '미국 신정부 출범 1개월, 정책이 바꾸는 미국 유망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업계는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투자 위험성 및 행정부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의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수요 증가에 따른 투자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 포스코·현대제철, 알래스카 극저온 견딜 고급 강재 기술력 갖춰
여기에 국내 철강 업체들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LNG용 고급 강재 기술력과 생산 능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핵심은 약 1천300여㎞ 가스관과 LNG 액화터미널 건설에 있다.
연중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북극권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천연가스를 액화해 운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하 162도의 LNG를 저장하는 LNG 저장탱크 내벽에는 9% 니켈이 함유된 특수 강판이 쓰인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및 기술 인력 설루션 기업인 'NES Fircroft'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터미널 액화열차(LNG Trains), 저장탱크, 터미널 시설 및 해상 서비스 시설, LNG 운반선을 수용할 수 있는 선적 부두 등 공사에 10만∼15만t의 철강재가 사용될 것으로 추산된다.
1천300여㎞에 달하는 가스관에도 대규모의 강관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플랜트 구조물 등 제작에는 후판과 형강이 필요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 업체들은 LNG 플랜트용 특수강 개발 및 공급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 제품이 대표적이다.
고망간강은 영하 163도의 극저온을 견디면서도 마모와 부식에도 강한 특수 합금강으로, 니켈보다 가격이 싸고 조달이 쉬운 장점이 있다. 포스코는 광양 LNG 터미널 저장탱크를 고망간강 제품으로 만들었다.
현대제철은 9% 니켈 함유 특수강판과 LNG 선박용 후판, 저장탱크 강재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품질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고, 제조 원가 혁신에 몰두해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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