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겐 좋을대로, 적에게는 법대로.”
이것은 과거 라틴 아메리카의 독재자들에게서 연유된 정책 지침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이 지침이 그대로 적용된다. 실제로 비겁한 공화당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효율성부(DOGE)가 휘두르는 전기톱으로부터 그들만은 반드시 구해주어야 한다고 애원한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DOGE는 비행안전 프로그램, 암연구, 조류독감 추적, 식량과 재난지원과 같은 중요한 정부의 기능과 서비스를 임의로 축소하려 한다. 그러나 DOGE의 도끼질이 과연 유용한지 여부를 평가할 때, 대통령의 우군들은 이같은 결정의 장단점을 따지기보다 이로 인해 그들 각자가 받을 개인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폭스뉴스 앵커인 제시 와터스는 최근 방송 도중 DOGE의 칼날에 직장을 잃은 친구의 구명을 호소했다. 워터스는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일하는 국방부의 나머지 쓸모없는 공무원들과 달리 자신의 친구는 고용이 유지되어야 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 지출을 결정할 실질적 권한을 지닌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와 선출직 공직자가 아닌 그의 친구 머스크를 제어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쫄보’들이다. 대신 그들은 제왕처럼 군림하는 트럼프와 머스크를 향한 비난처럼 들리지 않도록 애써 말을 가려가며 특별 면제를 구걸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트럼프가 민간연구단체의 생체의학 기금을 삭감하려 들자 캐티 보이드 브릿 상원의원(공화-앨라배마)은 대통령의 노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납세자들의 혈세는 단 한푼도 허투루 사용되어선 안된다. 세금은 예외없이 효율적이고,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녀의 발언은 수 십억 달러 상당의 국립보건원(NIH) 무상 연방보조금 삭감에 관한 AL.com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공화당 강세주의 여러 대학과 병원 역시 NIH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연구 기금을 제공받는다. 해당주의 공화당 의원들은 속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브리밍햄에 위치한 앨라배마 주립대학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연간 총 4,700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 이 지역의 여러 연구기관들 가운데 최대 고용주로 꼽힌다. 브릿 상원의원은 보건복지부장관과 접촉해 연구 지원금 삭감 유예를 위한 로비를 펼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브릿 의원은 “앨라배마 소재 연구소들이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생명을 구하는 이들의 획기적인 연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지원삭감 대상을 신중하게 선정하는 현명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녀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최고의 인재와 더불어 최첨단 시설과 장비 및 기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이미 트럼프의 이같은 조치를 일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에 브릿의원은 당분간 안심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가하면 셸리 무어 카피토 상원의원(공화-웨스트 버지니아)은 현지에서 제작되는 그린 스쿨버스에 대한 자금 동결을 풀어달라며 환경보호청(EPA)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일부 자금이 풀린 것으로 보아 카피토의 청원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캔자스주에서는 제리 모란 공화당 상원의원이 DOGE가 끝장낸 국제식품지원 프로그램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DOGE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폐쇄하는 방법으로 해외식량원조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공교롭게도 프로그램 중단은 캔자스주의 농부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모란은 해외식량원조 프로그램을 제외한 나머지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DOGE의 아젠다와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물론 그는 나머지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식량지원이 더욱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그동안 우리가 목격했던 불안스런 이슈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그토록 불안스럽다는 건가? 짐작컨대 자금이 캔자스 이외의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불안스럽다는 이야기일 터이다.
한편 트럼프가 기세등등하게 연방 재난관리청(FEMA)의 구조기금을 삭감하자 일부 공화당 지도자들은 그들의 지역구가 허리케인을 비롯한 각종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후 정부의 재난 지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선거구민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예상에 바짝 긴장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주고받기식 거래로 모든 문제를 처리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중견 의원들은 아첨이나 호의의 대가로 대통령의 면제 조치를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다고 믿는 듯 보인다.
예를 들어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노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의 FEMA 접근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CNN에 출연한 틸리스는 “그것이 FEMA의 효율성과 복원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면 대통령의 결정은 탁월하다. 만약 그것이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지역에 제공되는 재난복구 기금 삭감을 뜻한다면 그의 결정은 그리 좋은 게 아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늘 그렇듯 매사에 “우려를 금치 못하는”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공화-메인)은 이번에도 출신 주의 “국립공원에서 생의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DOGE가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물론 그녀는 다른 의총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이처럼 자의적 삭감을 집행할 트럼프 내각 지명자 인준표결에서 거의 예외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수잔 콜린스와 함께 당내 ‘온건파’에 속한 알래스카 출신의 리사 머코우스키 상원의원 역시 ‘거의 모든 정부 부처’를 상대로 알래스카 주에서 삭감한 기금을 돌려 놓으라고 요청했다.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자신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회피적이고 부적절한” 반응을 보인다고 일갈했다. 잘한 일이지만 이 역시 연방헌법 제 1조에 따라 정부의 자금줄을 통제해야 하는 입법부 의원에게서 나온 항의치곤 너무도 어설프다. 한편 일부 의원들은 그들에게 이같은 헌법적 권힌이 부여된 사실조차 모른다.
최근 페어뱅크스에서 열린 공개행사에서 닉 베기치 하원의원(공화-알래스카)은 자신의 선거구 주민들에게 DOGE의 공무원 대량해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그에겐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알래스카에 영향을 주는 예산삭감 소식을 트윗터를 통해 알았으며 자신이 하원 DOGE 코커스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새로 선출되는 연방 상하원 의원은 헌법수호 서약을 하기에 앞서 먼저 헌법부터 자세히 읽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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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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