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3월에 들어섰다. 이 무렵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사정에 따라 나름의 서사(敍事)와 서정(抒情)에 걸쳐 다양한 생각들이 일어남을 느끼게 될 줄 안다. 각자 개인적 지식과 경험 및 가족과 민족 공동체 등의 집단적 인식과 역사적 전승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개성과 동질성 및 특수성과 보편성이 어울려 일어나게 된다.
필자도 배달겨레의 후예로서, 한국의 역사와 사상과 문화의 분위기와 흐름 속에 자라났고 그 유전자를 품고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고대와 중세 시절 사연들은 차치하고, 근현대를 돌아보면, 100여 년 전의 ‘3.1절 만세운동’은 수많은 사건 가운데 한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삼일절을 미국에서 지내며 기념식을 포함하여 관련한 동포단체 행사들에 참여해 오면서, 나름의 개인적 소회도 적지 않다.
필자가 지내온 미국과의 직접 인연들을 잠깐 돌아보면, 1986년 봄, 호놀룰루에 있는 한국사찰 대원사로부터 법사로 초청받아 온 것이 시작이다. 그곳에서 6년을 지내고는 1992년 가을부터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박사과정 등으로 또 6년을 지냈고, 한국에 돌아가 교수생활을 2015년 여름까지 하고 정년퇴임하여,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으로 와서 이스트베이 리버모아 산중에 고성선원 아란야를 지어 머문 지 작년까지 9년이 되었다.
올해부터는 메릴랜드 워싱톤 무량사로 옮겼기로, 산승은 한인 미주이민사가 보여주듯이, 초기 이민선조분들의 이동경로처럼 처음엔 하와이, 그 다음에는 본토의 서부 캘리포니아, 마침내 본토의 동부 메릴랜드로 진취,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옮겨 살게 되었다. 각지마다 필자가 둘러본 역사문화적 유적들을 통해 많은 애환을 느꼈다.
한국 최초 국가적 외교사절의 미국 방문도 배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기차로 워싱턴에 도달하였다. DC에 자리한 최초의 한국공사관에 가보면 자세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미국에서의 한국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재정지원도 하와이를 비롯하여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 서부와 워싱턴, 뉴욕 등 동부에 걸쳐 펼쳐졌었다. 미국 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 원칙’에 자극받아 공식 독립주장을 하려는 계기를 갖고, 서부의 안창호 선생과 동부의 이승만 박사 등 선각자들의 솔선수범함도 주목할 일이다. 아무튼, 미국에서의 선인들이 독립운동에 크게 기여하였음은 중요한 사실로 평가된다.
필자는 ‘민족대표 33인’중의 한 분인 백용성 스님의 법손(法孫)이다. 산승의 은법사(恩法師)인 조계종 종정을 역임하셨던 고암(古庵) 선사의 법사인 용성(龍城) 선사는 기미독립운동 당시 후배인 만해(萬海)스님과 함께 불교계를 대표하여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였으며, 1년 반의 옥고를 치른 후에도 입적 시까지 당신이 종로에 창건한 대각사에서 독립운동과 민족혼 고취에 계속 열성을 다하셨다.
이를테면, 윤봉길 의사를 김구 선생과 인연 지었으며, 상해임시정부에도 운영활동 지원금을 은밀히 보냈기로, 해방 후에 김구 선생이 귀국하면서 대각사를 방문하고 지원과 협조에 감사했다고 전한다. 필자도 그 어른들의 전통을 잇고자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일원으로 참여해 오며, 미완의 광복상태를 극복하고 온전한 독립과 통일을 완수하려는데 동참하면서, 한국을 알리는 공공외교의 소임에 일조하고 있다.
음력으로 이월인 양력 3월초에는 대승불자들의 이른바 ‘사대명절(四大名節)’ 즉, 불탄절(佛誕節 음 사월초파일), 출가절(出家節 음 이월초파일), 성도절(成道節 음 납월파일), 열반절(涅槃節 음 이월보름) 가운데 출가절과 열반절을 1주일 사이에 갖게 된다. 그래서 불자들은 그 1주일을 ‘특별 정진기간’으로 삼아 부처님을 기리는 공부와 수행을 해온다. 금년에는 7일과 14일 사이인데, 각자 형편대로 사찰의 법회와 수련에 동참하거나 가정에서 정진시간을 갖고 나름 수행을 심화하는 계기를 갖기 바란다.
바깥세상의 평화를 이룩하고자 하면 먼저 자기 안, 즉 마음의 평화와 자비를 이루어야 하리라. 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멋진 3월에 모두 활기차고 뜻 깊은 시간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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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톤무량사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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