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방에서 보이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세관에 딱 걸리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드니는 그 미모를 햇살 아래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 홍콩과 함께 세계 3대 미항이라 불릴 만했다. 들뜬 마음으로 세관을 여유롭게 통과하는데, 세관원이 한쪽으로 우리를 격리한다. X-ray 머신 앞에 세우더니 짐 안에 수산물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없다고 답하자 세관원이 무서운 얼굴로 지퍼를 여는데, 아뿔싸! 마켓에서 구매한 오징어포가 나왔다. 와이프가 긴 여행을 걱정해서 가져온 모양이다. 물론 건조 포장된 Made in USA였지만 덜컥 겁이 났다.
백인 세관원은 마치 큰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650 과태료를 발부하겠다”며 상관을 호출한다. 참 난감한 순간에 둘째 딸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아빠, 호주는 세관이 까다로워, 조심해!”
열 받는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들뜬 마음으로 시작한 호주 여행, 그런데 세관에서 붙잡혀 과태료부터 내야 하는 상황이라니. 그만큼 호주와 뉴질랜드는 자연 보호에 민감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 상관이 나타나서 완전 진공 상태이며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점, 미국에서 온 물건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주어 훈계 조치로 사건을 마무리 지어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심기가 불편한데, 와이프가 “남편 먹이려고 이 고생하네~” 하며 복장을 뒤엎는다. 입을 꾹 닫고 참는다는 것, 참 힘들지만 공항에서 잡혀가지 않으려면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
<인도계와 중국인들이 접수한 호주>
공항은 청결했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시드니 항이 내려다보이는 메리어트 호텔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가는 동선에서 그 도시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기사는 젊은 인도계였는데, 영어를 억양 없이 유창하게 했다. 시드니에 대해 묻자, “밤에도 안전하고, 경제 상황도 나쁘지 않으며, 노숙자가 있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어요” 라고 조언해 주었다.
차이나타운을 지나는데, 그 규모에 깜짝 놀랐고, 도심지는 중국인들로 넘쳐났다. 탁 트인 항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방에 입실하고, 곧바로 오페라 티켓을 구하기 위해 호텔 컨시어지를 찾았다.
<오페라 티켓을 얻다…팁과 대화의 힘>
여태껏 내가 만난 호텔 컨시어지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십 경기, 바르셀로나에서의 메시 경기 등등…). 물론 호텔을 통해 티켓을 구입하면 비싸지만, 미리 예매하지 못했을 경우, 특히 나처럼 당일 구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컨시어지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적당한 팁은 기본적인 매너다.
한참을 컴퓨터와 씨름하던 컨시어지가 귓속말로 말했다. “매진되었습니다. 함께 앉을 좌석이 없습니다.” 시드니 하면 오페라 하우스 아니던가! 많은 관광객들이 돈을 들여 실내 건물 투어만 하는데, 그것은 앙꼬 없는 빵을 먹는 것과 진배없다. 나는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생일 선물로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물론 의도된 중얼거림이었다.
그가 떨어진 좌석이 몇 개 있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나는 즉시 주머니에서 팁을 더 꺼냈다. 그의 손이 빛의 속도로 팁을 낚아챘다. 그가 카운터 너머로 오라고 하더니,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었다. 딱 4좌석이 남아 있었고, 그중 2좌석이 가까운 거리였다! 무조건 선택했다. 좌석은 발코니 중앙, 가장 앞자리였다. 가격은? 수수료 포함, 호텔 숙박비보다 몇 배 비쌌다.
<시드니 항의 미모에 홀리다>
일단 티켓을 건네받아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꿀팁: 어디를 여행하든 꼭 양복 한 벌은 챙긴다. 고급 식당, 호텔, 공연장 등을 예약하거나 방문할 때, 적절한 대우를 받거나 구매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내 경험이 그렇다.). 큰 건수를 올렸으니, 이제 와이프와 와인 한잔하며 축하해야 했다. 그런데….
“그냥 방에서 쉴래.” 나는 억지로 옷을 갈아입히고,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Fortune of War (1828)” 펍을 찾았다. 명성에 비해 서비스도, 음식도 꽝이었다. 흑맥주 서너 잔을 들이켜고, 소화도 시킬 겸 시드니 다리를 걸어서 왕복해 보기로 했다. 나의 이런 즉흥적인 행동의 피해자는 늘 와이프다. 허리 통증을 감내하며 그녀는 높고도(134m) 긴(1.5km), 그러나 무척 역사적이며(1932년 완공) 멋진 철교를 나와 함께 왕복 건넜다. 다리 중앙에서 바라본 항구의 모습은 너무 멋져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녀의 눈길은 먼 푸른 대양을 바라본다.
그러나 내 눈길은…
순풍에 날리는 와이프의 머리카락이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분위기는 최고, 실력은 아쉬운 오페라 공연>
정장으로 갈아입고, 드디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입성했다. 오페라는 신데렐라. 우리가 모두 아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오페라 하우스, 유명한 오페라 작품, 그리고 호주 국가 오페라단의 공연. 그런데…
“실망이 컸다.” 커튼콜도 없었다. 아니, 한 번 있긴 했는데 억지춘향이었다. 소프라노와 테너의 앙상블이 오페라의 기본인데, 공자 역을 여성 메조소프라노가 맡았다. 트라우저 롤이라지만 무대 장악력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발한 의상과 유쾌한 안무는 다소 경직될 수 있는 오페라에서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나는 공연 중 와이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공연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Pretty Woman의 줄리아 로버트 같았다. 그래, 그렇다면 티켓 값어치는 했다.
<동양인들의 오페라 사랑, 공연 후 해변로의 맛>
와인을 마신 탓에 알딸딸한 상태로 극장을 나섰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인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렸다. 역시 우리들은 클래식을 즐기는 민족인 것 같다 공연장을 빠져 나오니 밤바람이 시원했다. 야외 바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ABBA 음악을 연주하며 젊은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와이프와 손을 잡고 천천히 항구를 걸었다. ‘아베크족(Avec)’—프랑스어로 ‘함께’ 라는 단어다. 젊고 없던 시절 연인들끼리 걷기만 했던 우리, 그러나 문화와 낭만을 사랑했던 민족. 시드니는… 연인을 만드는 도시다.
<제프가 추천하는 시드니 명소>
The Newport: 시드니에서 딱 한식당만 추천한다면 뉴포트 식당을 추천한다.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백사장 위에 떠있는 양식당은 7개의 식당과 카페 그리고 야외공연장까지 갖춘 Tour The Force다. 메뉴에 있는 무엇을 주문해도 최상의 요리가 나온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투어: 오페라 관람을 못해도 건축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시드니 철교다리: 오페라 하우스와 앙상블을 이루는 철교다리는 여러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며 주변에 고급식당도 많다.
시드니 미술관: 시드니 도서관도 꼭 방문 추천
퀸 빅토리아 몰(샤핑 몰이라 하기에는 너무 멋있는 건물인데 상점들 역시 멋지다)과 피트 스트릿(Pitt St).
Bondi Beach와 Manly Beach: 시원하고 눈요기하기 좋은 해변가들이다. 바다와 해변 그리고 싱싱한 젊음이 넘쳐 난다.
Big Bus Tour: 우리는 어느 도시를 가던 일단 double deck 관광버스로 도시를 처음부터 종점까지 둘러본다. 일인당 $25, 24시간 사용가능. 한국어 가능. 대단히 효율적이며 가성비 넘치는 관광버스다. 총 도는데 1시간 반 소요. 정거장에서 내려 관광하다 다시 타면 된다. 단지 마지막 버스가 4:30이라서 저녁 관광을 못하는 점이 아쉽다.
<
제프 안(AK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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