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 시가지와 해변 그리고 두루기산과 섬이 보인다.
뉴질랜드 타우란가 시내와 해변은 몸에 착 감기는 룰루레몬 복장의 여성들 천지다. 양쪽 면이 휴양지 바닷가, 착 붙은 요가복으로 길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을 보니,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두뇌 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같은 여자도 보기 좋은데 남자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옆에서 와이프가 거든다. “아이쿠, 빅토리아 시대나 조선 시대였다면 ㅊㅊㅊ, 길거리에서 저러고 다니면 교통사고 유발하고 안 되지.”
전혀 마음에도 없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진심을 다 감지한 와이프가 대꾸한다. “돈도 안 드는 눈 구경 마음껏 하세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젊고 싱싱한 쭉쭉 빵빵 두 아가씨가 머리를 양옆으로 날리며 우리 앞으로 걸어가는데, 휴~우 눈이 뒷머리를 바라보아야 하는데 자꾸만 아래로 내려간다. 이건 고문이다.
옷이라고 하기엔 너무 신체 부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니 오금이 저려 온다. 앞에서 걷는 두 명의 더블 U 엉덩이는 조각의 거장 카노바의 그 어느 여신들의 힙 모습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살아 움직이며 거리를 활보하는 여신이다.
정신을 차리고자 해변에 위치한 나즈막한 두루리(Durury) 산을 올랐다. 산 주변에 수북한 파인 트리들이 장관이다. 나지막한 야산 정상에서 해변을 바라보니 해변 모래사장과 연결된 작은 초록의 마운가누이 섬이 너무 멋있다.
“밀물 들어오기 전 저 섬 정상에 오르자.” 말하며 와이프 손을 이끌며 내려갔다. 두루리산 밑둥은 양탄자보다 부드러운 잔디밭이다. 그 위에 또 다른 한 무리의 여자들이 반소매에 엉덩이 아랫부분이 훤히 나온 짧은 반바지를 착용(?)한 채 뒷태를 뽐내며 일렬로 쭈~욱 누워 있다. 그 모습이 프렌치 오델리스크 페인팅보다 더 자극적이다. 앞만 보고 가야 하는 내 눈에 해변가 벤치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먹이는 중동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히잡 쓴 중동 여인, 그녀 옆을 활보하는 반나체 서구 여인들, 머리 아픈 동양 남자>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에서 검은 베일과 커튼(?)으로 온몸을 가린 그녀와 대리석 같은 흰 피부를 들어낸 채 우편엽서보다 작은 수영복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려서 더욱 눈길을 끄는 백인 여자들 모습이 대조된다. 중동여인과 오래전 머리와 온몸을 가려야했던 조선여인들이 오버랩 되며 왠지 가슴 한편에서는 찬~한 연민의 마음이 든다.
그녀가 손으로 아이들 입에다 케밥 고기를 집어 넣어주는데, 그 모습 역시 오래전 울 엄마가 새 김치 담가서 내 입에 넣어주던 그 모습이다. 헐! 한국 여성의 모습을 중동 여자에게서 보다니! 그 생각이 든 지 일초! 한 동양 여인이 백인 여인과 같이 백사장을 뛰어간다. 머리만 까만 색깔, 팔등신에 반나체, 여지없는 신여성이다.
<돌섬 정상에 올라 바라본 타우란가 산>
발길은 그녀들 따라 자연스럽게 돌섬으로 갔고, 돌섬 정상에 올라 긴 활자로 휘어진 백사장과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눈을 어지럽히던 여인들이 없으니 마음은 홀가분하고 선비의 본분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눈을 돌려 백사장 끝에 하늘 높이 치솟은 타우란가 사화산이 나를 바라본다. 원주민 같은 돌바위 얼굴과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손짓하며 말한다. ‘어때, 작은 산봉우리를 정복하니 또 욕심이 생기지? 감히 나에게 도전할 수 있겠어?’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는 와이프 얼굴은 천사다. 그녀의 손을 이끌고 바위섬에서 내려와 타우란가 산으로 향하는데, “설마 자기 저 산 가는 거 아니지?” 대답 없이 앞으로 걸어가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우리 5시까지 배에 가야 해, 그냥 점심 먹고 쉬자.” 잠시 후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이왕 할 거면 빨리 가자.” 산 밑 안내판에는 짧고 가파른 코스, 원만한 코스로 나누어 있었는데, 시간상 가파른 코스를 선택했다. 실수였다.

정상에 오르면 사랑의 돌에 손을 얹고 염원을 빈다.
<끝없는 가파른 계단, 그 앞을 막아선 수많은 룰루레몬 반바지, 단테의 지옥>
시작은 완만했다. 그러나 곧이어 지그재그 급경사 나무 계단들은 이내 숨이 턱 위로 올라오게 했고, 젊을 때 단련했던 장단지와 넓적다리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만 달라붙은 복장의 방석 같은 엉덩이, 쫄쫄한 엉덩이, 풍만한 엉덩이, 덜렁이 엉덩이 등 참으로 각양각색의 엉덩이들이 계단 위에서 현란한 춤을 춘다.
와이프가 참다못해 말한다. “참~ 가지가지다.” 그런데 젊음이 좋기는 좋다. 좁은 계단에도 우리를 앞질러 뛰어서 올라가는 친구들 모습에 질투가 났다. 미국과 달리 조심하라는 사인도 없다. 한발 잘못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 중간중간 쉬면서 올라가는데, 그때마다 저 아래 멋진 해변과 바다가 응원을 보내온다.
<통통한 아이의 룰루레몬, 엄마의 눈물>
등산할 때 힘들면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는데, 절대 그들 말을 믿으면 안 된다. 다들 웃으며 “조금만 가면 된다”는데, 그 조금이 끝도 없다. 그 힘든 순간을 같이해 주며 응원해 주는 와이프가 너무 우아하고 아름답다. 그 어느 룰루레몬과 바꿀 수 없는 퀄리티! 지친 내 앞으로 와이프가 추월해서 오른다. 그런데! 와이프 바지에 룰루레몬 로고가 선명하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와이프도 당연히 여자다.
국민학생으로 보이는 두 여자 아이가 힘들어서 자꾸 처지다가 결국 내 뒤로 밀려났다. “힘내!” 하면서 응원해 주었지만, 몸이 비만한 여자 아이는 얼굴이 홍시가 되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포기하고 하산할 것 같았다. 드디어 2시간 만에 올랐다.
<룰루레몬의 본질, 경쟁과 사랑 그리고 욕망>
모든 등산이 그렇지만,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숨막히는 파노라마 풍광은 어디에도 비교가 안 된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내 앞에서 어느 미모의 여인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하늘 높이 치켜세운 채 나에게 달려온다. “You did it! (당신 해냈어)”
같은 배에 탑승한 승객인가 하는 생각에 나도 반갑게 안아 주려고 하는데, 내 뒤에서 그 통통한 여자 아이가 뛰어와 안긴다. 아마도 엄마가 먼저 올라와 한참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살짝 무안해지는데, 아이를 안고서 눈물마저 흘린다. 어린나이에 풍만한 몸매, 족쇄처럼 딱 달라붙은 룰루레몬 바지가 모든 상황을 대변해 준다. 아~ 이렇듯 심한 경쟁과 편견의 사회에 살아가는 여자 아이들. 한순간 마음이 숙연해진다.
정상에는 마위족 전설이 적혀 있다. 사랑할 수 없는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의 슬픔이 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연을 읽어내려 가는데, 남자의 눈길(사랑)을 원하는 여자들의 욕망을 어찌 막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급변하는 여성복장은 여성들을 위한 복장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 본다.
Tauranga 제프의 추천지:
1. 마운가누이 산 등산; 가파른 등산로, 수많은 계단 들이 큰 걸림돌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변은 파라다이스 그 자체다.
2. 마운가누이 산 등산이 불가능 하신 분에게는 Moturiki Island 산 그리고 Drury Mount 등산을 추천한다.
3. Latitude 37 식당; 다운타운에 위치한 양식식당. 햄버거와 전통양식이 일품이다. 고급스러운 실내분위기도 좋고, 뒷마당 페디오 사용 강추.
4. Tauranga Golf Club; 18홀 챔피언 골프코스는 다운타운에서 10분 거리. 양면 해변바람과 경치가 저세상이다.
문의 제프 안(AKI 원장) Jahn20@yahoo.com
<제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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