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들어 이어지고 있는 감축, 감원 뉴스 가운데 특별히 주목해야 할 항목은 메디케이드(Medicaid) 예산 삭감안일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메디칼(Medi-Cal), 코네티컷 주에서는 허스키 헬스(Husky Health)로도 불리는 메디케이드는 저소득 주민과 장애인의 의료를 지원하는 복지 프로그램. 많은 한인 노인들이 여기 의존해 노후 건강을 돌보고 있다. 양로 시설에 있는 노인의 장기 요양, 롱텀 케어도 대부분 여기서 지원된다.
이 메디케이드 예산의 공화당 삭감안이 지난달 말 연방하원 세입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에 그 모습을 처음 비쳤다. 다양한 항목으로 나눠져 있으나 10년간 대략 8,800억 달러를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액수는 공교롭게도 일 년치 메디케이드 예산과 일치한다. 메디케이드는 연방정부 지원을 받아 각 주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체 예산 중 6,000억 달러는 연방, 나머지는 각 주가 부담한다. 대선 때만 해도 메디케이드 삭감에는 거리를 뒀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지지로 돌아섰다.
미국의 국민 보건은 크게 3가지 의료보험 시스템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우선 직장생활을 하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다 은퇴할 무렵인 65세에 받게 되는 메디케어(Medicare). 정부가 제공하는 시니어 보험이다. 일하면서 소득의 일정 분을 메디케어 기금으로 납부해 왔으므로 공짜가 아니다. 일을 할 때는 직장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에 의존하게 된다. 소규모 자영업자, 독립 사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은 별도 보험을 찾아야 한다. 이런 보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메디케이드인데, 저소득 가정과 장애인 의료를 지원한다.
메디케이드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0년대였다. 전 국민 의료보험제(Universal Care)가 없는 미국은 오래 전부터 이 문제 해결에 고심했으나 사회 각층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충돌하면서 번번히 실패했다. 지난 1935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금의 소셜 시큐리티 법을 제정했으나 핵심 추진 사항중 하나였던 전 국민 의료보험제는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다.
2차 대전을 거친 후 특히 트루먼 대통령이 앞장서 재추진에 나섰으나 전미 의료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반대 로비에 부딪혀 좌초했다. 대부분 의사가 회원인 AMA는 의료 수가 등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와 규제 강화 등을 이유로 극력 반대했다. 치과의사 그룹의 반대로 미국의 공공 의료보험에서 치과를 찾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보면 된다. AMA는 수 백만 달러의 광고비를 쏟아 부으며 강제 정부보험 대신 민간 의료보험제를 주장했다. 오늘날의 카이저 보험 같은 민간 보험이야말로 미국식이라는 논리를 폈다. 정부 강제보험은 사회주의라는 말도 나왔다. 당시 불었던 반 공산주의 정서는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했다. 현실적으로 민간 의료보험인 직장보험은 건강한 근로계층, 주로 백인 남성과 그 가족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다.
전 국민보험이 좌절되면서 보완책으로 고안된 것이 메디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메디케어와 함께 지난 1965년 존슨 대통령 때 도입됐다. 민권 법안, 빈곤 퇴치 프로그램이 나오던 시대였다. 하지만 내는 것 없이 받기만 하는 메디케이드는 메디케어와는 달리 ‘공짜’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보수의 아이콘이던 레이건 대통령은 이런 메디케이드 예산을 18% 뭉떵 잘라 냈다. 반대로 오바마 케어는 메디케이드 수혜 폭을 크게 넓혔다.
지금은 다시 강성 공화당 정권. 미국민의 5분의1 가까운 7,200만명이 이런저런 메디케이드 서비스를 받고 있다. 저소득 가정, 어린이, 임산부 등이 대표적인 수혜 그룹이지만 정작 예산의 반 이상은 롱텀 케어에 지출되고 있다. 저소득 노인들의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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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해야 한다는건 누구나 좋은 생각이라 말 할수도 있는데.. 언제나보면 있는자들 그것도 너무많이 넘치고 넘처나 주체를못할정도인자들은 그냥 놓아두고 그들에게 덜 혜택을 주고 어쩔수없이 가난을 대물림한이들이든 아빠가 없어 돈이 부족해 아파도 병원에못가든 약을 살돈이 없는 가난에 찌든이들에게서 지원하든 프로그램을 없앤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