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절을 즈음하여 봄의 한 가운데를 지나는 기분이다. 얼마 전에는 열반절을 지냈다. 석존(釋尊 석가모니 붓다 Sakyamuni Buddha)이 육신의 부담까지 벗고 법신의 해탈세계에 드심을 기리는 날. 카필라국 태자 싯다르타가 스물아홉 살에 정반왕궁을 떠나 출가하여 여섯 해 동안 히말라야 등지에서 수행하고, 서른다섯 살에 가야(현 보드가야/붓다가야)에서 인생과 세계의 큰 깨침을 이루어 붓다가 되어 생사고통 및 온갖 번뇌로부터 해탈열반을 이루었는데, 그 뒤로 마흔 다섯 해 동안 세상에 진리를 가르치시다가 여든 살에 원적의 완전한 대열반을 보이심으로 일생을 마감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석존이 이 세상을 떠나신 뒤로, 그분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햇수를 따져온 것이 이른바, ‘불멸기원(佛滅紀元)’ 즉, 붓다의 입멸부터 따져온 연대기로서, 줄여서 ‘불기(佛紀 Buddhist Era)’라 한다. 금년은 불기 2569년으로 곧 2569년 전에 붓다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그분 탄생일은 2649년 전 사월파일이 된다.
후대의 이론과 학설을 보면, 불교에서는 ‘삼신설(三身說 Trikaya, Triple Body)’ 즉, 부처님의 몸을 세 가지 측면에서 보는데, 법신(法身 Dharmakaya), 보신(報身 Sambhogakaya), 화신/응신(化身/應身 Nirmanakaya)을 가리킨다.
법신은 진리의 몸으로서 형상이 없으나, 보신은 공덕의 몸으로서 장엄되며, 화신은 중생에게 보이기 위한 몸의 나툼이다. 비유컨대, 하늘의 달을 법신, 그 달빛을 보신, 거울이나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화신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세종대왕이 한글의 사용례를 보이기 위하여 지으신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달이 천강에 비침을 즉, 부처님이 중생에 나타나 보이는 수많은 모습을 찬탄하여 노래한 것이라고 한글로 풀어 볼 수 있다.
부처님의 육신은 필요에 따라서 역사 속에 어떤 모습으로 출현했다가 사라져도 그 본래의 몸은 영원불멸함을 알려주는 것이다. 석존의 입멸 후 다비(화장)한 뒤에 얻은 사리를 ‘진신사리’라고 하며, 그분의 가르침인 경전 등을 ‘법신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불경(佛經)을 대함은 부처님을 대하는 것과 같으며, 그래서 ‘삼귀의(三歸依)’에 불보(佛寶)와 더불어 ‘법보(法寶)’를 제시하는 것이다, ‘승보(僧寶)’와 함께.
보통 일반 가정에서는 조상과 가족이 작고한 기일(忌日)을 기억하고 제사 등 추모의 행사를 한다. 국가나 사회적으로 공로가 큰 분이나 종교의 창시자 등 훌륭한 위인들은 생일을 기리기도 한다. 생몰 양일을 다 기념하기도 하고, 어느 한날만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미국에서도 공공기념일로서 예수 탄신과 사망 후 부활한 크리스마스와 이스터, 조지워싱턴과 아브라함링컨 등을 기리는 프레지던츠 데이와 마틴루터킹스데이가 있고, 한국에서는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 등이 있다.
남방불교 테라바다 전통에서는 석존의 탄생과 성도 및 열반절을 한날 즉 베삭절(Vesak 음 사월보름)에 기린다. 그래서 유엔에서는 붓다데이로서 베삭절에 행사를 한다. 아무튼, 인류의 큰 스승으로서 석존을 기리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 마음과 뜻은 한결같으리라.
석존의 최후 유훈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제자들로부터 그동안의 가르침에 대한 어떤 의문이나 다른 질문이 없음을 확인한 부처님은, 다만 ‘불방일(不放逸)’ 즉, “수행과 삶에 게으르지 말아라!”라는 당부의 말씀뿐이었다고 전한다. 아울러 붓다는 떠나셔도,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 즉, “붓다가 가르쳐준 진리를 등불삼고 스스로를 등불삼아 살아가라”는 부촉을 하셨다고 한다.
우리의 삶과 수행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자기실현은 진리에 따라 스스로 부지런히 하는 수밖에 없다. 대승전통의 불자들은 석존의 탄생과 출가, 성도와 열반을 따로 모두 기리며, 그분의 탄생지(룸비니), 성도지(보드가야), 최초 설법지(베나레스/사르나트), 열반지(쿠시나가르)를 순례하며 기억하고 기려온다. 사람의 평가는 보통 사후에 이루어지며, 위대한 인물일수록 그분의 삶과 사상을 기억하고 본받으려한다. 불기를 새삼 되새기며, 오늘도 감명과 감사함 속에 그분이 보이신 길을 따라는데 보람과 기쁨을 누린다, 새로운 옛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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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턴무량사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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